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여파, 동북아 관광지형이 흔들린다

올 겨울, 일본의 주요 관광지가 한산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지 한 달여, 도쿄·오사카 등 메이저 도시의 쇼핑 거리와 후쿠오카·홋카이도 등의 명소가 예상치 못한 정적에 휩싸였다. 지난해까지 ‘골든 루트’라 불리던 일본 여행길은 언제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활기로 넘쳐났지만, 최근 풍경은 색이 바랬다. 상점 주인들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입을 모은다.

자제령의 배경은 외교적 긴장이지만, 영향을 받는 건 누구보다 현장 소비와 관광 산업이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의 11월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은 뒤로 처음으로 중국인 방문객 수가 40% 이상 급감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 도톤보리, 오사카성 같은 대표 명소들도 체감 관광객이 20% 이상 줄었다는 통계가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 손님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패션 매장, 식당가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상점은 근무시간 단축, 임시휴업까지 검토 중이다.

동북아 관광시장의 역동성은 의외로 ‘국가 간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일본은 한중일 구도를 중심으로 방한·방일 관광 수요를 효율적으로 확보해왔지만, 최근 몇 년 간 미·중 무역갈등, 한일 관계 악화, 그리고 올해 터진 난징시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논란 등으로 분위기가 한층 불안해졌다. 이런 외부 변수에 의존적인 만큼, 현지 관광업은 생존을 위한 변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대만·동남아·유럽 관광객 공략, 체험형 투어·프리미엄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는 중이다.

패션 및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흔히 ‘따이궁’으로 불리는 중국인 구매 대행업자들의 출장, 유학, 비즈니스 여행도 급격히 줄어들며, 쇼핑 명소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류 아이돌, K-패션 중심의 쇼핑몰이나 편집숍들은 중국 대신 대만, 동남아, 국내 소비자 특화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시장 교체’가 본격화됐다. 트렌드 분석에 주목하면, 여행객이 줄면 매장 내 ‘체험형 소비’—예를 들어 한정판 굿즈, 퍼스널 스타일링, 오리지널 체험이벤트 등—에 대한 수요가 미약해지는 특징도 있다. 실제로 하네다공항의 명품 매장은, 인기 해외 관광객의 부재로 할인 행사와 회원제 서비스를 앞세웠지만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소비자 심리에도 섬세한 균열이 생겼다. 항공권·숙박료 등 일본행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되면서 한국·대만 젊은 여행자들이 ‘틈새타기’ 특가를 이용해 여행을 계획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반면 현지 스몰 브랜드와 소규모 게스트하우스 등은 예약 취소가 속출하며 우려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 이상의 ‘경험 경제’ 그 자체다. 메가트렌드가 흔들릴 때, 소비자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는 점이 이례적이지 않다. 일본 내 젊은 세대는 빈 상점을 배경으로 한 SNS 인증샷을 통해 ‘언크라우디드 재팬’을 새로운 경험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 동북아 관광산업의 ‘진짜 대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어비앤비와 직접 거래하는 현지 경험 상품, 지역 로컬 프로모션, 친환경·슬로우 투어리즘 등 지속가능한 모델 발굴이 관건이 되고 있다. 또, 코로나19에서 학습한 교훈처럼 ‘국가 리스크’에 덜 휘둘리는 개별 맞춤 여행, 비대면 예약 시스템, 로컬 브랜드 협업 등이 각광받는다. 일본 관광청 관계자들은 중국인 대체가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질적 전환’을 최우선 키워드로 잡았다. 실제로 미주·유럽에서 온 개별 자유 여행객이 늘면서, 커스터마이징된 여행 상품과 지역 공동체 중심 관광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긴장과 회복, 제한과 창조성이 뒤섞인 2025년 겨울, 일본 관광 현장은 거대한 변환점 한가운데에 있다. 무엇보다 ‘관광객의 국적’이 아닌 ‘경험의 깊이’가 남을 시대로, 트렌드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곧 새로운 소비 패턴의 실험대가 되고 있음을, 한산한 오사카 거리와 달라진 쇼윈도가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여파, 동북아 관광지형이 흔들린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하루빨리 여행 시장이 다양화되길 바랍니다. 일본 현지 상인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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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말 한마디에 이렇게 주저앉는 일본 관광;; 역동적이라더니 리스크도 엄청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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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_deserunt

    여행가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한산한 게 장점일지도ㅋㅋ 그치만 현지에선 진짜 비상일 듯요. 중국-일본 둘다 변화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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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tempora

    관광시장이 외교 이슈에 영향을 이렇게 많이 받는다는 게 좀 놀랍네요🤔 이제 일본도 단체관광 말고 개인취향 기반 서비스가 더 중요해질 듯! 앞으로 여행 트렌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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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참에 일본도 반성 좀 했으면… 앞으로 외교 한방에 흔들릴 구조는 너무 위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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