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올해의 책-국내서 10권] 어둠을 넘어 내란을 넘어, 혼돈 헤쳐갈 사유의 등대

2025년의 끝자락에서, 국내 출판계가 한 해를 조망하며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은 단순한 인기 순위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어둠과 내란, 사회적 혼돈을 가로지르는 지금, 각 저자의 치열한 사유와 연민 그리고 질문이 담긴 이 목록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의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의 공기를 견디게 해주는 사유의 등불로 기능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코로나19의 종식과 동시에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적대와 갈등, 팬데믹 이후의 방향 상실감, 정치적 양극화와 국제적 긴장이라는 다중적 위기를 겪었다. 이런 시대적 환경 속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은 이질적 목소리들과 개별적 고통, 더 나아가 집단적 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관계와 인간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제도·권력 비판을 넘어서, 흔들리는 세계에서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출판계 전문가들은 이번 10권의 공통점으로 ‘사유의 깊이’를 꼽았다. 한 해 동안 쏟아진 자기계발서, 효율성 담론, 표피적 지식소비와 달리, 올해의 책은 굳건한 자신의 시선으로 사회문제·개인적 상처·정체성·공존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표작 중에는 팬데믹 후 정신건강 문제를 직면한 에세이, 과거사와 화해를 다룬 논픽션,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사회비평, 그리고 예술적 언어로 현실을 재구성한 소설 등이 포함됐다. 이 리스트는 지난 시기의 혼돈을 통과한 이후에도 무너뜨릴 수 없는 인간적 가치와 회복력, 그리고 질문하는 정신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2025년 선정된 국내 주요 도서들은 이전 시대의 도피적 베스트셀러와 대비된다. 소비자의 취향이 심리적 안정, 마음 치유에 머물렀던 2020~2022년과 달리, 올해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구조적 문제, 구체적 인간관계의 실패와 회복에 천착한 제목들이 주류로 올라왔다. 책은 그저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아니라, 독자 각자가 자신, 그리고 공동체와의 진정한 관계 맺기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묻는 출발점이 됐다. 선정 과정에 참여한 서평가들은 ‘이제야 국내 독서시장이 진짜 질문 앞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세대 간 인식 차이 역시 뚜렷하다. 기성세대는 과거 체험이 현재에 던지는 영향, 사회적 연대, 그리고 정체성에 집중했고, 젊은 세대는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서의 불안과 위기를 자신의 언어로 고백하는 책을 주로 택했다. 다시 말해, 올해의 책은 단일한 시대정신의 도장이 아니라 다층적 목소리, 다양성의 합창에 가깝다. 그 중심에는 인간 존엄과 존중이라는 가장 오래된 가치가 고요히 자리 잡고 있다.

각 문학 장르별로 살펴보면, 소설 분야에서는 파괴된 일상 속에서 새롭게 관계를 맺으려는 개인의 내밀한 여정이 두드러졌고, 비평과 에세이에서는 정치 이념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다층성을 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사회비평서는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의 사연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주류 담론 바깥에서 작지만 단단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내부적 분열, 공동체성 약화 현상에 대한 현장성 있는 응답이다. 올해의 책들은 단순한 서사의 전달을 넘어서, 독자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현실의 균열을 응시하도록 독려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특별한 10권이 모두 각기 다른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혼돈의 시기를 통과하는 보편적 아픔, 그리고 그 아픔을 고요하게 응시하며 끝내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태도가 공통적으로 배어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의 상흔, 삼풍백화점 붕괴나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무거운 정서를 다룬 책들, 그리고 미투, 인권, 젠더 이슈에 관한 치열한 토론서가 모두 선정 명단에 포함됐다. 선정위는 이번 리스트를 ‘사유의 등대’라 명명했다. 매일 흔들리는 우리 마음의 심연에, 누군가 먼저 빛을 밝혔다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2025년 ‘올해의 책’은 사회적 혼돈으로 인한 고립감, 무력감, 심리적 소진에 맞서는 독자적 해법을 직접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인간에게는 혼돈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것, 서로 이야기 나누고, 질문하고, 다투더라도 마지막에는 함께 머무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환기한다. 출판계는 이 변화의 토대에 ‘따뜻한 지성’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과거 ‘정답’을 강요하던 시대에서, 앞으로는 다양한 ‘질문’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임을 책들이 보여주고 있다.

문학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냈던 최근의 흐름과 달리, 2025년의 리스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 이름 없이 스쳐가는 이웃–의 고통과 회복, 꿈과 좌절을 살아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가장 어둡고 차가운 현실의 밑바닥에서, 작은 손전등처럼 깜박이는 사유의 빛.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기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를 잊지 않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용기를 내는 순간들이 쌓여, 분열된 사회는 조금씩 근원적 회복의 자리를 되찾는다.

이 사유의 물결 앞에서 독자 각자는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헤쳐온 어둠도, 아직 남은 혼돈도 모두 이 작은 책들 속에서 다시금 새겨진다. 방향성을 잃은 시대에 길을 묻는 모든 이들에게 2025 올해의 책 10권은 잠시 멈추어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권유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2025 올해의 책-국내서 10권] 어둠을 넘어 내란을 넘어, 혼돈 헤쳐갈 사유의 등대”에 대한 2개의 생각

  • 사유의 등대라니 제목은 정말 잘 뽑았네요🤔 2025년은 유난히 현실도 어렵고 IT도 복잡한데, 이런 책들이 더 중요해지는 거 아닐지! 소설이나 에세이로 위로받기도 하고, 정치사회책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거 배우고… 근데 막상 코 앞에 놓고 보면 손이 안 가더만요ㅋㅋ 하… 올해 안에 한 권이라도 다 읽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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