‘말자쇼’ 김영희의 눈물, 아이를 품고 다시 무대 위로

서늘한 겨울밤, 무대 위의 조명은 다시 한번 배우와 코미디언 김영희에게로 모아진다. 오랜만에 돌아온 ‘말자쇼’의 무대.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의 빛을 품고 있다. 김영희가 자신의 출산 후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꺼냈을 때, 깊게 눌러쓴 감정의 무늬는 객석 곳곳에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잔상을 남겼다. 딸을 품은 엄마로서의 새로운 삶, 그리고 그 사이 굳이 감추지 않았던 눈물. 김영희가 ‘아이 낳고 펑펑 울었다’고 고백한 순간, 코미디 무대는 더 이상 가벼운 농담의 공간만이 아니었다.

연예계에서 여성, 특히 개그우먼이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그대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김영희의 고백은, 사회가 무심코 요구하는 ‘완벽한 엄마’와 ‘변함없는 연예인’이라는 불가사의한 이중 역할의 무게를 무심하게도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인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돌아오는 길, 현실적 벽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엉켜버린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도대체 아이를 낳고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거냐”며 푸념하듯 시작한 말은, 출산 후 겪은 정서적 파동과 자기 회복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공연 도중 쏟아진 진짜 눈물이야말로 김영희만의 예술적 진실이었다.

이 날 ‘말자쇼’의 관객들은 그저 웃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무대 뒤편, 간절하게 웅크린 엄마의 마음과 자신을 잃지 않으려 유쾌함을 무기로 삼았던 여자의 복합적인 내면에 자연스럽게 귀를 세웠다. 공연장에 퍼지는 박수 소리, 조명이 한층 더 밝게 비출 때마다 김영희의 표정은 조금씩 변화했다. 쏟아내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그럼에도 다시 말을 잇는 목소리에는 삶의 무게와 연약함, 그리고 의연함이 동시에 깃들었다.

동시대 여성 아티스트의 경계에서, 김영희는 이질적인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연단을 완성한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듯, 무대 위 고백은 단지 한 연예인의 에피소드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오히려 관객 각자의 내면에 숨어 있던 미묘한 두려움과 위로받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김영희는 도망치지 않는다. 애써 다듬지 않은 감정과 상황을 숨김없이 풀어내며, 자신의 ‘부족함’까지 무대의 일부로 변주시킨다.

특히 이번 ‘말자쇼’는 기존의 정형화된 여성상에 도전한다. 김영희는 “엄마가 된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도 솔직했다. 박수가 터지고 웃음이 오고 가도, 한동안은 눈가의 촉촉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쇼의 마지막, 그는 아이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울었던 밤을 이야기하며 경쾌하게 문을 닫는다. 이 감정의 진동은 무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모든 청춘, 특히 여성들에게 아로새겨진다.

국내 연예계에 있어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하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엄마들의 일상이 조명된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체감도는 천차만별이었다. 김영희의 토로는, 오랜 시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현실과 욕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온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음악도, 무대도, 그리고 인생도 갖은 변수로 기대와 불안을 오가지만, 김영희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미덕 삼아 노래하듯 이야기한다. 잠깐 멈췄던 무대 위의 조명이 다시 그녀를 비출 때, 관객은 단지 웃음이나 감동이 아니라 ‘어떤 용기’ 하나를 조용히 받아 적는다. 그리고 그 용기는, 아이를 낳고 울었던 밤 뒤편에서 조금 더 깊어졌을 것이다.— 서아린 ([email protected])

‘말자쇼’ 김영희의 눈물, 아이를 품고 다시 무대 위로”에 대한 2개의 생각

  • 힘들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연예인이라면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편견을 깨주셔서 고맙습니다. 육아와 커리어를 모두 잡으려는 현실적인 도전이 더 공감됩니다. 아이를 낳고 변화된 삶의 무게, 모든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김영희씨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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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뒤 눈물 한 방울, 이게 인생이지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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