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은빛 인생 런웨이에 서다
나이를 고스란히 담은 은빛 머리와 주름진 미소, 그리고 시크한 워킹까지. 최근 서울 청담동 한복판이 새로운 런웨이로 변했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젊은 셀럽이나 프로 모델이 아니라 자타공인 시니어들이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이로 모델로 데뷔한 60~80대 여성들은 화려한 드레스,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 레트로풍 슈즈 등 올겨울 트렌드 아이템을 멋지게 소화했다. “나이도 패션의 일부”라는 말이 진짜 현실이 되는 순간, 트렌디함과 삶의 경험이 섞여 빛나는 장면이 바로 여기였다.
국내 패션계는 유행을 좇던 과거 공식에서 벗어나 이제 ‘액티브 시니어’ 세대와 함께 진화 중이다. 2025년 들어서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사회적 다양성을 강조하며 나이 든 모델을 기용하는 추세다. 샤넬, 구찌, 프라다 모두 60대 이상의 모델을 주요 캠페인에 세웠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브랜드 대표는 “패셔너블한 삶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런웨이 위의 시니어들은 자신감으로 무장했고, 그 에너지에 현장 관객들도 박수갈채를 보냈다.
현재 패션시장은 변곡점이다. 단순히 ‘어르신복’, ‘실버패션’이라는 뻔한 콘셉트에서 벗어나, 이른바 ‘에이지리스(Ageless)’라는 키워드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시니어 타깃 라인을 따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컬렉션 개발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강해졌다. 그 중심엔 실제 트렌드를 리드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인스타그램 기반의 #그레이해시태그에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다”는 중장년 세대의 인증샷이 쏟아질 만큼, 시니어 패션은 더 이상 수줍은 취향이 아니다.
이날 런웨이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아이코닉한 실버 컬러 헤어와 볼드 액세서리. 깔끔한 블랙 롱 코트에 키치한 스카프 하나만 둘러도, 은은한 펄감이 섞인 모노톤 슈트 한 벌만 입어도 무심한 듯 시크했다. 옆자리 관람객은 “괜히 따라 해보고 싶다”며 감탄, 젊은 관람객들도 즉석에서 SNS 스토리를 올리며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 입어야지’라며 다짐하는 모습이 바로 이 행사의 영향력을 말해준다. 올겨울 가장 핫한 셀러브리티는, 어쩌면 이제껏 패션의 조연이었던 시니어일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시니어들의 워킹은 젊은 모델들과는 달랐다. ‘클래식’과 ‘자신감’, 그리고 삶의 내공이 더해져 유니크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현장 참석 패션 관계자들은 “잔잔한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했다”는 평을 남겼다. 실제로 글로벌 외신에서도 한국 시니어 모델들의 등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패션 대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흐름이 강해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시니어 패션에 특화된 브랜드들이,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와 협업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중장년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셀럽 마케팅’, 연령 무관 쇼핑몰의 매출 급증 등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시니어 전용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유입률은 전년 대비 55% 가까이 증가했다.
결국 이 흐름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문화 변동임이 분명하다. 패션은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즐길 거리라는 진실을 이 작은 청담동 런웨이가 새삼 보여준다. “나는 나답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자신감 가득한 메시지. 트렌드를 앞서는 것은 결국 나이가 아니라, 오래도록 빛을 더해주는 태도와 내공이 아닐까. 은빛 인생들도 이제 패션계의 주인공이다. 다음 시즌 런웨이가 벌써 기다려진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멋지네요~ 나이 들어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진심 부러워요🙂 누구나 이렇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응원합니다!!
ㅋㅋ 새로운 세대 프레임 깨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 생각해요. 매번 똑같은 20대 모델만 보는 것도 지겹던 참이었거든요. 앞으로 시니어 패션계도 메이저 트렌드가 될지 궁금하네요!
뭐든 다 트렌드라는데…진짜 트렌드는 따로 있을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