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의 함성, 도쿄에 피어난 K-POP의 빛

차가운 겨울바람이 교도쿠구를 지나 국립경기장 위로 스미다강처럼 번져갈 때 12만 개의 시선이 동시에 하나의 무대를 바라봤다. KBS 뮤직뱅크가 도쿄 한복판을 장악한 밤,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이것은 문화의 파도—그 끝없는 K-POP의 서사가 일본이라는 거대한 섬을 가로지르는 순간이었다.

도쿄 국립경기장, 2025년 12월. 오늘의 주인공은 스타가 아니었다. 앵글 너머에서 환호를 보내던 모든 관객, 이따금 울컥해 입을 가린 그 청년, 핸드폰 플래시로 밤을 물들인 수만의 손길이 우리 시대의 증인이었다. 12만 명, 그 숫자에는 ‘압도’라는 단어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뮤직뱅크 월드투어의 세 번째 도쿄행. KBS가 준비한 K-POP의 퍼레이드는 습관처럼 울리는 ‘한류’라는 말조차 낯설게 만들 만큼 진화했다. 정해진 서열도 없고, 국적의 벽도 무너진 공간에서 BEYOND, ILLIT, 엔하이픈, 뉴진스, 나이브, 르세라핌, NMIXX,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제로베이스원이 하루 밤, 같은 별자리를 그렸다.

일본 현지 팬들의 열광만이 이 밤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2020년대 중반, K-POP은 CD 차트와 스트리밍을 넘어 예술과 일상, 정체성과 꿈의 무대를 직조하는 거대한 사회현상이 되었다. J-POP이 주춤한 사이, 현장엔 ‘팬’, ‘후렴구’, ‘OOTD’라는 언어마저 국경을 넘어섰다. 단지 한류의 확장, 혹은 문화 수출의 성공담으로만 이 장면을 읽는 건 온기가 부족하다. 어느새 우리는 서울에서 오사카, 싱가포르에서 LA, 그리고 도쿄로 이어지는 K-POP이라는 빛의 궤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한 명의 팬, 한 곡의 안무, 한 줄의 응원문구가 온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한국의 어린 연습생들이 눈물을 참고 무대에 섰을 때, 도쿄의 누군가는 행운을 빌고, 파리의 누군가는 같은 밤, 같은 노래를 부른다.

음악을 통한 연결은, 결국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무지갯빛 무대 조명은 단순한 이펙트가 아닌 ‘서로를 껴안는 언어’가 된다. 이렇게 모인 12만은 공동의 추억을 만들었다. K-POP 세계관 속 일렁이는 감정의 파장은 일본 엔터테인먼트산업 곳곳에도 스며들었다. 빌보드 재팬, 오리콘 등의 기록을 보면 한국 아이돌의 치솟는 인기는 단기 트렌드를 넘어 일종의 문화적 전환점으로까지 해석된다. 일본 무대 양식, 댄스, 스타일, 심지어 팬문화의 결까지 K-POP이 가져온 변화는 언뜻 보기에 미묘하지만 오래된 파문처럼 확장되고 있다.

문화는 원래 ‘흘러가는 것’이면서도 ‘뿌리내리는 것’이다. 한류의 새 물결은 이제 더 이상 소비되는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 도쿄 국립경기장을 찾은 수만의 젊은이 속에는, 언젠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싶은 ‘미래의 주인공’들도 있다. KBS 뮤직뱅크의 투어는 어쩌면 공연일지 모르지만, 그 무대 위에서 관객과 아티스트, 제작자와 미디어, 누구도 완전히 ‘밖’에 있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밤, 하나의 현실을 함께 만든다.

일본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어’로 노래하고, 가로수길 스타일에 스트릿 댄스를 추고, 응원법이 현지어와 섞여 울려 퍼질 때, 경계는 더 이상 의미 없어진다. 물리적 국경과 정신적 거리, 두 가지 모두 K-POP은 음악의 속도로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 무대가 남긴 진짜 유산은 ‘포함’이다. 작은 방에서 시작된 안무 영상 한 편, 댓글 한 줄, 응원봉 하나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빠르고, 격렬하지만, 은근하고 따뜻하게.

KBS 뮤직뱅크 도쿄 특집을 계기로 또 하나의 역사가 써졌다. 그 중심에 한국인 아티스트만 있지 않다. 국적을 불문한 팬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성, 현지와 글로벌을 오가는 제작자의 선택까지—K-POP의 힘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마다 새롭게 정의된다. 거리의 방황과 불안에 시달렸던 세대, 오롯이 자신의 세계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에게 이 밤은 위로이자 반짝이는 빛이었다. 문화, 그리고 음악. 고요하게 도쿄의 밤을 감싸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를 기다란 선율로 잇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정다인 ([email protected])

12만의 함성, 도쿄에 피어난 K-POP의 빛”에 대한 5개의 생각

  • 와우!! 12만명이라니!! 대박!! 🎶🎶 멋지다 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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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스타디움이 한국 가수들로 꽉 찼다니🤔 진짜 K-POP 파워 실감하네요!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문화 수출 이 정도면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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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만이나 모였다고요?ㅋㅋ 일본이랑 한국 문화차이 진짜 좁혀지네…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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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춤법 좀 신경 써줘요!! 오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기사에 감탄합니다😊 K-POP이 국력을 대변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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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경기장이 아니라 감성경기장이라 해야 될 듯!! 문화가 무너지면 정치도 따라온다는데, 앞으로 국제관계도 많이 흥미로워질 거 같네요! K-POP 만세!! 아 그리고 티켓 구하기가 진짜 전쟁이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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