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동차 급발진 소재 장편소설 ‘칠링 이펙트’
자동차 급발진. 오랜 시간 자동차 산업과 운전자 모두에게 그림자처럼 드리운 이 소재가, 이번엔 장편소설 ‘칠링 이펙트’로 현실의 무게를 얻었다. 다년간 논쟁과 의혹이 지속되어온 급발진 문제는 기술 신뢰, 법적 책임, 그리고 개인의 삶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 왔다. 이 소설은 한문현 작가가 직접 급발진 피해자들의 사례, 제조사의 대응, 미디어의 보도 구조를 촘촘히 추적하며, 사회적 담론의 한가운데로 독자를 설계한다. 주인공 태우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어느 날 갑작스런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가족을 잃고 사건의 실상과 배경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설은 교통 사고의 트라우마, 상실, 그리고 거대 자본에 맞선 개개인의 몸부림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직조한다.
작가의 취재와 실제 재판 기록, 국내외 자동차 산업의 최근 사례까지 아카이빙의 정교함이 엿보인다. 작품은 자동차 제조사의 침묵과 정부당국, 미디어의 손쉬운 결론 짓기가 어떻게 피해자 가족들을 이중, 삼중의 상처로 이끄는지 반복 질문한다. 주인공이 경험하는 외로운 싸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복합적 사회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논픽션적 측면 역시 부각된다. 실제로 지난 십수년간 급발진을 주장한 수많은 운전자들의 사례와, 자동차 회사의 공식 입장 사이에 놓인 불신의 역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결함, 센서 오작동 등 기계적 오류보다는 ‘운전자 실수’에 상당한 책임을 두었으나, 이에 반발한 피해자 유족들이 최근 SNS·시민운동을 매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칠링 이펙트’는 제목에서부터 법학·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위축효과’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문제 제기나 피해 사실 알리기가 자동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표현한다. 실제로 급발진 사고 이후, 언론과 법적 절차에서 피해자가 직면하는 냉담함, 그리고 형식주의적 처리는 현실에서 경계되어야 할 ‘칠링 이펙트’의 실질적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원판결의 경향과 검찰의 수사 사례를 보면, 점차 제조사의 책임을 조금씩 더 묻는 판례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명확한 기술적 해석이 쉽지 않은 한계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피해자 가족 내 소통 단절과 사회의 무관심, 사건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그림자 등 인간 군상의 여러 표정을 비춘다.
같은 시기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도, 여러 완성차 브랜드의 전자제어시스템 오류로 인한 리콜 사태 및 소비자 신뢰 위기 상황이 잇따랐다. 전기차, 자율주행기술 등 모빌리티의 미래가 눈앞에 와 있지만, 고도화된 기술이 오히려 ‘책임의 분산’, ‘불투명한 원인 분석’을 심화시킨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소비자원,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관련 전문기관의 역할과 대응에 대한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소설은 명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영역에서, 피해와 책임, 연대와 고독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날카로운 현미경을 들이댄다.
문학으로서의 성취는 인간사회의 취약성을 담아낸 묘사력에 있다. 한문현 작가는 주인공이 겪는 지독한 고립감, 매뉴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상실 이후의 시간들을 차분하지만 뼈아프게 기록해낸다. 특히 법원 출입장면, 신고를 받고 찾아온 기자들의 5분짜리 취재, 밤새 이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설전 등 구체적 장면 묘사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실제로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 그리고 복수의 신문기사에서도 유사한 피해자 증언과 대응 과정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초연결 사회에서 우리가 참조하는 ‘사실’과, 그것이 개인의 체험에 미치는 무게 또한 작게 읽히지 않는다.
‘칠링 이펙트’는 결국 기술 신뢰의 균열, 그리고 사회적 침묵의 빈틈을 돌아보자고 권한다. 자동차 급발진이라는 한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존엄성, 연대, 그리고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흔까지, 문학이 사회에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전해진다. 읽는 이들에게는 현실과 픽션의 틈새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던질 시간을 남겨준다. 자동차가 이끄는 현대의 삶, 그리고 그 안에서 사라지는 목소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와, 진짜 이젠 소설로까지 나올 줄ㅋㅋ 믿을차도 없음ㅋㅋ
책 소개를 통해 이슈의 중대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더 철저한 제조사 책임 규명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 소설처럼 현실에서도 조금 더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제발 형성됐으면 합니다… 소비자만 피해보고 제조사는 언제까지 숨을까요…
🤔 급발진, 책임소재, 기술 진화의 어두운 그림자까지… 이 책 한 권이 이슈환기 제대로 하는듯 합니다. 뭔가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