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상처 위에 남겨진 목소리, 기억을 꺼내는 울림

2014년 발표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지금 다시 깊은 대화의 중심에 선다. 1980년 5월 광주를, 차마 눈을 돌릴 수 없었던 피해자의 시점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이 소설은 국내외 평단 모두에게 큰 충격과 숙연함을 안긴 바 있다. 이번 5분 서평은 짧은 시간 안에,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으로, 이 작품이 남긴 울림을 다시 가다듬어 본다.

『소년이 온다』는 주인공 동호와 주변 인물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 그리고 국가적 폭력의 복판에서 인간 존재가 어떻게 무너지고 또 맞서게 되는지 그린다. 작품은 광주항쟁 당시 열세 살이었던 소년 동호의 실종을 축으로, 살아남은 자와 남겨진 자 각각의 서사를 엮어간다. 한강은 고발이나 과장에 의존하지 않고, 냉정한 묘사와 시적인 언어로 현실의 처참함을 증언하게 한다. 소년의 시선, 어른의 절망, 그리고 기억의 단절이 교차하는 구조는 참혹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속에 선함과 온기의 맥을 남긴다.

한강이 펼치는 서사적 시점의 전환은 단순한 플롯 기법이 아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현장을 거쳐가지 못했던 어른, 침묵 속에 신음하는 살아남은 자, 남겨진 유가족 각각이 ‘증언자’가 되고, 기억과 망각의 무게 사이에서 끊임없는 싸움을 치른다. 이 책은 실체적 사건 자체보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구멍”으로서의 상흔과 ‘대답을 찾을 길이 없는 질문’을 작품 전체에 깔아놓는다. 동호의 행방불명은 곧 국가폭력 앞에 무력해지는 평범한 존재의 비극,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 존엄성의 미세한 진동으로 읽힌다.

이 작품이 문학사에 남긴 가장 선명한 성취 중 하나는, ‘증언의 윤리’에 대한 작가의 오랜 사유다.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의 목소리가 오롯이 남아야 한다는 절실함, 그러나 기억을 반복할수록 목격자의 내면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새겨진다는 양가적 인식이 빼어나게 병치되어 있다. 한강은 역사의 미화도, 감상적인 추억에의 안주도 단호히 거부한다. 오히려 『소년이 온다』는 이념도, 권력도 아닌, 가장 작은 일상과 한 명의 무고한 생명에서 위로와 구원을 찾으려 한다.

동호를 포함한 아이들의 시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광주의 5월은 그저 뉴스ㆍ교과서 속 ‘이름 없는 타인’의 문장이 아니었다. 이 책이 ‘소년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남겨진 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손을 놓지 않은 이들의 연대, 절망 안에서도 움트는 희망을 작품 밖까지 뻗어가게 만들기 위함이다. 동호의 소년성은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보편적 울림이 된다. “죽음은 너를 지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그렇다. 폭력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소설은 “남은 자들이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조용히, 그러나 결코 섣부르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국내외에 번역된 이 책을 두고 많은 비판적 해석이나 사회적·정치적 관점이 다양하게 제기돼왔다. 피의 사건을 다루는 작품 특유의 서늘함과 암전은, 독자들에게도 결코 쉬운 읽기 경험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가 남기는 결론은 의외로 차분—삶의 존엄이 고통의 그림자 위에 어떻게든 남는다는 것. 이는 단순한 피해자 회고록이 아니라, 기억의 황폐를 마주한 현재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근원적 질문이다.

한강의 문체 역시 이 작품에서 섬세하게 빛난다. 감정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묘사와 동시에, 절제된 언어로 공감과 분노, 안타까움과 연민을 동시에 끌어내는 힘. 이는 영화로 치자면 묵직한 롱테이크 카메라만큼 여운을 준다. 인물의 감정선, 공간의 정적, 그리고 소리 없는 외침이 교묘히 배치된다. 아프도록 담담한 리듬과 절묘한 시점 전환은 감독이 ‘원테이크’로 긴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잡는 미장센만큼 오랜 파문을 남긴다.

문학 작품에 ‘위로’라는 말을 함부로 붙이기 어렵다. 하지만 『소년이 온다』는 끝내 ‘왜’라는 물음 앞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숙제로 돌아온다. 기억의 의무, 잊지 않을 책임, 그리고 넘어지는 이들을 다시 일으키려는 미약한 손길. 한강은 그 손길의 떨림을 슬프고도 단단하게 붙잡는다.

이 소설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의 기록으로 남는다. 광주의 5월을 담은 수많은 영화와 책이 있었으나, 『소년이 온다』만큼 섬세하게 상흔의 결을 펼쳐낸 작품은 드물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답하지 못한 질문 앞에 선다. 살아남은 자로서, 그리고 그 시절을 ‘기억해야만’ 하는 독자로서. 한도훈 ([email protected])

‘소년이 온다’ – 상처 위에 남겨진 목소리, 기억을 꺼내는 울림”에 대한 7개의 생각

  • 광주의 아픔을 이렇게 세밀하게 들여다본 소설이 또 있었나 싶네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개개인이 겪는 고통을 이어주는 한강 특유의 문체에 매번 놀랍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언어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책임을 묻곤 하죠!! 결국 소설도 우리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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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호의 시선이 이렇게 마음을 울릴 수 있다니… 작가 진짜 대단👍 읽고 나면 잠깐 멍해지는 책임ㅠㅠ #광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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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작품마다 주는 무게가 다름. 특히 이번 소설은 현실 비극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누군가의 상처를 온전히 직면하게 만듦.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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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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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작품만큼은 항상 감정적으로 흔들리네요🤔 누구나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도, 이렇게 쓰면 다르게 느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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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문체는 진짜 따라갈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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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해석이 늘 새롭네요!! 역시 작가의 힘이란 이런 데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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