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기행’ 파주 도리뱅뱅이, 어죽, 이북식 만두전골 맛집에서 찾은 겨울의 온기
거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겨울 끝자락, 이 계절에는 유독 따뜻한 밥상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파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북음식의 깊은 맛,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지역 식당 주인들이 지켜온 넉넉한 손맛은 삶의 온기를 전한다. 최근 방영된 ‘백반기행’에서 소개된 파주의 도리뱅뱅이, 어죽, 이북식 만두전골 맛집들은 그만의 온기와 내음으로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식도락가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도리뱅뱅이는 맑은 강가의 추억을 오롯이 담아낸다. 작은 생선을 동그랗게 둘러 튀겨내고, 간장에 은은하게 졸여낸 맛은 오래된 집에서만 완성될 수 있는 시간의 결과다. 파주의 한 노포에서 만난 도리뱅뱅이는 일본풍 찬바람과는 부딪혀 다른, 조용한 한국식 온기를 집약해 보여준다. 한입 베어 물 때 느껴지는 고소함과 사르르 바스라지는 소박한 생선의 살점, 그것이 입천장에 부딪히는 순간의 바삭함은 유년의 기억을 불러온다. 함께 곁들여진 아삭한 나물무침과 따뜻한 쌀밥은 ‘백반기행’ 특유의 정서를 더한다.
역시 겨울 식탁을 진하게 감싸는 건 어죽이다. 두툼한 국물의 농도, 그리고 그 안에 토막토막 퍼진 생선살과 쫄깃한 면사리는 피로한 일상 끝에 찾아오는 위로와 같다. 파주강 근처에서 어부의 방식을 이어받아 만든다는 이 집 어죽은, 국물에 배인 생물의 풍취가 또렷하다. 조밥을 넣고 천천히 우려낸 뭉근한 그 풍미에는 무심한듯 자상한 손길이 묻어난다. 담백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뒷맛, 시린 손끝을 풀어주는 온도가 있다. 참여자들이 젓가락질을 멈추고 국물 한 모금에 천천히 숨을 고르는 모습이 방송 너머로 전해진다.
특별히, 이북식 만두전골이 파주에서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은 그 넉넉한 구성 때문이다. 투박하게 빚은 만두는 빵빵하게 속을 머금고 있는데, 손수 빚은 만두소에 담긴 돼지고기, 숙주, 두부의 조화가 깔끔하다. 맑은 육수가 자극 없는 편안함을 준다. 끓인 뒤에도 뭉개지지 않는 단단한 만두피에서, 오래된 시간과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고향을 떠난 이북 실향민들이 이방 땅에서 완성한 맛. 어쩌면 이 만두전골 한 그릇에는 파주의 역사와 상처, 그리고 화합이 함께 오른다.
파주의 로컬 맛집들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넘볼 수 없는 ‘진짜’의 힘을 보여준다. 한 그릇에 밥 한 술, 국 한 모금이 주는 따뜻함. 음식은 단순한 식(食)을 넘어, 어떤 기억과 사람이 겹쳐지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 ‘백반기행’처럼 길 위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나누는 밥상에는 순수한 우정과 배려의 기운이 서린다. 문을 두드리면 늘 환한 미소와 정갈한 밥상이 기다리는 파주 맛집들은, 도시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마음의 안식처처럼 남아 있다.
최근 ‘백반기행’의 방영 이후 이들 식당을 찾는 발길이 더욱 늘었다. 시청자들은 남도의 향토식을 연상하면서도, 이북 실향민의 고단한 역사를 음식에 녹여낸 공간의 의미에 깊은 여운을 느낀다. 평범함 속에 녹아든 섬세한 차이와 오랜 내공, 그리고 생선을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방의 작은 가게들이 주는 이야기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오래 남는다. 파주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소소한 풍경과 서늘한 겨울 공기, 그리고 저마다의 기억을 안고 있는 손님들. 두툼한 유리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강물마냥, 이 식당의 음식들은 추억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백반’은 단지 반찬이 많거나 반짝거리는 고명이 올라간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과 깊이 닿아 있다. 말없이 배려하는 전골의 불빛, 갓 지은 밥 내음, 듬직하게 마련한 수저 한 벌이 주는 다정함은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 파주에서 도리뱅뱅이, 어죽, 이북식 만두전골을 맛본다면 잠시 서둘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따스하게 울리는 맛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빠르고 환한 음식보다 조금은 느리게 짓는 밥 한 끼. 파주 한 귀퉁이에서 만난 맛집에서 삶의 온도를 높인다. 손끝에서 정성을 담은 고요한 밥상, 그 한 술 한 술이 겨울 여행자로 하여금 한참이나 머물게 한다. 파주의 맛집들은 단순한 점심 식당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위로와 추억, 그리고 따스한 환대를 전하는 공간이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각자의 식탁에 한 그릇의 온기와 이야기, 그리고 오래 곁에 두고픈 맛이 필요하다면 잠시 파주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여전히 오롯한 손맛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곳의 식당들이 기다리고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야 또 맛집이야?! 난 밥 먹으면서 기사 보는중ㅋㅋ 너무 배고프다…🤤🤤 그냥 다 먹고싶어…
도리뱅뱅이 진짜 먹어보고 싶음😋
진짜 파주 갈 이유 생김ㅋㅋ 그냥 바로 고고👌
겨울의 미각을 잘 담아낸 기사였습니다. 전통 음식과 지역의 절묘한 조화에서 한국적인 정취가 느껴졌고, 여러 요리 중 특히 이북식 만두전골은 한 번쯤 꼭 맛보고 싶네요. 파주 여행 계획 있으신 분들께도 유용한 정보인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죽은 안 먹어봤는데, 저런 국물은 추위 날릴 듯! 다음 파주 여행 때 챙겨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