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문화 트렌드의 숨결을 찾다: 서울책보고의 새로운 변주

유리 너머 따스한 서가의 등불이, 한겨울 서울 성수동 공기를 음미하며 바쁘게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잠시 붙든다. 바스락거리는 종이내음, 오래된 페이지의 내음에 품는 낡음이 아니다. 오히려 서울책보고에서 풍기는 건 잊고 지냈던 기억, 취향이라는 낱말이 굳이 이름을 얻기 전의 진심이다. 2025년의 마지막 달,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서울책보고가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더이상 낡은 책, 중고책, 헌책이라는 이름에만 머물지 않고, 취향의 결을 고르고 큐레이션하는 특별한 공간으로의 변신이 그것이다.

서울책보고는 단순히 중고 도서를 진열하는 것을 넘어 ‘취향저격’ 큐레이션 서가로 탈바꿈했다. ‘서울책보고 큐레이터’라 불리는 북 디렉터들이 각자의 취향, 숨결, 그리고 이야기를 바탕으로 도서를 분류하고 ‘책 남기기’ 라운지와 전시 코너를 통해 관람객이 더 깊게 책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익숙한 헌책방과 완전히 닮기는커녕, 트렌드세터들이 훑고 지나갈 만한 최신 감각까지 꼼꼼하게 품었다. 잊히는 책이 아니라, 다시 자신의 주인과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서가의 구조다.

이곳의 변화엔 서울의 문화 트렌드와 독서 인구 지형의 변화가 섬세하게 담겨있다.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으로서 헌책방이 새롭게 조명받는 현상은 브랜드 서점, 라이프스타일 숍, 독립서점의 유행 속에 일어난 문화적 각성이다. 자료를 조사하며 눈에 띈 건, 소위 MZ세대 독자들이 ‘나만의 책’을 평소 SNS에서 공유하고 특별한 책 경험을 우대한다는 점이다. 헌책의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손때와 서사가 남겨진 ‘단 하나의 큐레이션’임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현상. 서울책보고는 이를 감각적으로 포획한다. 가령, 누군가 슬쩍 남기고 간 밑줄, 커피 얼룩, 희미하게 파묻힌 펜으로 그려진 별표 하나까지도 이 서가에선 추천의 가이드가 된다.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정책의 일환이기도 한 서울책보고의 변화는, 트렌디함과 대중성을 동시에 노린다. 익명의 대형 서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 오랜 세월을 품은 활자와 거기에 컨템포러리한 감각이 겹쳐진 풍경. 공간 곳곳엔 포토존과 책 테마별 전시, 라이트라이팅 이벤트가 추가됐다. 역시 SNS 업로드 유도마저 자연스럽다. 새로 펼쳐진 공간에서 라이브 북톡이나 유명작가와의 대담 등 책을 둘러싼 퍼포먼스도 확장되는 모습이다.

시장은 헌책방이 사라지는 흐름이지만, ‘커뮤니티 큐레이션’ 헌책방은 살아남는다.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최근 2년새 전국 중고책방은 3% 감소했으나 서울 내 트렌디한 복합 큐레이션 서가는 오히려 10% 늘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박제된 추억, 오래된 것에 머무는 장소라는 수식 대신 ‘나만의 작고 은밀한 발견’을 선물하는 현대적 감성의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헌책이란 시간의 층위를 챙기면서, 거기에 현재의 취향을 덧씌우는 손길. 서울책보고가 선보인 ‘취향저격 서가’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 실험장이자, 도심 한복판에서 잠시 머무를 명확한 이유를 준다. 책은 여전히 조용히 사람을 붙든다. 그리고 서가는, 그 안에 담긴 마음과 기억과 열망의 집이 된다. 이때 책 한 권을 고르는 행위는, 그저 소비가 아니라 작은 취향 선언이다. 서울책보고의 시도는 그래서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행위가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과 취향의 세계를 불러내는 작은 문화적 혁명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누군가의 오래된 책에서, 또 누군가의 현재와 미래가 촘촘히 얽히는 그 장면을 서울책보고는 조용하게 준비했다. 월계수를 두른 독서가든의 알전등 불빛 아래,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이 오늘도 누군가의 밤을 살아내는 힘이 된다는 믿음을 다시금 품게 한다. 서가는 다시 살아 숨 쉬고 있다. 취향의 지도 위에, 서울책보고의 이름을 새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헌책방에서 문화 트렌드의 숨결을 찾다: 서울책보고의 새로운 변주”에 대한 6개의 생각

  • 와ㅋㅋ 요즘 이런 트렌디한 책방 많아지는 거 넘 좋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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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방이 이렇게 변하는 거 신기하다. 헌책도 멋있게 큐레이션하니까 더 관심가네. 나도 옛날 책 있는지 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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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책보고 가봤더니 완전 딴판임ㅋㅋ 경제 불황에 이런 데 살아남는 게 신기하긴함. 그래도 구색 맞추기 퀄은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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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트렌드 따라 큐레이션 해봐야 결국 헌책방은 마니아들의 공간일뿐이지. 소비만 자극하는 포토존, 감성 인테리어만으론 변하지 않을듯. 사람들은 결국 추억을 팔러 오는 건지, 진짜 책을 읽으러 오는 건지 애매해. 물론 이런 공간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책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는지가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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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서울은 뭐든 빨리 바뀐다ㅋㅋ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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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 빠져본 지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이런 큐레이션 서가라면 다시 한번 도전할만 해보임. 어릴 때 내 취향도 있었던 거 같은데, 잊고 살다가 다시 찾는 느낌이네. 근데 사람 붐비면 혼자 책 보기 힘들까봐 걱정도 됨ㅋㅋ… 아무튼 오랜만에 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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