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익숙함 너머로 LP에 담아낸 목소리의 시간

음악은 늘 한 시대의 감성을 표상하지만, 유행에 매몰된 흔적이 많은 현실에서 ‘물리적 앨범’의 재등장은 그 자체로 작은 발언처럼 다가온다. 이번 겨울, 정용화가 솔로 앨범 ‘One Last Day’의 LP 한정반을 내놓았다. 한 세대의 대중은 LP라는 하드웨어를 추억 속에 간직한 채 디지털로 노래를 듣고, 또 한 세대의 청년들은 일부러 ‘불편함’을 구매하며 ‘아날로그적 경험’을 기억하게 됐다. 정용화가 내세운 LP ‘One Last Day’는 시대, 세대, 취향의 경계를 재구성한다.

정용화는 2009년 씨엔블루(CNBLUE)로 데뷔한 이래 대중음악계에서 다양한 지형을 오간 뮤지션이다. 최근 몇 년 로커, 배우, 예능인으로 각기 다른 위치에서 자기 서사를 구축한 그는, 이번에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One Last Day’는 지난달 디지털 음원 발매 당시부터 국내외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한정 LP라는 물성의 추가는 단순한 팬서비스라 보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한국 음악시장에서 LP 발매는 일시적 재유행이 아니라, ‘음악 듣기’에 대한 새로운 탐구이자 연장된 문화적 경험이라는 징표로 작동한다. 정용화도 이 흐름에 편승하는 듯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단지 시대의 소비 코드에 부응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앨범의 곡들은 대중적 발라드와 모던록, 그리고 특유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각 트랙마다 정용화의 직접적인 경험을 담아낸 듯 들린다. ‘One Last Day’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이별’, ‘미련’, ‘득음’ 등의 정서다. 지난해 이후 K팝 솔로 아티스트의 개인적 서사가 중요해진 맥락, 그리고 2020년대 중후반 아시아 음악시장에서 신진·중견 뮤지션의 LP 출시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재확인, 혹은 ‘음악인의 자기 명명’이라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2024~2025년 사이, 백예린, 아이유, 자이언티 등 굵직한 음악인들 역시 음반 자체의 소장가치와 수집가 시장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정용화의 이번 LP 발매 역시 ‘음반 그 자체로 듣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는 동시에, 씨엔블루 시절부터 이어온 변치 않은 팬층과의 교감의 의미가 함께 컸다. 무엇보다 정용화 본인이 직접 앨범 프로듀싱에 관여했다는 점은, 그의 음악 여정이 단순히 소비되는 청각적 결과물을 넘어, ‘자기 목소리에 대한 신념’이라는 한 단계의 진화임을 확인시킨다. 한편, 최근 대중음악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LP 한정반이 흥행 요소로서 즉각적인 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당 시장이 확장되는 데에는, 팬덤 중심의 한정판 소유욕, 음악 자체에 대한 소장욕, 그리고 아날로그적 경험을 통해 디지털 피로감을 상쇄하려는 심리가 중첩돼 있다.

정용화 특유의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가창력이 이번 앨범의 여러 수록곡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싱글 ‘One Last Day’는 극적인 코드 진행과 처연한 감정선이 겹쳐지면서, 세련된 편곡과 아날로그 사운드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디지털 음원과 LP, 두 방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은, 그를 대중가요 산업의 트렌드메이커가 아니라 ‘자기만의 안테나를 지닌 음악가’로 부각시키는 포인트다. 주목할 만한 점은 LP 제작에 담긴 세심한 아트워크와 인서트, 리스너들에게 보내는 이야기가 앨범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사운드 바이트, 내레이션, 포토카드, 미공개 데모 트랙 등, 피지컬 앨범 고유의 감각적 즐거움이 앨범의 경험 전체를 이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현재 카세트테이프, LP 등 과거 매체의 부활이 일시적인 레트로 열풍인지, 혹은 음악 청취습관 재구성의 신호탄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정용화의 선택은 후자에 좀 더 초점을 둔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One Last Day’는 그 자체로 음악산업 전반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은 왜 다시 느리게, 물리적 리듬을 타며 음악을 듣는가. 정용화라는 한 사람의 내적 여정,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정신이 이 앨범에서 조우한다.

새롭게 형성되는 음악소비 생태계 안에서, 정용화의 LP 발매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감정에 새로운 물성을 입혀주며 오랜 팬과 새로운 리스너, 산업 생태계 모두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잔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소리, 그리고 변주되는 청취 방식 사이에서, 한국 대중음악은 오늘도 오래된 미래를 꿈꾸고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정용화, 익숙함 너머로 LP에 담아낸 목소리의 시간”에 대한 3개의 생각

  • 굳이 LP까지?…요즘 다 따라하는 거 아님? 음악 말고 굿즈 장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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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 감성 좋네요🤔 요즘 트렌드 딱 잡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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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세상이 변해도 LP는 그 특유의 울림이 있다… 정용화 목소리와 어울린다고 생각함. 자꾸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에 지친 우리들에게 필요한 쉼표인듯…나도 한 장 구매할 예정! 이런 흐름이 더 많아졌으면… 음악이 그냥 흐르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한번쯤 멈춰서, LP판 위에서 끝까지 감상하는 시간. 요즘 너무 소중하지 않나. 정용화의 이번 선택, 응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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