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군포의왕과천, 지역의 밥상을 바꾼다 – 친환경 급식 레시피북의 온기

초겨울의 쓸쓸함을 한껏 머금은 12월, 안양군포의왕과천 공동 급식지원센터가 지역 농민과 아이들, 그 사이에 놓인 건강한 밥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각 지자체의 협업으로 탄생한 ‘친환경 농산물 레시피북’이 나왔다는 소식은 균일하고 무미건조한 단체급식의 풍경에 따스한 변화를 속삭인다.

이 특별한 레시피북은 지역에서 농사지은 친환경 농산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계절 음식들의 기록이다. 들깨의 고소함을 품은 들깨무채국, 아삭거림이 일품인 시래기볶음, 햇배추로 빚는 고소한 쌈… 밤마다 작은 주방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조리 소리처럼, 책장을 넘길수록 읊조리듯 따라할 수 있는 친숙한 요리법들이 손에 잡힌다.

공동급식지원센터의 이번 기획은 아이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어떤 농부의 손에서 자랐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조리원들과 영양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연구하고 만든 레시피들은 지역 농민들의 땀방울을 담아내고, 급식 현장에서 벌어지는 진짜 풍경을 조심스레 그려낸 정성의 결과다. 단순히 음식의 재료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밥상 위에 바로 놓인다.

최근 몇 년, ‘지방 소농의 활력’, ‘먹거리의 다양성’이라는 말이 쉽게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학교·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급식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는 아직 더딘 것이 현실이었다. 공산품이거나 원산지가 뚜렷하지 않은 식재료로 채워진 밥상, 그 속에서 급식 종사자는 늘 시간과 비용에 쫓기고, 먹는 이들은 식탁 위의 음식을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안양·군포·의왕·과천 지역 급식지원센터의 움직임은 잔잔한 변화의 첫 물결이 될 수 있다. 지역 농가에서 직접 조달한 무공해 채소, 제철 곡물은 기존 대형 식자재 업체 위주의 공급 채널을 무너뜨리고, 신선함과 영양,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전국적 사례로 제시했다. 단순히 식단에 ‘좋은 재료를 써봅시다’가 아니라, 이를 위한 구체적 노하우(레시피)와 현장 경험이 뒤따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레시피북이 선사하는 가장 큰 매력은 ‘늘 보던 식재료’에서 시작해 ‘색다른 식단’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이다. 순무의 단정한 흙냄새, 들기름을 두른 호박나물, 투명하게 맑은 감자된장국의 국물 – 지방 농민들 손끝에서 자란 땅의 시간들이 조용하고 진하게 담긴다. 급식센터가 단순히 음식만을 공급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과 세대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따스한 장면들이다.

기존 언론에 드물게 보도된 농산물 레시피북 사례들과도 비교해 본다면, 수도권 근교 중소도시에서의 집단적 실천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징후도 보인다. 남도 한 켠,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비슷한 시도가 존재했다. 그러나 수도권 동남부, 공장과 신도시, 자연의 틈바구니에서 지역성에 집착하며 안전 먹거리를 강조하는 이런 노력이 ‘도농 복합’ 지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새삼 되짚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센터 관계자는 “아이들과 주민들 모두가 농사의 계절을 알고, 제철 먹걸이의 맛을 느끼는 것이 진짜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시설 조리실에선 눈에 띄지 않지만 작은 변화들이 쌓인다 – 감귤의 상큼함이 급식 데이마다 입안에 번지고, 군포 사과농장의 빨간 사과는 간식처럼 나뭇가지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음식의 생산과정, 나아가 농부의 삶까지 함께 배운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급식 사업이 아니라 지역 문화운동의 작은 씨앗으로 읽힌다.

친환경 레시피북의 발간은 현장 조리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조리 과정의 난이도를 낮추고, 현지 식재료의 계량법 및 저장법, 알레르기 예방 예방법과 같이 생활 밀착형 팁까지 빼곡히 담았다. 영양 담당 교사뿐 아니라 가정주부들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구체성과 실용성을 고루 갖췄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구체적 요리법을 통해 이어지는 셈이다.

급식지원센터가 기획한 이번 레시피북이 ‘외면받던 지역 농산물의 부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미 유사한 움직임이 타지역에서 서서히 번지는 상황에서, 각 지역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계가 동반된다면 이는 일회성 행보로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논과 밭, 그리고 식탁이 하나의 순환 고리로 이어질 때, 우리 먹거리 문화에도 봄처럼 싱그러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월동 준비를 마친 텃밭처럼, 지역 식탁의 풍요로움이 어떤 맛과 풍경으로 피어날지 조용히 기대해 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안양군포의왕과천, 지역의 밥상을 바꾼다 – 친환경 급식 레시피북의 온기”에 대한 7개의 생각

  • panda_expedita

    레시피북 나왔다고 급식이 갑자기 맛집 되나? 걍 기대 안 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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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voluptatem

    …이런 움직임이 실제 농업 구조 변화에 얼마큼 기여하는지 통계자료가 궁금합니다. 정책 차원 지원 없이는 미미하지 않을까요? 진정성 있는 시도를 응원하며, 현장 반응도 다뤄졌으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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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에는 지자체 예산이라는 쇼맨십. 레시피북은 내는데 급식 전수조사는 쏙 빼먹죠. 농민과 조리원은 누가 챙기나요? 우리나라 급식의 미래도 레시피북 밑에 한 줄로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진짜 물가 오르고 정책은 이벤트성… 정작 현실 변화는 미미. 사진 예쁘게 찍히는 거에만 집중하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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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급식에 친환경 재료라… 요즘 예산 문제 때문에 다 어려운데 현실 반영은 제대로 했는지 궁금함. 자칫 고생만 더 시키는 거 아님? 🤔 문제는 구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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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급식이란 게 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사업이 됐는지… 레시피북 한 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고 봅니다. 조리원 교육, 농가 연계, 실질적 지원까지 가야 하는데 이런 단편적 시도만 계속 보고 있으니 답답하네요. 그만큼 우리나라 식문화 현장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급식이 진짜, 제대로 바뀌길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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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급식드디어 변할까 기대됩니다👍🤔 근데 그전에 조리사 처우 개선도 같이 해주셔야 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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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급식 맛 좀만 개선되면 신문에도 안 나올 텐데…ㅋㅋ 모두 힘내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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