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닦이에서 세계 정상 셰프로, 한 남자의 마법 같은 1846가지 레시피

때론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공간의 온도와 향, 그리고 여행지의 빛깔마저 바꾼다. 세계적 셰프 마라얀 페레즈는 그 짙고 소박한 주방 구석에서, 그릇을 닦으며 시작했다. 빛바랜 앞치마 위로 점차 배어든 열정은 어느새 식탁을 넘어, 한 도시의 미각을 바꾸었고, 마침내 세계의 테이블을 장식했다. 그의 이름 아래 오롯이 기록된 1846개의 요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수십 년을 매일 그릇보다 더 반짝이는 꿈을 닦아낸 시간, 그리고 손 끝마다 남은 이야기의 결실이었다.

페레즈의 여정은 많은 이들이 상상하던 화려한 셰프의 삶과는 달랐다. 런던의 작은 레스토랑 뒷주방에서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접시를 닦던 소년은, 쉼 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매 순간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주방의 바쁜 리듬, 지친 손가락 아래 흘러내리던 설거지 거품, 동료들의 피곤한 숨결, 그리고 주어진 작은 식사마저 소중하게 음미했던 시절은 페레즈만의 미각을 길렀다. 세상의 맛을 싶이 새기려는 그의 마음은, 그가 만난 고기 한 점, 채소 한 조각에도 특별한 의미를 불어넣었다.

세계가 그의 요리에 주목한 순간, 사람들은 단순히 레시피의 참신함이 아닌, 그 뒤편에 서린 성실함과 상상력, 그리고 따뜻함에 반했다. 각 나라마다 다른 풍미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애피타이저, 향신료의 균형을 지키며도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는 메인, 그리고 사소해 보이지만 집약된 달콤함과 여운이 오랜 여정을 정리하는 디저트까지. 한 접시 한 접시에 드러난 것은 결국, 페레즈가 건너온 인생의 풍경과 세계에서 경험한 환대, 그리고 작은 배려였다.

인터뷰에서는 페레즈가 여전히 자신을 “배우고 싶은 요리사”로 소개한다. 겸손한 태도와 호기심 어린 눈빛. 그의 책상에는 그날 받은 평범한 재료들과 그날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쌓여 있다. 매일 아침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마다 자신을 새롭게 다짐한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면 늘 가장 소박한 맛에서부터 출발한다. 접시를 닦던 어린 시절, 가장 배고픈 저녁에 엄마가 차려주던 한끼 식사처럼.

다른 셰프들과 달리 페레즈는 최고급 식재료나 복잡한 기술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조언, 해외여행에서 먹었던 거리 음식, 타국의 시장 바닥에 깔린 채소의 흙내음을 기억해 접시에 옮겼다. 흔하디흔한 감자 한 알에도, 커다란 소고기 구이 그릇에도 이야기를 덧붙였다. 각각의 요리에는 ‘어떤 사람이 어디서 어떤 표정으로 이 음식을 맛보게 될까’ 하는 상상이 담긴다. 레스토랑 공간을 꾸밀 때도 그는 사람의 체온이 남도록 작은 소품 하나, 의자 배치 하나까지 직접 챙겼다. ‘요리는 결국 기억’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런 그의 철학은, 세계 곳곳의 미식가와 평론가, 미슐랭 심사위원들조차 놀라게 했다.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이 한끼의 음식에 모두 녹여져,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위로하듯 다가온다. 그의 대표 메뉴 ‘어린 시절의 뒷마당’은 하얀 접시에 아담하게 펼쳐진 풀잎, 잘게 썬 색색의 채소, 손끝으로 곱게 빚은 파이.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은은한 향이, 어린 시절 한여름 정원의 고요함, 땀에 젖은 오후의 평온함, 그리고 식구들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식당을 찾는 이들은 잠시 스치듯, 그러나 강렬하게 그 시절의 추억을 머금고 돌아간다.

음식이 주는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선 감동. 페레즈의 세계관은 요리 뿐 아니라 요리가 놓인 공간, 그것을 나누는 시간까지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전환한다. 단골들은 그의 식당을 단순한 식당이 아닌, 여행자의 정거장, 이방인의 거실, 때로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안식처라 부른다. 따스한 빛과 담백한 나무 테이블, 소박하지만 정돈된 꽃장식과 차분한 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위로의 손길이다. 실제로,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그는 한 달 동안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무료 오찬을 연다. “나는 그저 그들의 식탁이 되고 싶다”는 말은, 어떤 마케팅이나 홍보 이상으로 그만의 진심을 보여준다.

1846개의 요리가 담긴 그의 요리책에는, 직접 쓴 짧은 소회가 곁들여 있다. 어떤 레시피는 주방 어귀에서 만난 어린 동생과의 추억, 또 어떤 레시피는 이국 도시의 초겨울 거리에서 만난 노점상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맛의 깊이와 함께, 삶의 온기, 여행이 가져다 준 색다름,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이 그 안에 살아 숨쉰다. 그의 음식을 맛본 이들은 돌이켜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초대장 같다”라고.

마라얀 페레즈가 다시 설거지통 앞에 서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혹은 끝내 더 위대한 셰프로 등극하진 못할 거라는 의구심은 그를 직접 경험한 이들 사이에선 이미 잦아든지 오래다. 음식 한 접시로 진심과 환대, 그리고 기억의 힘을 보여주는 그는, 미식의 세계를 넘어 우리 각자의 삶에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순간,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기억이 남아있나요?”

— 하예린 ([email protected])

접시닦이에서 세계 정상 셰프로, 한 남자의 마법 같은 1846가지 레시피”에 대한 5개의 생각

  • 하루에 요리 몇개씩 만드냐? 대단하네👏👏 음식이 추억이랰ㅋㅋ 감성 뿜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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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 실화임? 오늘 저녁엔 라면끓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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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voluptatem

    세상에 이런 인생역전극이 또 있나🤔 요리 1846개라니,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5년… 감탄 밖에 안 나옴! 🌍 진짜 접시에 담긴 정성과 기억이라, 페레즈 셰프한테 배우고 싶은 셰프들 엄청 많을듯! 요리계 전설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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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46개라니 진짜 대단…👏 접시 닦던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인 경험이 레시피에 녹았다는게 넘 멋져요. 음식에 스토리 담긴 걸 좋아하는데, 기사 읽고 힐링함😊 소박한 감성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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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 1800개… 저건 그냥 인생을 바친 거지;; 나 같으면 18개 만드다 때려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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