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풍경 너머, 온라인의 그림자 – SNS가 만든 또 다른 위험

12월의 공기마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 계절, 수많은 이들이 두툼한 겨울옷을 챙겨 해외로 비행기를 탄다. 햇살이 비치는 유럽의 골목길, 깊은 푸른 남양의 바다, 혹은 화려한 도시의 야경까지—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의 쉼표와 환상을 선사한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의 밝은 추억 너머,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바로 잘못 올린 SNS 게시물 한 장, 무심히 남긴 온라인 흔적이 가져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이다.

최근 여행을 떠난 이들 중에는 현지의 경치를 자랑하듯 실시간으로 사진과 위치를 SNS에 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달콤한 디저트 한 조각과 함께한 카페 인증샷, 감탄을 금치 못했던 박물관 입구의 셀피, 익숙하지 않은 표지판에 기대어 남기는 장난스런 한 컷까지—이 작은 순간들은 서로에게 여행의 온기를 전해주곤 한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그 순간이 한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여행객을 노리는 절도, 사기 혹은 신분 도용형 범죄가 최근 3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SNS에 위치 정보와 세부 일정을 노출한 여행객이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된다. 특히 한국인은 해외에서도 활발한 SNS 활동 덕에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한다. 구체적 일정, 숙소 정보, 출입시간 등 세세한 정보가 사진과 함께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방인의 숨결이 남긴 흔적이 누군가의 레이더에 잡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험은 공간의 밀착감을 만든다. 낯선 골목을 걷다가 문득 만난 빵집의 고소함, 파도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작은 바닷가의 카페, 그림처럼 펼쳐진 도시 한복판의 광장—이 모든 순간은 찍어두고, 남기고, 공유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풍경에는 항상 ‘여기 있음’이라는 흔적이 묻어난다. 내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겐 나를 추적할 단서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할 시간이다. ‘실시간 인증’은 나의 위치정보와 행동방식, 예상 가능한 이동경로까지 그대로 노출하기에 쉽다. 여행이란 경험의 설렘만큼이나, 우리는 이 시대 기술의 그림자도 함께 안고 떠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할 만하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여행자들과 나눈 인터뷰에는 공통적으로 ‘별일 있겠어’라는 무심함이 비쳤다. 하지만 2025년,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SNS상 정보 노출로 인해 낙후된 숙소가 털리거나 소매치기 타깃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귀국 이후 여행 사진 속 배경지, 주변 디테일 등을 분석한 뒤 온라인상 해킹이나 피싱 시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실제 유럽의 일부 도시에서는 한국인을 겨냥한 SNS 기반의 범죄 수사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된다. 이른바 ‘디지털 흔적’의 위험성은 낯선 여행지에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여행이란 언제나 두 개의 풍경을 품는다. 눈앞의 아름다운 공간, 그리고 그 뒤편에서 침묵하고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온라인 세계의 시선.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순간들을 남기는 시대이지만, 그 자유로움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더 아름답고, 더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순간의 ‘공유’도 나만의 시간과 여유를 거쳐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귀국 이후에, 혹은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천천히 사진을 올려도 늦지 않다. 당신이 마주한 낯선 골목, 그곳의 따스한 햇살, 그리고 담백한 커피 한 잔의 여유—이 순간이 오롯이 내 안에서 빛나기를 바란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조용히 소통하는 예술일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길이 안전하기를, 그리고 우리의 추억이 더 오롯하게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심한 한 번의 클릭이 내 여행의 결까지 흔들지 않길 소망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여행지의 풍경 너머, 온라인의 그림자 – SNS가 만든 또 다른 위험”에 대한 5개의 생각

  • 그럴 줄 알았다…이런 것도 다 개인정보로 엮어서 사고 파는 세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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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생각 못했던 부분임!! 우리집도 가족여행 가면 SNS에 계속 사진 올리는데, 위치정보 걱정 한 번도 안 했었네…! 정보 하나 올리는 게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앞으로 사진은 무조건 귀국 후에 올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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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SNS 경고냐? 대한민국 사람들 인증병 얼마나 심한데ㅋㅋ귀국할 때까지 사진 못 올리는 거 못 참지. 요즘 범죄자들이 다 보는 것도 알면서 대책 없는 사람들 많지. 당하면 다 자기 책임이다, 왜 맨날 남 탓이냐. 꼭 저런 기사 써도 남 얘긴 줄 앎. 실컷 자랑질하다 소매치기 당하면 인터넷 탓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하는데 여행=보안! 정신 똑바로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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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꾸 올리고 싶긴 하죠. 근데 피해사례 들으면 진짜 조심하는 게 나을 듯. 안전불감증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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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런 기사 자주 봐야함요🤔 SNS 올리는 맛으로 여행다니는 분들 많은데 조금만 신경 쓰면 피해 막을 수 있음! 실제 사례 들으니 무섭네요. 다들 조심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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