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오브차로프의 이중 프레임, 연말 밤을 흔들다
무대 위 두 아티스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오브차로프. 2025년 12월, 연말에 열린 이번 듀오 콘서트는 ‘거울 속 거울’이란 제목처럼 차분한 고요와 흔들리는 밤의 결이 교차했다. 콩쿨 수상자, 각기 세계를 무대로 연주를 이어가는 그들이지만, 이번 무대는 ‘마주함’의 순간에 더 방점을 찍는다. 대형 기획보다는 작지만 농밀한 호흡, 곡 사이의 빈 공간, 연주자 간의 긴장감. 익숙함보다 새로움이 있었다. 공간을 가득 메운 건 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아주 조심스러운 미세한 움직임들.
첫 곡은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 거울’. 끊임없이 이어지는 피아노의 소박한 리듬. 바이올린의 선율이 천천히 공간을 감싼다. 반복의 미학, 미세한 공기마저 음악에 담겨 있었다. 관객들은 숨죽인 채 ‘고요’의 깊이를 따라간다. 클래식 무대의 전형을 깬, 미니멀리즘의 힘이 돋보였다. 한수진은 각 음을 끊어 낸다기보다 시간 위에 흐트러뜨리듯 그렸다. 오브차로프는 극도로 절제된 피아노 터치로 응수. 강렬함보다 무게, 화려함보다 투명함. 마치 누군가의 내면을 한 꺼풀 벗기는 과정. 소리가 약해질수록 오히려 무대가 강하게 전해진다는 역설, 이 밤엔 분명함이었다.
다음 스테이지에선 레퍼토리가 바뀐다. 분위기는 금세 전환. 모차르트, 브람스부터 올겨울 유난히 자주 연주된 현대 작곡가의 작품까지.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의 주고받음,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내믹, 템포의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관객들은 순간적으로 몰입과 긴장감을 오간다. 한수진의 바이올린은 곧장 객석을 향해 날아들었다가, 어느새 차분히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본다. 오브차로프의 피아노는 깊은 밤, 얼어붙은 호숫가 같은 음색. 연주자 각자가 충분히 ‘독백’을 하면서도, 동시에 뚜렷한 대화가 무대 위에서 이어진 셈이다.
관객의 반응 역시 활기찼다. 거대한 박수 대신 작은 ‘흡입’소리, 연주가 끝나면 이어지는 지그시 미소. 반복되는 엔코르 요청. 참신했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고, 익숙한 곡을 신선하게 풀어내던 해석법에 박수를 보낸 이들도 많았다. 일부 클래식 팬들은 이번 공연이 ‘요즘 젊은 연주자들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결정판이라고 평했다. 정형화된 해석에서 벗어난 그들만의 호흡. 특히 ‘거울’이라는 키워드가 던진 의미, 잔잔한 파동이 모여 큰 울림으로 번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장면은 최근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감소하고, 소수정예로 구성된 실내악과 듀오 무대가 많아졌다. 꾸준히 길어진 ‘공연 피로도’ 속에서 이제 관객들은 더 개인적인 터치, 섬세한 해석을 원한다.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클래식 신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는 맥락과도 연결된다. 올해 내한 공연과 비교해도, 이번만큼 분위기 중심에 서 있던 무대는 적었다. 한국 클래식의 현주소,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한 가지 더. 미디어와 SNS 반응도 유의미했다. 관객 후기엔 영상 클립, 짧은 피드백이 무수히 오갔다. 긴 설명 대신 ‘그 순간’을 말하는 사진 한 컷, 소리의 여운. 올해 유튜브 샷,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남은 공연 이미지는 대형 무대를 압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브차로프와 한수진의 조합은 이 짧고 명확한 시대적 소통 방식과도 잘 어울렸다. 관객의 감상을 곧바로 받아들이는 열린 무대, 직설적이지만 부담 없는 해석들.
한 해의 끝, 흔들린 밤. 그 속에서 서로의 거울이 되어 준 두 연주자. 음악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눈앞, 마주보는 작은 프레임 안에서 가장 진한 울림을 남긴다. ‘거울 속 거울’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 지금 우리의 문화, 그리고 각자의 일상에 건네는 고요한 메시지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뭔가 색다르긴 하네…그래도 내 취향은 아님…이미지 되게 예뻤다만.
ㅋㅋ 이런 무드 좋아하는 1인입니다. 연주자들 호흡 보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네요. 다음엔 관객 참여 코너도 기대해봅니다ㅋㅋ
연주 짱이었음👍 다음엔 셋이서도 해줘!!
잔잔한 게 좋았어요ㅋㅋ 오랜만에 귀가 맑아졌네요.
정말 특별한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런 미니멀리즘 공연 체감상 재미없던데…뭔가 지루해서 중간에 졸았다. 클래식 이렇게까지 심오하게 가야해?
음악에서 무거움 대신 가벼움 찾았다!! 근데 그렇게 고요하면 나같음 졸았음…!! 중간에 박수 못 친 사람 은근 많았을 듯;
요즘 연주회 진짜 다양해지는 듯🤔 다음은 뭘까 기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