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넘보는 환율, 달러 약세에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경계선에 서다

원·달러 환율이 2025년 12월 중 1,500원을 눈앞에 두고 급등하며 금융시장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주요 경제 지표와 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심리적 불안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97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5년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며,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고점을 연상케 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달러 인덱스가 다소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원화는 그보다 훨씬 빠른 순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자체 이탈 현상, 즉 이머징 마켓 내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펀더멘털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국내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2025년 4분기 연속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되면서, 외화 유출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수출입 환경 역시 녹록치 않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의 둔화 및 대외 불확실성 탓에 무역 수지 개선의 속도는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된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미 연준과의 격차가 1.75%p까지 벌어진 상태다.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고는 있으나,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자본 유출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이 원화 약세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들어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원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주변국, 특히 북한의 군사적 시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 그리고 중국의 경기 둔화 신호는 한국 금융시장에 심리적 충격을 준다. 국내 정치 역시 경제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금융 정책 불확실성과 거버넌스 리스크는 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대외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의 강세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외환보유액 역시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나, 단기 외채 등 유동성 수요가 확대될 경우 방어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제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원화에 대해 단기적으로 추가 약세를 전망하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번 원·달러 환율 급등이 실제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들에 이익 구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수입물가 상승 및 에너지·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이될 우려도 크다. 특히 원유와 곡물 등 국제가격이 더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서민 경제에는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5%를 넘어섰으며, 하반기 봉쇄된 수입물가가 추가로 레벨업 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방어를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도 주목해야 한다. 일시적 시장 안정조치(스무딩 오퍼레이션) 외에 실효성 있는 구조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외환보유액 운영의 유연성 강화, 단기 자금 유출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정책 일관성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 안정이 급선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 외화 유입 동력 회복이 절실하다. 즉, 혁신 산업 경쟁력 강화, 해외자본 신뢰 회복, 정책 신뢰성 유지 등을 통해 펀더멘털을 개선해야만 ‘외환위기’ 연상 심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의 환율 흐름은 1997년과 2008년과는 다르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당시에는 국내외 시스템 리스크와 신용경색, 유동성 고갈이 복합적으로 전개됐다. 2025년 현재, 한국 경제는 외환보유액 규모 및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국내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성장둔화, 지정학 리스크, 정책 기대 약화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위험은 여전하다.

최근 환율 급등 사태는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정책 신뢰 재정립 및 경제체질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단순 수치 이상의 함의를 지니며, 글로벌 투자자 및 시장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회적 변동성 대응을 넘어 거시적이고 선제적인 퍼셉션 관리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임재훈 ([email protected])

1500원 넘보는 환율, 달러 약세에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경계선에 서다” 에 달린 1개 의견

  • fox_necessitatibus

    아 또 오름 ㅋㅋ 어쩌라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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