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온 도박, 학생들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

중학생 수연(15·가명)이 처음 도박을 접한 건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본 광고 덕분이었다. ‘한 번만 클릭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에 마음이 혹했다. 단순한 클릭이 시작이었지만, 이후로는 내기 게임을 즐기던 온라인 채팅방, 그리고 작은 금액을 걸고 벌이던 게임으로 이어졌다. 수연이는 나중에야 자신의 행동이 ‘도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미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런 ‘소소한 게임 내기’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2025년,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 도박’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0대 청소년 중 도박 경험을 가진 비율이 7%를 넘었고, 특히 스마트폰·온라인 매체를 통한 유사 도박 경험률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규제가 느슨한 SNS, 게임 아이템 거래, 그리고 사행성 요소를 담은 온라인 콘텐츠들이 어린 학생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부모와 교사들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학생들은 ‘이런 건 다들 해’라며 쉽게 경계를 넘는 시대다.

교육계는 현실적 위기감에 학교 수업에 도박 예방 요소를 적극적으로 녹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 여러 학교에는 ‘학생 도박 예방 수업’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도박이 범죄라는 표면적 경고를 주로 강조했다면, 이제는 더 생활밀착형·사람중심의 접근법을 택했다. 수업에서는 ‘나와 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익명 사례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느낌을 말하고 토론하게 한다. 예컨대, 내기 문제로 친구와 갈등을 겪은 학생의 일기장, 모바일 게임 내 사행성 결제의 후회담, SNS에서 시작된 도박 모임 메시지를 분석하면서 어린 시절 조그만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세 명이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게임 머니를 사며 발생한 피해를 숨기지 못하고 스스로 교사에게 털어놨다. 이후 해당 학교는 경찰서·지자체·청소년 상담센터 등과 손잡고, 도박중독 예방 전문가와 경험자의 생생한 증언을 교실로 들여왔다. 수업에 참가한 2학년 학생들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내 주변에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걸 알았다”며 충격과 경각심을 동시에 표현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스스로 한 행동의 의미를 자문하게 하는 ‘사람 중심 연결’이 이번 교육의 핵심이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순히 법적 규제나 승인 여부를 넘어서, 미성년기 정체성 형성과 깊게 얽혀 있다. ‘쉬운 재미’가 주는 유혹, 친구와의 소속감, 부모·교사와의 소통 단절, 실패와 좌절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도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단순한 경고나 윽박지름 대신, 또래 친구들과 감정을 나누며 선택과 후회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 각국도 마찬가지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교육 당국이 교실에서 ‘리스크 감수성’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정서 교육을 시작했다. 게임, 광고, 유튜브 등 학생 일상과 맞닿은 실제 상황을 가져와 직접 연기해보기도 한다. 한 호주 청소년 복지 단체는 “어린 시절 감정 체험이 올바른 선택 습관을 만든다”고 강조하며, 단기 규제보다는 장기적 관계 회복과 예방이 본질이라 진단한다.

학생 스스로 ‘나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경각심 주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청자가 되어야 한다. 익명 상담 창구, 또래 조력자 프로그램, 감정일기 쓰기 등 자발적 참여 체계를 늘리자는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도박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감정의 흐름과 실패의 경험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 그것이 교실로 들어와야 한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주는 성인, 아픔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을 때, 아이들은 위험을 이겨낼 힘을 조금씩 얻는다.

우리는 지금 학생들의 미래와 습관을 지키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는 교육·복지·가정의 협력을 요구한다. 학교 수업에 도박 예방을 녹이는 시도는, 단순히 위험을 막는 일이 아니라 성장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이야기, 그리고 그 안의 감정에 진심을 담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게 된다. 오늘의 첫걸음이,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교실에 들어온 도박, 학생들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에 대한 4개의 생각

  • 학생 도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와중에 지금에서야 수업에 예방법을 넣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닌지 생각이 드네요. 가정과 사회, 교육계 모두 그동안 얼마나 방관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봅니다. 교사들만 짐 지우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꼭 필요합니다. 이런 현실,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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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기사 너무 유익해요! 도박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점, 그리고 예방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 다시 느끼고 갑니다 😊 선생님들, 학생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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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현실이네요. 시대가 달라졌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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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학생들 진짜 위험하다. 단지 규제한다고 될 일이 아님. 감정적인 케어랑 사회적 연결고리가 진짜로 필요한 거네. 무책임하게 애들 탓만 할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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