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상선대, 국가 경제안보의 진짜 시험대 위에 오르다

한국 산업의 혈맥이라 불리는 상선대가 또 한번 경제안보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전략상선대 200척’이 필요하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파괴, 미중 패권 경쟁, 불시의 경제·군사적 봉쇄 위기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2~2025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수에즈 해협 연쇄 피습, 미중 무역전쟁 이후 LG화학이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조차 “부품 못 실어 날라 납기 못 맞춘다”는 절박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부가 ‘200척’을 내세우는 지금, 그 숫자가 상징하는 것은 결국 ‘사람·돈·정책’의 총체적 동원, 그리고 대한민국이 마주한 구조적 위험의 뿌리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척수(척)의 단순 증강’이 아닌, 왜 대형 상선들이 이탈했는가에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국내 해운은 ‘이익만 좇는’ 자본 논리 속에 구조조정, 비용절감 압박, 인력 유출·선령 노후화라는 다층적 악순환에 내몰렸다. 정부는 공적 자금 투입과 한진해운 파산(2017)을 계기로 도리어 선복량을 대폭 줄이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적자 생존의 바다에서 ‘국적선 박멸’ 현상이 급속히 퍼졌고, 외국계 선사들이 우리 수출·입 물동량을 사실상 장악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0척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주장 뒤에는 그간 정부·재계·관료 집단이 구조와 본질은 외면한 채 책임을 떠넘겨온 추적 타임라인이 암묵적으로 가려진다.

국제 정세 격랑은 한 치 앞도 예측 못한다. 미중분쟁이 대만해협에서 물리적 충돌로 확대될 경우, 대한민국의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 등 모든 핵심 산업이 공급망 초토화 위기에 직면한다. 선복이 없으면, 예외없이 생산 라인도, 수출도, 물가도 와르르 무너진다. 이른바 ‘상선대 방패론’에는 한 가지 묵직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누가 200척을 언제, 어느 항로에, 어떤 인력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현실은 구체적 전략이 없다. ‘대규모 투입→계열사 위탁→위험 회피→손익 악화→재차 구조조정’이라는 기계적 반복만 보일 뿐이다.

국내 조선·해운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비리와 유착의 망이 한층 두텁다.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신규 척수는 ‘용역보고서→입찰 담합→관급 발주→독점 과점→선가 부풀리기’라는 불투명한 회색지대에서 결정돼 왔다. 해운 승인, 조선 발주, 금융 지원, 인력 양성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권 네트워크가 촘촘히 얽혀 있다. 실제 2018~2024년 간 감사원, 공정위, 산업부 감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상선발주사업의 16%는 ‘입찰담합·유착’ 의혹을 받았다. 예산 낭비, 효율성 저하, 젊은 선원 일자리 잠식이 뒤따른다. 관료 집단과 대형 선주, 대기업 계열 물류사, 정책당국까지 ‘만들기만 하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무책임의 합창이 상존했다.

200척이라는 숫자가 현실화될 때, 진정한 리더십과 ‘투명성’이 시험대에 선다. 국민 혈세가 투입될수록 어떠한 구조적 부패, 졸속 시행, 관행적 유착도 용납해선 안된다. 세계적으로도 팬데믹과 유가 전쟁 시기, 자국 선복량·항로 지배권 강화 명분 아래 공공자금 투입이 극대화될수록 그 이면엔 검은 돈, 카르텔, 정경유착이 늘어났다. 한국의 대형 조선사·해운사들이 ‘파워 로비’로 뒤에선 부실 경영을 감추고, 권력과 손잡고 이익만 챙긴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경쟁력 없는 ‘묻지마 척수 늘리기’가 자칫 국가 경제안보의 허점을 키울 공산도 크다.

계획된 전략상선대는 실질적 자주적 운영과, 노사 갈등 해소, 청년 해기사 양성(지금 이대로면 선원 고령화는 돌이킬 수 없다), 운항 효율성 극대화, 공정한 예산 집행 등 구체적 로드맵이 우선이다. 국가 간 해양 분쟁과 공급망 리스크가 일상화될 현실을 마주하려면, ‘척수·예산’ 수치 놀음이 아니라 시스템·기술·인력·책임의 통합적 혁신만이 진정한 방패이자 지킴이다. 여기에서 한 치라도 방심하거나 지난 관행에 머문다면, 전략상선은 허울뿐인 동원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쯤에서 다시 묻는다. 200척의 전략상선대, ‘누구를 위한 보호막’으로 남을 것인가? 책임과 투명성, 구조적 부패 척결의 근본적 시험대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전략상선대, 국가 경제안보의 진짜 시험대 위에 오르다”에 대한 7개의 생각

  • otter_accusamus

    아니 200척이면 뭐하냐고ㅋㅋ 관리도 못할텐데 또 세금 뒷구멍으로 새는 거 아님?? 이러니까 나라꼴 웃긴거지🙃🙃🙃ㅋㅋ

    댓글달기
  • 진짜 이런 전략이라니.. 국제정세 너무 불안해서 막막해요ㅠ 힘내야겠죠!!😯

    댓글달기
  • wolf_voluptatem

    그동안 감사원 보고서 봐도 이너서클끼리 해먹는 거 뻔하지… 또다시 국민 세금만 녹을 듯😔 이젠 진짜 투명성부터 챙겨라…

    댓글달기
  • 200척 숫자 놀음이 아니라 진짜 운영과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여야 하지. 보여주기식 정책 맨날 반복하면 결국 다 우리 부담이거든.

    댓글달기
  • 200척 다 굴릴 인재는 어디서 구하죠ㅋㅋ? 실효성 좀 따져봅시다😅

    댓글달기
  • 정부가 또 보여주기식으로 숫자부터 내세운 느낌 강하네요!! 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텐데…😶

    댓글달기
  •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졌던 해운 구조개편의 후폭풍을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이 많을 겁니다. 대규모 자금 투입과 숫자 맞추기식 전략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으니, 근본적으로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