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홍수’, 양극화된 평가 속 한국형 재난 영화의 실험이 던지는 질문

OTT 서비스의 독점 상영이라는 새로운 유통 구조 속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홍수’가 국내외 시청자들의 극명한 반응 양분을 낳았다. 공개 직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 영화 리뷰 사이트에는 ‘30분도 버티지 못했다’는 혹평에서 ‘이런 시도는 신선했다’는 응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물리적 재난과 인간 군상의 심리를 교차시키는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불러온 관람 환경 변화 역시 이번 반응의 배경을 짚는 데 있어 필요하다.

‘대홍수’는 한반도를 덮친 사상 초유의 홍수라는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통 극장 개봉이 아닌, 처음부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작된 이 영화는 국경을 넘는 즉각적 소비가 예상되는 만큼, 그 속도와 파급력에서 기존 재난 영화와는 또다른 궤적을 보여준다. 사실 국내에서 재난 영화는 이미 탄탄한 흥행 기반을 가진 장르다. ‘해운대’ ‘부산행’과 같이 사회적 재난을 집단 심리, 가족애, 시스템 비판 등 한국만의 집합적 서사로 풀어낸 성공 경험이 많다. 하지만 ‘대홍수’는 그 성공 공식을 차용하기보다는, 좀 더 인간 내면과 극단적 공간(호텔 내 격리)을 강조한다.

‘30분을 넘기기 힘들다’는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극의 전개가 늘어지는 점, 인물들의 감정선이 극적이라기보다는 생략되고 쪼개져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넷플릭스 특유의 “스킵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OTT 소비 경향은 늘 빠른 회전, 짧은 피킹을 중시한다. 첫 20~30분 내에 긴장감과 몰입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다른 콘텐츠로 쉽게 이동한다. 반대로,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옹호하는 관객들은 재난의 상황보다 고립 집단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인간 심리의 충돌, 그리고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공포와 연대를 읽었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서는 명확한 재미와 기시감에 기반을 두는 컨셉트보다, 모호하고 여운을 남기는 방식의 장르 변형이 두드러진다.

흥미로운 것은 OTT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작품의 실험성이다. 과거 극장 개봉 재난 영화들이 대규모 자본, 스펙터클, 빼어난 CGI에 집중했다면, 대홍수는 비교적 한정된 실내 공간, 인물들의 감정선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차 세계대전 서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배경 인물(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다층적 불안과 이방성, 그리고 느린 변화에 대한 질문도 내포한다. 이 역시 ‘공감이 된다’는 반응과, ‘지루하고 전개가 흐물거리면서 집중하기 어렵다’는 혹평을 동시에 불러온 원인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OTT 영화와 관련한 시청체험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극장에서의 다양성은 사라졌고, 집에서의 관람은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기보다 멀티태스킹, 빠른 결정, 피로 누적 등 ‘온디맨드 피로도’를 불러온다. ‘대홍수’의 담담하고 건조한 서사, 사건 보다 인물 간 대화와 움직임이 주는 심리적 압박은 넓은 화면과 집단적 몰입 대신, 짧은 시간과 개별적 피드백 방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OTT 환경의 맹점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의미 있는 질문이 발생한다. ‘대홍수’의 양극화된 평가는 단순히 작품의 완성도를 넘어서, 우리가 새로운 영화 소비 방식과 서사에 어떤 기대와 한계, 그리고 관습적 반응성을 갖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비판자들은 ‘드라마처럼 느리다’, ‘재난 영화의 장점을 못살렸다’고 말하지만,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재난을 배경으로 한 인간 심리의 치열함, 단절된 공간의 극도의 불안이 주는 현실적 감각에 주목한다. OTT의 확산으로 전통적 장르 문법이 해체되는 시점에서, ‘대홍수’의 실험은 형식적 완성도 외에, 용기와 도전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떠올린다.

한국형 OTT 오리지널, 특히 재난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홍수’가 남기는 고민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쾌속 서사와 큰 재미, 그리고 극적 감정의 강도를 기대하는 관객집단과, 인간을 둘러싼 불가해한 위기와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유의 힘에 의미를 두는 집단이 동시에 존재한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현재의 양극화는 한국영화가 가지는 산업적·문화적 전환점 위에서, OTT라는 그릇의 한계와 잠재력을 동시에 드러낸다.

앞으로의 한국 영화와 OTT 작품들은 좀 더 다양한 시도와 그에 따른 반응의 다양성을 상정해야 한다. ‘대홍수’에 대한 갑론을박은 단지 한 편의 시도에 대한 단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격렬하게 고민하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거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객 개개인의 경험과 의견이 집합적으로 한국형 오리지널의 진화를 견인한다는 점일 것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넷플릭스 ‘대홍수’, 양극화된 평가 속 한국형 재난 영화의 실험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7개의 생각

  • 초반 20분은 좀 뭐랄까 긴장감이…😅 기대보다 약했네요ㅎㅎ

    댓글달기
  • 재난 영화인데 너무 심리극이면 시청자 입장에선 손해보는 느낌 든다 반말이지만…

    댓글달기
  • 이런 시도가 필요하긴 하지만, 조금 더 시청자 공감 요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달기
  • 긴장미 뿜뿜 기대했는데, 느긋한 분위기라 당황;; 그래도 캐릭터 성격은 신선해서 호감이 가긴 함. 앞으로는 스토리 템포도 신경 좀 썼으면 좋겠음 ㅎㅎ

    댓글달기
  • OTT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때, 기대 이상의 실험적 구성과 속도감 있는 연출을 원했던 관객들이 실망할 것은 예견됐죠🤔 재난극인 척하면서 실제론 거대한 심리 실험실 느낌, 현시대 관객 취향과 딱 반대…🤔 결국 남는 건 실험을 향한 동경이었을뿐, 만족한 시청자는 극히 일부일 듯하네요. 앞으로도 이런식의 ‘아트무비’만 쏟아진다면 넷플릭스 구독자가 더 줄 수도?…

    댓글달기
  • 영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OTT의 빠른 소비 트렌드랑 감독의 느린 템포가 정면충돌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결국엔 재미(혹은 몰입)와 실험(혹은 의미)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요!! 잡을 수 있는 관객, 놓치는 관객이 명확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네요!!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