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9천만 원의 서글픈 행방, AI 책 출판의 명암을 바라보다

‘당신의 세금 9천만 원, ‘AI 껍데기 책’ 9천 권 사는 데 쓰였다.’ 이 보도는 AI 붐과 출판 문화의 경계에서 발생한 난맥상 하나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최근 A 출판 관련 기관이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서 다양성 확대’ 명목 하에 9000여 권의 도서(총 약 9000만 원 상당)를 일괄 구매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공지능이 대량작성한, 이른바 ‘AI 껍데기 책’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책들은 흔히 크롤링 데이터의 조합이나 간단한 프롬프트 결과물을 별도 검수나 저작권 검토 없이 엮은 형태가 많았고, 저자나 편집자 이름조차 가명 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표기된 경우도 확인됐다.

공공 예산으로,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미명 아래 정작 문화성과 창의성이 실종된 ‘껍데기 책’에 국가자원이 투입됐다는 점은 예술·출판계 내부의 씁쓸한 한숨을 자아낸다. 출판계 내부에선 이미 AI 저작물의 범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일반 독자들 입장에선‘새로운 책, 많은 책이 도서관에 들어온다’며 반적극적으로 반길 수도 있겠으나, 사실상 이 중 다수는 키워드만 바꿔 반복 제작된 ‘양산형 AI 상품’이었고, 실제 동네 도서관 사서들은 현장에서 “별다른 내용이 없다” 혹은 “리뷰가 복사·붙여넣기된 수준”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관련 민원도 늘었다.

기술 산업, 특히 2023년을 전후한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 국면에서, 우리가 마주한 예상밖의 회색지대는 바로 ‘창작의 꼼수’였다. 출판 현장의 사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음원·음악계에선 이미 AI 뮤직 임포트 서비스와 ‘가짜 노래’의 범람, 해외에선 미술·사진전에서 AI로 만든 작품들이 상을 받는 촌극까지 연달아 있었다. 특히, 역할을 상실한 편집자와 저작자의 자리에 ‘AI 알고리즘’만이 남은 이 본문들은 서사의 깊이도, 인간다운 고민도 비켜갔다. 실제로 구입된 샘플 도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 상식 1분 요약’, ‘고양이 키우기 QnA’, ‘자기계발 팁 300선’ 등 무색무취의 주제와 형식, 구성에서조차 반복적이고 표피적인 흔적이 역력했다.

‘문화적 다양성’이란 절대다수가 오랜 시간의 고민과 집필, 삶의 성찰에서 비롯된 작품군에 대한 투자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도서 시장에는 무성의한 데이터 합성이 진짜 작가의 얼굴을 대신한다. 정책망 설계 초기에 AI 산출물에 대한 전문성 검증, 저작권 확인, 창작노동 존중같은 프로세스의 부재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 산업의 시나리오 제작 현장, 음악 음원 등장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숙제였다. 기술주의 시대의 맹목적 신뢰와 조급한 혁신 경쟁이 우리의 ‘공적 책장’에까지 침투한 단면이다.

제작사·출판사 입장만 두둔하기 힘들다. 지원사업 담당자들의 ‘수치 맞추기’ 식 도서 선별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양성 확대라는 목표 자체도, 정작 AI 저작물 범람이 진정한 독서환경 개선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정책 기획·감독 영역의 시야와 전문성 부재를 드러낸다. 현행 저작권법상 AI 생산물의 표기가 면제되는 사각지대 역시 분명히 재검토돼야 마땅할 것이다. “누가 저자인가, 무엇이 책인가”라는 인문학적 질문 없이 ‘데이터’만 남은 책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독자에게 책 한 권은 작가의 시간과 고민의 총합이어야 한다. 단순 정보 조각의 나열은, 디지털 정보 시대 이전에 이미 포털 기사·블로그 후기 등으로 넘쳐났던 컨텐츠와 무엇이 다른가. 대형 서점가, 온라인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에도 ‘AI 추정 도서’가 등장하고, 서평조차 AI가 생성한 흔적이 돌고도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읽는 행위’의 가치마저 흔들리는 건, 아마도 이 사소해 보이는 예산 집행이 그저 피상적 행정적 실수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최근 세계 주요 도서관(영국, 독일, 일본 등)들은 이미 작가 중심의 저작권 강화, AI 저작물 등록 제한 등의 내부지침 마련에 나섰다.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미명 아래 신념도, 개성도 사라진 ‘AI 껍데기 책’이 우리 미래의 지식 저장소를 잠식하지 않게끔, 보다 심층적 정책 진단과 현장 맞춤형 가이드가 시급하다. 독자 한 사람의 독서 경험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 그리고 세금 한 푼 한 푼이 ‘진짜 책’에 쓰여야 하는 이유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세금 9천만 원의 서글픈 행방, AI 책 출판의 명암을 바라보다”에 대한 6개의 생각

  • 아니!!! 대체 책 선정하는 공무원들은 뭐합니까? 세금 들여서 AI 책만 쌓는다고?? 이런 나라면 AI가 정책도 만드는 건가요? 독자 무시인가요, 실소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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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책도 질이 다 다른데…진짜 검수 좀 하고 사면 좋겠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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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도서관 책 구성이 왜이리 이상하다 했더니… 이래서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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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 떨어지는 ai 책ㅋㅋ 진짜 이럴거면 그냥 pdf로 배포해라;; 종이 낭비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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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집행 언제쯤 바뀔까요? 분기 말마다 쏟아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결국 AI 도서관까지 만들 줄은 몰랐네요. 출판 다양성 그런 허울만 좋은 말에 감춰진 무성의함이 참담합니다. 다음엔 책임자 실명이라도 공개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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