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나이 들수록 ‘젊음’을 연습하다―움직임이 바꾸는 노년의 삶

수요일 아침, 서울 양천구의 한 공원에서 68세 이정임 씨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파워워킹을 한다. 누군가는 손에 작은 물병을 들었고, 또 다른 이는 동네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뇌 건강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 3회, 꾸준한 운동이 우리 뇌를 ‘젊게’ 만들며,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권고를 내놨다. 올해 WHO는 신체 운동을 ‘두뇌와 삶의 질을 지키는 핵심 처방’으로 강조한다. 이정임 씨처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걷기, 가벼운 근력운동, 단체 에어로빅 등이 대표적으로 권고된다.

치매 진단을 처음 들었을 당시 이정임 씨가 느낀 두려움은 생각보다 깊었다. 하지만 치매운동 교실에서 종이컵 쌓기, 줄넘기, 박수치며 걷기 같은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달라졌다. “살던 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운동이더라”는 이 씨의 말에는 많은 어르신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 65세 이상 인구의 11%가 치매를 겪는다. 노년기 삶의 망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 사회가 함께 짊어질 무게다.

운동은 뇌 혈류를 증가시켜 뇌세포에 ‘신선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한다. 이른바 ‘뇌 가소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과학적으로도 확인됐다. 특히,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가벼운 근육운동, 스트레칭, 명상요가 등은 인지장애 위험을 20~30% 낮춘다는 국제 논문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필자가 만난 신경과 전문의 전소은 교수(서울의대)는 “운동은 약보다 싼 백신”이라며, “뇌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악화도 함께 막아준다”고 꼽았다. 운동은 뇌 깊숙한 곳에 작은 불씨를 키워낸다. 그 마른 불씨가 사람마다 조금씩… 일상을 바꾼다.

실제 사례를 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변화는 작지만 단단하다.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74세 오현숙 씨는 작년 뇌졸중 진단 이후, 집에서 매일 음악을 틀고 20분 가볍게 몸을 흔든다. “예전엔 쉬는 게 우선이었는데, 오히려 운동 시작 후 머리가 개운하고 옛 생각까지 잘 떠올라요.” 10cm 한 발 들기, 계단 오르내리기, 단체 체조 등 일상의 활동들이 복잡한 뇌 신호를 자극한다. 정형화된 운동 처방은 없다지만, ‘자주, 규칙적으로, 빠르게’를 잊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골목 운동회, 복지관 뇌청춘교실, 동네 친구들과의 산책…생활 속에 녹아든 움직임에는 ‘함께함’이 더해진다. 이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차원을 넘는다. 사회적으로 단절되기 쉬운 노인들에게 소속감은 두 번째 백신이다. 움직이며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종종 빼먹은 동작에 놀림도 주고받는다.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고독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공감과 연대의 운동은 뇌 건강 그 이상을 의미한다.

운동 습관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집안에서 10분간 서성거리거나, 아파트 복도 통유리를 닦다가 팔을 위로 힘껏 뻗는 것도 훌륭한 첫걸음이다. 막연한 두려움은 ‘오늘도 움직였다’는 작은 성공의 쌓임으로 녹여낼 수 있다. 한 노인복지관 담당자의 말이 와닿는다. “자기 건강만 챙기다 지루해진 어르신들이, 친구 손잡고 나와 함께 웃고 운동할 때 그 날의 표정은 정말 또 달라져요.”

최근 들어 중년층을 비롯한 직장인, 청년들도 이 같은 뇌 건강 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걷기 동호회, 명상 및 두뇌 게임 앱 등이 유행하면서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 전 세계 전문가들은 신체 활동이 평생에 걸쳐 뇌의 노화를 막고, 우울·스트레스 해소, 전반적 자기 인식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각자 인생의 속도에 맞게, 내 몸의 신호를 읽으며, ‘정신적 근육’도 길러가는 법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쁜 일상,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정보 사각지대에 남겨진 독거노인 등은 운동의 필수성을 알면서도 참여의 벽을 절감한다. 복지관·지자체의 프로그램 확대와 지역자원 연계, 온라인 운동 세션 등 좀더 촘촘한 지원이 절실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산책, 이웃의 손길, 동네의 온기 안에서 찾아진 청춘이 있다. 뇌 건강을 위한 운동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늘, 누군가의 걸음은 내일을 위한 용기가 된다.

사람은 결국 움직임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WHO의 권고가 단순한 건강 지침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의 거울이 되길 바라본다. 시간을 내어 한 번, 동네 골목을 걸어보는 오늘이 당신 뇌의 내일을 바꿀지도 모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뇌, 나이 들수록 ‘젊음’을 연습하다―움직임이 바꾸는 노년의 삶”에 대한 4개의 생각

  • tiger_tempora

    뇌 건강과 운동의 연결고리, 참 흥미롭네요!👏👏 요즘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던데 이 기사 꼭 공유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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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쯤되면 걷기랑 줄넘기 국가필수 운동 지정 가야하는 거 아님?🤔 헬스장 가서 멋 낼 필요도 없고 걷기만으로 뇌가 젊어진다니 이거 완전 개이득ㅋㅋ 집에서 쭉 걷다가 냉장고 습격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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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산다 ㅋㅋ 운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산책 자주 하고싶네 ㅋ 이정임씨 얘기처럼 외롭지 않게 사는 것도 뇌엔 큰 도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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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휴 쉽냐 ㅋㅋ 운동 얘기 듣는건 누워서도 가능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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