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엔조 마리, 필요한 것만 남긴 디자인의 미학

‘엔조 마리의 디자인에는 과장이 없다’는 문장이 이탈리아 디자인계 거장 엔조 마리(Enzo Mari)의 본질을 가장 단정적으로 요약한다. 이름만으로도 기능성과 미니멀리즘,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독자적 미감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유산은 2020년 타계 이후 오히려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된 마리의 대형 회고전 현장을 관통한 감각은 한마디로 ‘불필요한 것은 일절 덜어내는 창의적 절제’였다. 전시 공간은 알록달록하거나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무엇이 빠졌는가’에 주목하게 만든다. 종이가 주재료가 된 조립형 가구, 벽을 따라 늘어선 노란색 포스터, 약간 투박한 각진 모서리. 마리가 남긴 흔적은 손쉽게 흉내 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고민의 농도가 진하게 우러난 미니멀리즘 그 자체다.

‘과장이 없다’는 평가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 첫째, 마리 디자인이 보여주는 미니멀리즘은 결코 안일함이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 한 번 더, 본질을 파고드는 집요한 ‘제거의 미학’이다. 그가 학생들과 공유한 작업 노트나 도면, 그 위에 흐릿하게 남은 연필 선들은 기능적 필연성만 남기겠다는 의지의 투명한 증거다. 사물의 가장 본질적 형태, 그리고 맥락 없는 장식의 배제로 얻은 무거운 무게. 이는 한때 이탈리아 가구 산업을 덮쳤던 극도의 장식성, 소재의 사치와 완전히 결별한 태도다. 최근의 글로벌 인테리어 트렌드처럼 겉멋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 한국 디자인계에 던지는 선명한 화두이기도 하다.

엔조 마리가 남긴 오브제들, 예컨대 그의 스테디셀러인 ‘아쿠아리우스 양동이’,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자급자족 가구’ 시리즈 등은 기능과 형태의 최대공약수를 구현한다. 오늘날의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또는 산업디자인에서 말하는 ‘적당한 미니멀리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마리는 “이쯤이면 예쁘고 실용적이겠다”는 상업적 타협이 일체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시된 그의 설계도나 프로토타입에서조차, 화려한 곡선 하나 없이 근본으로만 돌아간다. 마리는 단지 유행을 선도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가치와 철학을 시장체제의 질서 바깥에서, 혹은 그저 일상적인 소비패턴과 무관한 지점에서 추구했다. 그의 디자인은 ‘기능적이지만 아름다움도 잊지 않으려는’ 보통 디자이너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쓸모’에서 한 번 더 걸러지는 것, ‘왜 이 재질이어야 하는가, 왜 이 선이어야 하는가’의 시비 끝에 고스란히 남은 오브제만이 공간을 채운다.

마리의 작업이 응집하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는 오늘날 더 귀하다. 1960~1970년대 이탈리아 사회의 정치적 혼란과, 동시대 ‘공산주의 생활처럼’ 단순하고 집단적인 삶을 동경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반복적으로 ‘공공의 아름다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이번 전시에서도 현장에 방문한 젊은 관객들이 자주 멈춰선 대목은, 바로 이런 시대정신의 궤적이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쉽게 만들고, 쉽게 쓰고, 오래 쓰자’는 마리의 신념은 현대의 지속가능성 논의와도 가장 정확히 닿아 있다. ‘공용 포스터’, ‘DIY 제작 설명서’ 등 누군가의 생활에 실제로 파고드는 실천형 아트피스들은, 오늘날 AI 자동화, 디지털 매시업, 가구 대중화에서 한참 멀어진 새로운 가능성의 여백을 다시 환기시킨다. 특히, 1974년 발표한 ‘자급자족 가구’ 프로젝트는 자신이 고안한 설계를 누구든 받아 적어 실제로 가구를 만들 수 있게 열린 도안을 나눠줬다. 이는 소유욕·시장경제·일방적 예술소비라는 3중의 벽을 흐트린 혁명적 시도였다. 지금도 해외 디자인 커뮤니티와 DIY족, 사회적 디자인 사조에서는 엔조 마리의 이 작업을 ‘참여적 디자인’의 공식적 시초로 꼽는다.

엔조 마리의 언어와 시선에는, 스스로도 원치 않은 단어나 해석이 달라붙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장인정신이 배어 있다. 전시장 곳곳, 오브제 옆에 설치된 설명문들은 ‘과장은 없다’는 이명聲을 사실로 보증한다. 과하거나, 얕거나, 자의로 편집된 해석은 어디에도 없다. 있어야 할 것만 남고 불필요한 것은 사라진 자리에, 오로지 사물만이 놓여 있다. 이 간명한 미적 결기는 국내 인테리어 트렌드가 ‘이 스타일은 유행이니까’, ‘비싸야 좋은 것’이라는 식의 편견과 결별하는 데도 시사점을 남긴다. ‘엔조 마리의 디자인에는 과장이 없다’는 선언은, 스스로를 꾸밈없이 바라보고 가치를 우선하는 삶과 창작의 태도를 시대 너머로 던져준다. 어디서든 번질 수 있는 ‘미니멀리즘’이라는 공허한 이름 앞에서, 마리의 유산은 답을 제시한다. 상업성의 레토릭과 ‘필요’의 본질을 혼동하지 않는 디자인. 모든 사물과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없앴다’고 선언하는 부분에까지, 깊은 신뢰를 부여하게 되는 이유다.

(엔조 마리의 디자인 철학은 과장이 사라진 시대를 질문한다)

[광고]엔조 마리, 필요한 것만 남긴 디자인의 미학”에 대한 6개의 생각

  • 철학있다 말은 쉽지 결국 다 시장가고 소비되고 끝, 미니멀도 결국 빈티지 시장가면 프리미엄 붙억ㅋ 과장이 없지만 판촉은 있지. 세련된 냉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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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끔해서 좋긴함ㅋㅋ 이참에 방도 싹 좀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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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깔끔함 ㅋㅋ 집 인테리어 저렇게 될수 없냐… 넘 비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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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멀 미학 좋긴 한데 돈도 미니멀하게 받고 팔아야 진짜지… 현실은 정반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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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적 미니멀? 듣기 좋지. 난 그냥 심플하게 사고싶음!! 과장이 없긴 한데 가격은 대부분 과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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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인테리어도 언젠가 과장 좀 줄었으면… 미니멀 클래스로 들어보고싶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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