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대신 여기 어때”…’애국 관광’ 띄우는 중국 속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일본 여행의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는 이례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국 주요 플랫폼과 여행업계, 정부 차원에서까지 “해외여행 대신 국내를 즐기자”는 메시지가 활발하게 확산되며, ‘애국 관광’ 트렌드가 새롭게 자리잡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각종 여행 예약 플랫폼에선 “일본은 잠시 쉬어가세요”, “중국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자”는 문구가 자연스럽게 눈에 띈다. 이 변화의 이면에는 복잡한 국제관계와 민족적 자부심, 그리고 소비의 새로운 흐름이 교차한다.

지난해까지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외 여행지’로 꼽혔다. 특히 엔저와 일본 내 물가 안정의 여파로, 면세 쇼핑과 맛집 탐방, 온천 여행 등이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면서, 중국 내에서는 SNS상에서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담론이 부상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국가적 자존심을 강조하는 프로모션이 연이어 등장한다. ‘국산 소비 진흥’ 정책까지 더해져, 대표 여행지였던 오사카, 도쿄의 이미지는 묘하게 덜 매력적으로 변모한다.

중국 여행객들의 여론 변화에는 최근 한중일의 외교 마찰,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지속된 반일(反日)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단순히 정치적 이슈를 넘어, 일본 여행이 ‘쿨’한 소비 경험이 아니라는 인식이 또래 집단을 중심으로 번지며, ‘나의 소비 선택이 곧 국가의 이미지’ 라는 새로운 심리가 확산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쪽도 있다. 관영 매체와 플랫폼들은 국내 관광지의 장점을 다양하게 부각시키며, ‘내수 강화’를 명분으로 대중의 소비 심리를 촉진한다.

놀랍게도,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웨이보, 치타이 등 내국 플랫폼에서는 #애국관광, #차이나홀리데이 해시태그를 걸고 각 지역 이색 여행지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같은 현상은 메신저에서도 포착된다. 친구, 동료간의 단톡방에서는 “올 연말엔 도쿄 대신 운남성 카페 투어 갑시다”, “잘 모르는 중국을 직접 새롭게 발견해보자”는 목소리가 다수다. ‘애국 관광’은 과거의 집단 움직임과는 또 다르다. 정치, 외교적 맥락이 있는 동시에, 근래 Z세대가 선호하는 감각적인 소비자 경험과 맞물려 있다. SNS용 인증샷은 물론, 지역별 먹거리, 인플루언서의 여행 챌린지, 내국 브랜드 호텔 체험 등이 각종 트렌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애국 관광’ 현상은 단순한 내수 진작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진작하고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개개인의 ‘소비적 애국심’ 실현 방식이 더욱 세련되고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 시장이나 현지 체험형 프로그램, 친환경 여행 및 지역 소도시 투어 등은 과거 ‘보통’의 국내 여행과는 ‘결’부터 다르다. 신진 셰프가 이끄는 전통 음식 마켓, 장인 소규모 숙소, 복합 리조트 내 한정판 체험 프로그램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표면화된다.

이 같은 흐름은 자연히 내국 여행 서비스 기업들의 반응 또한 빠르게 이끌어냈다. 시트립(携程), 마펑워(马蜂窝) 등 주요 예약 앱은 ‘국풍(國風) 여행’이라는 키워드, 현대와 전통을 융합한 상품 패키지, 소도시 전용 투어 전용권까지 출시한다. 쇼핑, 레저, 숙박, 푸드, 뷰티 등 각 분야 SNS 채널에서도 “#메이드인차이나체험” 라벨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마치 ‘중국판 신(新)관광 미학’의 탄생을 보는 듯하다.

이와 더불어 시장에서는 내수 촉진 정책이 일본·한국 등과의 외교 문제와 맞물려 어떻게 국민정서를 자극하고, 다시 소비 행태로 이어지는지 면밀히 주목한다. 예컨대, 환율이나 비자 정책 등 기존 해외 여행의 경제적 진입 장벽 대신 ‘애국’이라는 명분과 자부심이 새로운 심리적 롤모델로 자리잡으면서, 브랜드 충성도와 사회적 인증 욕구까지 교차 작동한다. 이는 단순히 ‘해외를 안 간다’는 소극적 불매와는 결이 다르다. “내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지가 곧 나와 우리 집단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신소비 트렌드에 가깝다.

중요한 건 이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여행·레저, 유통·소비재, 지역경제까지 어떤 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애국 관광’에서 만족과 자부심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여행에 대한 수요가 시간이 지나 재점화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단, 분명해진 점은 여행이 더 이상 단순한 휴가의 개념이 아닌, 집단적 메시지와 개인적 정체성 모두를 드러내는 감각적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플랫폼, 지역 관광 산업 모두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지형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여행은 늘 한 사회의 욕망과 시대의 흐름을 비추는 거울이다. 일본을 대신하는 ‘애국 관광’은 중국 사회의 소비 심리, 그리고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일본 여행 대신 여기 어때”…’애국 관광’ 띄우는 중국 속내”에 대한 10개의 생각

  • rabbit_activity

    헐…이렇게까지 집단행동? 신기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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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여행가고싶다 ㅋㅋ이런건 필요없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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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트렌드가 참 빨리 바뀌는 것 같아요. 다음엔 또 어떤 여행지가 뜰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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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중국 뭔가 하면 전체가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나… 개인도 집단도 여행에 소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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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Z세대: 일본은 싫다면서 명품은 또 잘만 사겠지🤣광고주가 바뀌니 여행 트렌드도 바뀌는 마술쇼! 밑에 누가 일본이랑 손잡고 세계여행하면 뭐하냐고 하던데, 현실은 다 같이 내수 돌리기 대잔치🌏공산당이랑 인플루언서가 손잡으니 이게 애국인지 홍보인지 구분도 안 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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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재밌는 현상임🤔 소비 심리가 이런 식으로 집단화된다니… 앞으로 국내 여행 트렌드도 중국 따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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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국관광이라… 신조어가 참 많이 생기는 시대네요.😅 사회 현상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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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repudiandae

    그래도 소도시나 새로운 곳을 주목받게 만드는 건 좋은 듯! 이제 캠핑이나 전통시장 여행이 유행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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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진짜 기사 읽고보니 중국도 마케팅이랑 정치랑 많이 엮이네요. 소비 심리 흐름 참고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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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야 늘 바뀌지만, 이렇게 국가적 의지와 맞물려 소비가 변하는 건 흥미롭네요 ㅋㅋ 다음엔 어떤 캠페인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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