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벤처투자 40조 시대’…도약의 뒷면, 리스크와 전망

정부가 제시한 ‘벤처투자 40조원 시대’의 청사진은 최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기와 맞물려 중대한 변곡점을 상징한다. 2025년까지 누적 40조원을 넘보는 벤처투자의 양적 팽창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국내 창업·벤처 생태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스피드로 자본이 유입된 격변의 국면이고, 정부 주도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그 한가운데를 장악하고 있다. 투자 기금 조성과 매칭펀드 전략은 물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확대도 포함돼 있다.

서울 및 주요 도시의 스타트업 클러스터에는 이 자금이 이미 뚜렷한 파급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하반기 기준, 바이오·AI·전기차 부품 등 신성장 산업군으로의 유동성 집중, 2024년부터 친환경 전환기술로도 영역이 확장된 패턴이 두드러진다. ‘양적 투자→질적 성장’ 공식을 정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정부는 글로벌 벤처액셀러레이터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규제 샌드박스 실험까지 병행하고 있다.

EV(전기차)·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단연 돋보이는 축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고, 유럽 벤처 대체투자금융 시장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 전기차 고속충전 인프라 스타트업, 배터리 원천소재 및 재활용 기술 개발사, 그리고 에너지 트레이딩 플랫폼 분야에서 초기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국내 주요 펀드 중 상당수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한 로컬 공급망 및 친환경 소재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K-벤처의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 전략의 현실성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투자 확대에 내재된 부작용 가능성도 드러난다. 시장 내 일각에서는 ‘묻지마 투자’와 기술력 검증 미흡, 생태계 거품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연이어 제기된다. 특히 유럽 및 미국과는 달리, 실질적인 추가 투자(시리즈 B~D라운드)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고유동성 국면에서의 후속 투자여력과 생태계 건전성, 창업자의 연속 창업(Serial Entrepreneurship) 구조 확립 등은 한국형 벤처정책의 취약점으로 반복 지적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래 먹거리 준비와 관련된 기술환경의 급변이다. 글로벌 메가트렌드인 전기차 전환, 2차전지 공급망 재편, AI-에너지 융합 등 세계적 경쟁구도를 고려할 때, K-벤처 투자정책이 단기 성과주의로 기울면 국제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민간 벤처캐피털 주도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조하고, 독일·프랑스는 ‘딥테크’ 기업에 정부 R&D 투자와 산업연계 파이프라인을 집중한다. 이에 비해 우리 정책은 여전히 초기 창업 지원과 양적 모수 확대에 집중된 ‘넓은 바다식’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초고속 충전, 친환경 전기차 부품 등 신흥 벤처유망 분야의 내부 기술경쟁력도 점검이 필요하다. 일부 유망 스타트업은 M&A와 해외 진출에서 그룹사·정책기관의 관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자체 브랜드 구축 및 글로벌 특허/규제 협상 경험이 부족하다. 미국·중국·유럽과 비교하면 ‘벤처→글로벌 스케일업’ 도약률이 낮고, 이는 곧장 국내 일자리 창출과 미래 수출역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의 한계 지점은 현장 목소리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벤처 투자 집행과정에선 ‘화이트리스트’ 논란, 투자유치 과정의 심사 투명성 문제, 창업자의 채무 부담 증가 등 현실적 허들이 여전하다. AI·배터리·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기술의 상용화에는 민간자금과 정부기금 간 유기적 시너지, 그리고 기술가치 평가시스템의 진화가 시급하다. 선진 투자생태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정책주도→시장자율’의 미묘한 전환기에 머물러 있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단기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 ‘질적 성장’과 실질적 스케일업 지원, 글로벌 협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AI·신재생·배터리 등 미래산업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후속투자와 규제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투자 심사와 자금 집행의 투명성, 후속 창업자금지원, 창업가의 실패 부담 완화 등 투자제도의 구조혁신이 시급하다.

지금은 양적 투자로 ‘혁신의 파도’를 일으켜야 할 시기이자,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레버리지를 건 미래 먹거리 산업의 ‘초일류 도전자’로 한국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긴밀한 연계만이 이 투자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거대한 벤처투자 실험의 성패가 한국 경제의 미래 1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정부 벤처투자 40조 시대’…도약의 뒷면, 리스크와 전망”에 대한 2개의 생각

  • 40조? ㅋㅋㅋ 숫자보소. 나중에 결과 제대로 공개하자. 묻지마투자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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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투자 40조라니…진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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