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라이트, 리듬을 뒤흔드는 영화의 마법사
영화계에서 에드가 라이트(Edgar Wright)만큼 자신만의 색깔이 또렷한 감독은 흔치 않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쿨하다. 전형적인 장르의 틀, 익숙한 장면들조차도 그의 손에 닿으면 완전히 새로워진다. <샤운 오브 더 데드>의 호러 코미디, <핫 퍼즈>의 블랙 유머, <베이비 드라이버>의 리듬감 넘치는 추격전까지. 관객은 보기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템포와 유쾌함에 빠져든다. 이번 리뷰 기사는 라이트 감독만의 스타일과 그가 영화에 남긴 영향력, 그리고 최근작에서 보인 새로운 시도까지 세세히 짚었다.
핵심 키워드는 역시 ‘리듬’과 ‘스타일’. 에드가 라이트의 영화에는 음악이 흐른다. 단순히 삽입곡이 아니다. 컷 전환, 액션, 심지어 총격전까지 배경음악과 혼연일체.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주인공이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카체이스마저 음악 한 소절에 맞춰 편집된다. 직접 만나보면 라이트 감독 자신도 음악광. LP 수집에 진심이고, 직접 뮤직비디오도 감독한다. 리듬감이 생활화된 사람. 그래서 그가 만든 액션은 흔하지 않다. 흔드는 카메라, 겹치는 장면, 박자에 맞춘 컷 분할. 보고 있으면 좁은 방 안에서도 세계가 넓게 느껴진다. 90분이 금세 지나간다.
영국식 유머는 포인트. 2000년대 초반 <코니 판다>로 시작된 영국 코미디의 뻔뻔함, 그리고 <뜨거운 녀석들>에 이르기까지, 라이트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농담을 자연스럽게 삽입한다. 대사 한 줄, 표정 한 컷에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흘려보낼 수 없다. 폭력, 부조리, 시대 분위기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장치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시각적으로 예쁘게, 동시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시나리오와 편집의 일치를 추구하는 실험정신도 빠질 수 없다. 장면 장면을 이어 붙이는 몽타주도 자유롭고, 상상력 넘친다. 동일한 공간과 시간이 반복돼도 새로운 감각으로 느껴진다.
최근작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는 이런 스타일의 변주. 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심리호러와 뮤지컬, 미스터리를 뒤섞었다. 과감한 빛과 색, 거울과 조명의 교차. 기존의 ‘코미디-액션’ 시그니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시도다. 옛 클래식 곡들이 영화의 에너지로 전이된다. 논란도 있었다. ‘옛 것에 대한 향수 vs 현재의 불안’ 메시지 해석이 분분. 하지만 라이트식 편집과 미장센, 음악 사용의 미학은 여전했다. 영상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흘러가고, 반전의 구조 역시 예측을 벗어난다. 영화 마니아들에겐 충분히 도전적이다.
국내 팬덤도 탄탄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밈과 클립으로 퍼지면서 라이트의 유머와 에너지에 열광하는 분위기. 특히 <스콧 필그림>의 만화적 영상미와 패러디 장면은 수많은 SNS 콘텐츠로 재생산된다. 카드뉴스, 그리고 숏폼 시대에 더욱 조명을 받는 이유다. 플롯을 압축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편집은 단순 영상 이상. 실제로 짧고 빠른 템포에 익숙한 요즘 관객에게 라이트 영화는 한 편의 ‘움직이는 카드뉴스’ 같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장르 실험과 스타일에 치중하다 보니 감정선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깔끔한 결말이 아니라 열린 결론, 혹은 등장인물의 깊이가 아쉽다고 지적하는 목소리. 하지만 이런 약점도 감독의 기조와 연결된다. 라이트는 항상 관객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클리셰를 해체하고, 장면마다 새로운 규칙을 제시한다. 덕분에 한 번 봤던 영화를 다시 봐도 새로운 발견이 있다.
전 세계 영화 셋트가 점점 거대해지고, 블록버스터 공식이 반복되는 시대. 에드가 라이트는 작지만 단단한 만듦새, 위트, 그리고 음악과 이미지의 결합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광고 영상도, TV 예능도 아닌 ‘진짜 영화’의 리듬감. 그래서 그의 영화는 오래 기억된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 변화와 도전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도 한 번쯤 꼭 권하고 싶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스콧필그림…만화 아니고 실사 제대로 살림!! 신기방기!!
에드가 라이트 감독 영화는 편집의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시각적 효과, 매 컷마다 신경 쓴 흔적이 보여요. 단호하게 감정선은 얇은 편이지만, 그게 오히려 독특함을 증폭시키는 경우도 많고요. 최근 영상 트렌드와도 찰떡. 다시 보니 새로운 디테일 발견됩니다.
베이비 드라이버,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 모두 장르를 비튼 시도가 눈에 띕니다. 라이트 영화의 영상미는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결말이 허무하다는 점, 감정선이 깊지 못하다는 단점은 감독의 스타일인가 싶네요. 영상 편집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필독서 같은 감독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 리듬감 때문에 두 번 세 번 봄. 솔직히 이런 감독 요즘 귀한 듯. 감정선 얕은 건 아쉽긴 한데, 그건 또 감독 색인 듯? 앞으로도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