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라도 괜찮아’ 강원도 매운탕, 전복찜, 문어 맛집

겨울이 깊어가는 강원도 바다는 칼바람처럼 쨍하지만, 그 위에 덧입혀지는 푸근한 음식 한 그릇은 세상의 소란을 잠깐 내려놓게 해준다. 길치라도 괜찮다는 제목의 이번 여정은 해변과 산길이 어우러진 강원도의 작은 마을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내비게이션 신호도 자주 약해지는 시골길, 혹은 푸른 바다가 손 끝에 닿을 듯 펼쳐지는 해안선을 따라 조심스레 운전을 하다 보면 마음이 이끄는 데로, 현지인들이 손꼽는 매운탕집, 전복찜집, 문어 요리집 문 앞에 이른다.

첫 갈피를 여는 건 단연 매운탕이다. 강원도의 매운탕 맛집들이 품는 서사는 한강물보다 더 맑고, 간간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보다도 구수하다. 주방에서는 육수에 감자와 무를 듬뿍 넣고 팔팔 끓여낸다. 윤기 흐르는 생선살은 입 안에서 풀리듯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은은한 매콤함이 겨울 추위를 금세 달래준다. 취재차 들른 삼척의 한 작은 식당에서는 막 잡아 올린 은대구로 만든 매운탕이 특히 별미였다. 작은 철제 주전자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채 내오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마다 미나리 향이 새어나와 발끝부터 두근거렸다.

전복찜 식당들은 바닷가를 따라 점점이 자리하고 있다. 낡은 간판과 바닷바람에 부딪힌 흔적이 역력한 창문들 사이로 스며드는 짭조름한 공기. 식탁 위에 올려진 커다란 접시에 놓인 전복찜은 소박하지만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가장 맛이 좋은 계절은 역시 한겨울. 여름철보다 살집이 통통하고, 내장이 부드럽게 뭉글하다. 먹기 전 살짝 들어 올리면 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사로잡고, 탱글탱글한 전복살을 소스에 폭 담가 씹을 때마다 풍경이 입안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식당 안에 울려퍼지는 손님들의 웃음소리도 이 계절 바다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문어 맛집들은 조금 숨은 골목에 많다. 흔히 강원도 여행에서는 회와 조개구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현지 어민이 운영하는 작은 문어집이야말로 진짜 매력의 원천이다. 문어는 의외로 담백하고, 쫄깃하면서도 섬세하다. 조리사의 손끝에서 딱 맞는 익힘과 간이 어우러져, 접시에 오를 때마다 붉은 자태가 선명하게 살아난다. 한 점씩 씹을 때마다 바닷바람이 볼을 스쳐가는 것 같았다. 강릉의 한 식당에서 맛본 문어는 소박하지만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상이 펼쳐져 있었다. 반찬 하나하나도 손수 무친 김치, 갓 지은 쌀밥, 집된장의 깊은 맛이 곁들여져 겨울의 추위마저 잠시 잊게 했다.

‘길치라도 괜찮아’라는 기사 제목처럼, 여행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곧 새로운 바다를 만나는 일이다. 지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현지인의 추천을 믿고 좁은 길을 따라가 보면 늘 새로운 맛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원도의 겨울 갯내음 속에는 외지인의 낯설음과 현지의 따스함이, 쨍한 겨울 햇살 속에는 바쁜 도시인의 마음을 잠시 머물게 하는 음식의 위로가 숨어 있다. 직접 경험한 음식점마다의 차림표, 벽에 붙은 제주도 출신 전복, 해녀가 그날 건져 올린 문어에 대한 짧은 설명까지, 이 지역만의 문화가 모두 녹아 있다.

음식은 풍경을 받아내는 그릇이고, 풍경은 또 맛에 스며든다. 강원도 매운탕의 칼칼함, 전복찜의 진득함, 문어 한 점의 담백함은 계절의 깊이와 어깨를 맞댄다. 길을 잘 찾지 못해도 괜찮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그 풍경, 쟁반 가득 펼쳐진 바다의 흔적들이 우리 마음에도 오래 남을 테니까.

— 하예린 ([email protected])

‘길치라도 괜찮아’ 강원도 매운탕, 전복찜, 문어 맛집”에 대한 6개의 생각

  • 겨울철 강원도 해산물 요리 특집이라니 시의적절하네요. 음식의 맛뿐 아니라 공간과 계절감까지 잘 묘사되어서 직접 찾아가보고 싶은 의욕이 생깁니다. 다만 현지인 추천 맛집이라는 점은 늘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최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식당들 중 광고성도 많아서, 실제 정보인지 현장 검증이 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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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에 대한 미묘한 묘사와 공간의 질감, 그리고 계절의 공기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맛집이라 해도 최근 음식점 위생 이슈, 과도한 상업화 문제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강원도라는 지역성이 자꾸만 ‘인스타 감성’ 관광지로 소비되는 현실 속에서 진짜 로컬 맛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더욱 깊은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당장의 미식 경험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성과 공동체의 지속성, 그리고 음식문화를 망치는 일부 상업적 변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병행되어야 균형잡힌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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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복찜+매운탕=행복🍲🍚강원도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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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어 먹으러 가다가 길잃으면 그 자체로 여행 아닙니까?ㅋㅋ 🐙 강원도 바닷가에선 헤매는 것도 낭만이지요. 사진만 봐도 당장 고속버스 검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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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repudiandae

    강원도 겨울바다랑 매운탕이라니 심쿵이다. 기사 읽다보면 왜 이렇게 떠나고 싶지? 로컬 추천 믿고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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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길치인데 강원도는 네비도 막 헷갈림ㅋㅋ 매운탕 땡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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