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식]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동행 프로젝트’

부산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에는 특별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신라대학교 강서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준비한 ‘건강한 식습관 아동극’의 무대가 막을 올리는 날, 아이들의 눈빛은 한껏 빛났습니다. 바쁜 맞벌이 가정,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이 일상인 시대에 건강이란 주제는 어른들에게도 늘 숙제였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심어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센터는 무거운 교육 대신,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아동극의 주인공은 영양사가 아니라 식탁 위 평범한 채소 인형들입니다. 감자,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 인형들과 감정적으로 교감하며, 편식이란 단어를 몰랐던 작은 친구들이 채소의 소중함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됩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엄마의 손을 잡고 수줍게 입장하는 다은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동안 반찬 투정이 심해 가족 건강 문제로 번졌던 기억에, 다은이의 어머니 박주연 씨는 “아이를 다그쳐도 소용없었는데, 연극 한 편으로 달라질 수 있다니 기대가 되네요”라고 말합니다. 강서구 센터의 노력이 반짝이는 이유는, 이처럼 한 아이 한 아이의 생활 속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들은 최근 몇 년간 점점 더 현장형, 참여형 프로그램을 앞세워 건강 교육의 접근법을 바꿔왔습니다. 기존의 일방적인 강의, 전달식 영양표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구, 체험, 연극 등으로 평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강력하게 권장하는 어린이 영양교육 수단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특히 ‘즐거움’과 ‘몰입’을 기반으로 한 놀이형 교육이 아동 행동 변화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의 긍정적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내 센터 4곳에서 도입된 인형극, 음식 만들기 체험 후 3개월간 편식률이 18% 감소했다는 식약처 발표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분명히 시사합니다. 그러나 각 센터의 인력과 예산, 지역별 격차로 시행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여전한 과제입니다. 강서구 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의 예산이 집행 기준에 얽매여 융통성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현장 목소리는 정확히 ‘관심만 많고, 실질 지원은 부족한’ 대한민국 아동복지의 현주소를 비춥니다.

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택한 연극 교육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효과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현실에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연극을 지켜본 엄마 아빠들 사이에는 “집에서 채소를 거부하는 아이가 브로콜리 인형을 갔다가 집에 데리고 오고 싶다며 조르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는 말이 오갔습니다. 아이들만의 언어로 접근할 때 편견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는 소중한 발견입니다. 지역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상훈 원장은 “성장기 아이들이 식단에서의 작은 변화를 통해 건강의 기초를 쌓을 수 있다”며,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공공에서 주도되는 지속 프로그램의 효과를 강조합니다. 부산시 또한 내년부터 체험형 어린이 영양교육 사업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는 홍보 부족, 주변 시선, 재정 부담에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실제 다른 시군 센터 담당자와 통화해 본 결과, “사실상 행사 일회성에 그치고 꾸준한 생활화로 연결되기가 참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흘러나옵니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맞벌이, 다문화, 저소득 등 다양한 가정환경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센터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인 초등 1학년 정우(가명)는, 아동극 참여 이후 “엄마가 해준 당근볶음은 꼭 한 입이라도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진짜 변화가, 수치로는 포착되지 않는 건강의 기초입니다. 기자의 취재 중 만난 보육교사 이현정 씨는 “교육과 돌봄이 어긋나는 틈에서 센터의 프로그램이 아이, 부모, 교사 모두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의미를 전합니다. 전국 226개 지자체 가운데 아직도 센터 미설치 지역은 남아 있는 상황. 각자의 자리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도록 정책적 연계와 지원의 넓은 손길이 닿아야 할 때입니다. 건강이란 경제, 사회, 가족이란 삶의 결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연극 무대 위 ‘브로콜리 인형’ 한 송이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은, 강서구의 아이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건강해지는 것은 거창한 공공정책이나 대형 캠페인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하고 따뜻한 현장의 이야기가 주는 힘 때문일지 모릅니다. 각 지역의 다양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통한 동심의 교육 실험이, ‘건강한 미래’라는 구호가 아닌, 삶의 현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연대와 관심이 끝없이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부산 소식]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동행 프로젝트’” 에 달린 1개 의견

  • 이런거 보면서도 현실은 부모들 야근에 외식에… 결과물 제대로 나오는지 의문이네요🤔그래도 아이들 위한 움직임 자체는 응원합니다🤔계속 이런 활동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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