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경계선에서: 청북읍 한전 MCS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동행이 남긴 질문
12월의 바람은 겨울의 냉기를 머금고 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선 묵직하게 따뜻한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청북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한전 MCS 서평택지점이 손을 맞잡고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 사실은 바로 그런 움직임 중 하나다. 탈상업적 목적을 강조하는 민관협력의 현장이 또 한 장의 기록으로 남은 셈이다. 전력관리 업무에 집중해야 할 한전 MCS가 왜 복지 현장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왜 민간기업과 손을 잡았는지. 단순한 기부의 선 넘은, ‘함께 한다’는 말의 무게가 되새겨진다.
이 사업의 주요 골자는 명확하다. 법 제도 안에서 손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 즉 복지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주민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전 MCS 서평택지점은 전기 안전점검이나 계량기 검침 등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제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마주한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전선 위를 오가던 이들의 시선이 ‘데이터’가 아닌 ‘생활’로, 전류가 흐르는 곳이 아닌 사람이 사는 곳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단순한 CSR활동과는 결이 다르다. 협의체는 기존 공적 지원의 사각지대를 찾고 지원하는 노하우를, 한전 MCS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삶의 단면을 제공하면서 서로의 취약함을 보완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용어엔 늘 행정의 한계, 그리고 시스템의 벽이 깃들어 있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복잡한 심사와 자격 요건, 촘촘하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으로 인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자꾸만 배제되는 문제와 늘 맞닿아 있다.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 이 두 가지는 각자의 언어로 소외를 증명해낸다.
이번 지원사업은 그 틈을 메우려는 시도이며, 무엇보다 놀라운 건 미끄러지는 계층이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단발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 현장관찰과 발굴이라는 흐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계속성’과 ‘확장성’ 두 가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이 포인트에서 다른 지역들의 최근 유사 시도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용인시와 남양주 등지에서도 비슷한 민관협력 복지 발굴 사업이 진행됐으나, 일부는 보여주기식으로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업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사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문제의식이 필수적이다. 청북읍 협의체와 한전 MCS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문제의 탈피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엄연히 ‘생활 속 필요’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해, 사각지대 주민의 실제 필요에 맞춘 지원을 고민했다. 여기서 현장보고와 사례 공유, 타기관 협력 및 이후 관리까지 구체적인 프로세스 구축이 이뤄졌다는 게 인상적이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행정의 간극을 메우는 일회성 사업이 어느 시점까진 깊은 의미를 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지역 내 사회 안전망이 민관의 자발성에만 의존하게 될 우려는 분명 존재한다. 한전 MCS 같은 공기업 성격의 기관에서 출발한 지원정책이 장기적으로 시스템화되지 않는 한, 자칫하는 순간 담당자의 흥미나 예산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현장 접점은 전국적으로 평균치를 밑돈다는 평가도 있어서, 청북읍의 이 성공 사례가 전국적 복지 거버넌스 혁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 제도설계와 데이터 공유 시스템까지 확장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한 차원 성숙해야 한다. ‘은혜’의 언어가 아니라 ‘권리’의 프레임으로, 캠페인이나 모금운동 이상의 조직적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협업이 남긴 흔적들을 하나하나 복기하면, 공공기관은 잠재적 복지 사각 사례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며, 사회복지 협의체는 그 데이터를 토대로 현장 중심의 맞춤형 개입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예고편처럼, 미래 복지 정책의 상상도를 그렸다. 홈페이지 한편에 올리는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말없이 살아가는 이웃들과의 동행,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온기가 진짜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남는다. ‘함께 한다’는 구호가 가장 진짜로 도달해야 할 곳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도훈 ([email protected])


민관이 이렇게 협력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한전 MCS가 전기만 보던 회사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모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