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필리버스터, ‘내란재판부법’ 논란 – 민주제 견제와 권력 투쟁의 현주소

2025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대표가 최초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개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소위 ‘내란재판부법’(공식 명칭 ‘특정사건 재판부 지정에 관한 법률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 단상에 올랐다. 그는 이 법안을 가리켜 ‘대한민국 입법사상 최악의 악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법안은 헌정사에서 극히 이례적으로 ‘특정 정치 사건’을 위해 일시적·목적적으로 사법시스템의 원칙을 변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 개정의 표면 목적은 사법부 내 특정 재판 배당에서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024년 총선 이후 증폭된 정권-야당 간 충돌, 그리고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을 겨냥한 정치적 입법이라는 의혹이 끈질기게 제기됐다.

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의 선봉에 나선 행위, 그리고 사용된 수위의 언설 자체도 대한민국 의회정치사에 각인될 만한 이례적 장면이다. 필리버스터는 본래 소수파의 입법 견제 장치로서,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한 수단이지만 2016년과 2020년 일련의 사안들을 거치면서 한국 국회에서는 다수당, 소수당 구분없이 전략적 저지 카드로 활용돼 왔다. 이번 경우에는 야당 대표가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스스로 본회의 최대 쟁점법안 저지에 전면에 나섰고, “입법독재, 사법장악”이라는 수사가 공식 회의록에 남았다. 그러나 법안의 논리와 실제로 초래할 영향은 정치적 수사를 뛰어넘는, 더 넓은 맥락의 분석을 요한다.

국제적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사법부의 중립성과 재판부 배당의 투명성은 선진 민주 국가 대부분에서 정파간의 직접적 입법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제도 설계의 기본 취지가 ‘3권분립’ 원칙을 통한 권력 감시와 견제에 있기 때문이다. 각 국의 의회가 특정 정치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재판 시스템을 조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데, 이는 입법권이 사법부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민주주의 역주행’으로 해석된다. 최근 EU와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도 정치권력에 의한 사법장악 시도가 종종 국제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외교적으로도 ‘민주국가 평판’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한국 사법정치의 최근 동향은 이러한 세계적 규범과 변동기적 긴장 속에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정치권 내부로 초점을 돌려 보면, ‘내란재판부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이 만들어진 배경은 촛불시위와 탄핵, 이후 정권 교체 및 대규모 수사, 사법부 개혁에 이르는 복잡한 현대사와 직결된다. 검찰개혁·법원개혁 기치 아래 진행된 일련의 입법 흐름은, 권력기관 상호 관계의 축을 변화시켜왔으나, 그만큼 정치적 의제로 지배당할 위험도 높아졌다. 이번 사안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 통과가 필요한 ‘적법 절차’임을 강조하나, 실상은 재판 배당이 정치 이슈로 떠오른 현 상황 자체가 사법 신뢰 위기라는 국제사회 공통의 진단과 맞물린다.

그렇다면 힘의 논리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첫째, 다수당이 입법적 우위를 통해 사법부 인사와 배당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는 20세기 후반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복되어 온 권력 집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둘째, 야당의 저항이 극단화(대표 직접 필리버스터)되는 것은 한국 특유의 정당제도, 즉 대안적 정치력의 부재라는 제약과 맞물린 현상이다. 국회의 다수-소수 구도가 증폭시키는 이 극단적 충돌은 정치적 타협·거버넌스 능력의 부족, 즉 ‘합의의 정치’ 실종으로 이어진다. 셋째, 본 사안을 둘러싼 언론·여론 환경 또한 기존 보수-진보 프레임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지정학적·외교적 함의를 간략히 짚자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권력-사법 분리 원칙의 약화는 대만·홍콩·태국 등지의 유사사례와 비교해 주목할 만하다. 민주적 제도와 법치주의를 명분으로 삼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국가의 권력투쟁에 따라 사법제도 유연성이 다르게 작동한다. 지난 2019-2020년 홍콩 송환법(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제정 시도) 사태가 거센 저항으로 실패한 사례는, 법치주의 정당화를 내세운 권력이 오히려 시민 신뢰를 잃는 ‘역풍’의 가능성도 시사한다.

종합적으로, 이번 야당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제도 정치의 완충이 실종된 현실, ‘권력의 힘’이 사법제도 혁신이 아닌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변질된 한국 민주주의의 경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입법자들이 의회 안팎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두고 사법 시스템 운용 원칙마저 흥정대상으로 삼는다면, 어떤 법적 명분도 결국 민주주의 신뢰 위기와 국가 이미지 훼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각 국의 외교현장과 역사적 경험이 교훈하고 있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야당 대표 필리버스터, ‘내란재판부법’ 논란 – 민주제 견제와 권력 투쟁의 현주소”에 대한 4개의 생각

  • 경제보다 이슈 자극하는 기사 많아지는 거… 정치가 경제 위 위기라는 신호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구조 문제 봐야죠. 결국 법치가 흔들리면 투자도 외면할텐데, 모두가 손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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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 나라 정치인들은 법을 장난감으로 생각하나. 배당 문제를 법으로 조정하면 신뢰가 오히려 깨지죠. 현실감각이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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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everybody

    국회, 법원 다 거기서 거기지. 합의안 내놓을 능력은 없어 보임. 국민은 정치인의 표 딸기판인가봐. 수정된 법이나 원안이나 신뢰감은 바닥이고… 그냥 기본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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