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 주의 소설책- ‘엑스와이프’와 시대의 질문들

‘엑스와이프’(어설라 패럿/정해영 옮김)는 올 연말 한국 소설계에 던지는 질문이 유난히 또렷하다. 사회적 파장보다는 인간 본연의 내면에 닿는 방식이 조금은 건조하면서도 은밀하다. 이 작품은 결혼, 이혼, 여성의 자유 등 전통과 현대의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 인물이 내딛는 행보를 그린다. 최근 출간된 이 소설은 박현주 작가가 여성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해방기 시대상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개개인의 내면을 조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2025년 현재 한국 문학의 실험성을 증명한다. 기사 안에서 강조된 건, 이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21세기 독자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질문—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어디까지 주어져야 하는가—를 던진다는 점이다. 작가는 거친 사회 변화와 맞서는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언어의 층위로 풀어낸다. 이혼만을 결심하며 현실로 뛰어든 여주인공의 서사는, 단순한 해방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낡은 제도, 억압, 혼란, 희망, 때로는 부조리에 가까운 가족의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소설은 단호하게도 비관에 빠지지 않는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최근 소설들과 비교하면 ‘엑스와이프’의 미덕은 명확하다. 현실의 문제를 직접 노출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전략 대신, 세밀한 삶의 단면과 인간 내면의 사소한 불안, 기대를 입자처럼 포착한다. 지난 해 화제가 되었던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고통이 사회적 구조와 만나며 만들어내는 틈, 그리고 그 틈 속에서 스스로 발화해 나가는 인간을 주목한다. 그러나 더욱 조심스럽고, 은유적이며, 냉정한 온도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뚜렷하다. 작가는 선악, 가해·피해 구도를 애써 단순화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현실을 재단하지 않고, 흐릿한 채로 남겨 두는 용기를 갖춘다. 문장 곳곳에서 느껴지는 의도적인 공백, 대화의 생략, 결말의 여백이 그것이다.

‘엑스와이프’의 영화적 상상력은 작품해석의 또 다른 단계로 이어진다. 감독이 롱테이크로 인물의 뒷모습을 따라가듯, 서술자는 끝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불안한 걸음에 집중한다.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마이 데어링 미스터’나 ‘퀸메이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근년 들어 여성 내러티브의 새틀짜기가 명확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 소설 역시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감정의 톤은 감상에 빠지지 않고, 투명하게 현재의 언어를 통과한다. 작가가 체득한 2020년대 여성 서사의 경향, 즉 자기 서사에 대한 거리두기와 자기 고백의 모호함을 모두 갖춘다. 또한 1950~60년대 한국, 혹은 동구권 소설에서 볼 법한 역사적 재현미보다는, 지금 이곳의 독자가 겪는 실제적 불확실성, 무력감을 덧씌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감정의 밑바탕은 슬픔도, 치열함도 아니다. 오히려 담담함과 체념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이 격렬하게 흔들려가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내가 내 삶을 직접 살아낼 수 있을까?’라는 독백은 오랜 시간 한국 여성 서사의 핵심 질문이지만, ‘엑스와이프’는 이에 진부하지 않은 답으로 접근한다. 법정투쟁, 가족과의 갈등을 통해 구조적 맥락까지 짚어내지만, 고발 일변도를 피한다. 이 점이 최근 흥행한 유미리의 ‘돌봄’이나, 조남주의 ‘사하맨션’과는 선명하게 갈린다.

기사에서 소개된 다른 신간들, 예컨대 인생의 뒷골목을 비틀린 시선으로 풀어낸 ‘미완의 세계'(김우섭 저)나 세대의 소외와 청년들의 체념을 다룬 ‘가벼운 무게'(정다은 저) 등과 나란히 둘 때 ‘엑스와이프’는 오히려 가장 평범한 인물, 묵묵히 견디는 존재에서 의미를 회복한다. 문학 외부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5년 들어 경제 불확실성과 젠더 이슈, 영미권 주요 페미니즘 논의의 영향도 소설의 소재 선정과 현실 인식, 언어감각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영화나 드라마화 가능성 역시 남다르다. 이 소설의 미장센은 과하다 싶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인물에게 극단적 상황을 부여하지 않는 절제된 방식이 눈에 띈다. OTT와 드라마화 시장에 익숙한 최근 경향, 원소스 멀티유즈 트렌드와도 빠짐없이 연결될 듯하다.

‘엑스와이프’는 올해의 ‘심드렁한 명작’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게 만든다. 작가 박현주는 이혼 혹은 해방을 거창한 역사나 계몽의 차원으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질감 속에, 그 조그만 결심의 파문을 담는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오랜만에 소설이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평면적 결말을 피해가며, 각자만의 감정 언어로 이 작품은 확산된다. 시대가 교차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이별에 처하는 바로 지금, 소설은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한다. 여전히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 한도훈 ([email protected])

[광고]이 주의 소설책- ‘엑스와이프’와 시대의 질문들”에 대한 4개의 생각

  • 작가님 시선이 진짜 예리하네요👍 묵직하게 남는 분석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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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책들은 왜 다 심드렁함ㅋㅋ 시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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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또 이혼소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분석만 파고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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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바로 한국문학 현주소임! 문단선배님들 다들 심드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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