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갈래요” 외국인 몰려오는데…관광 적자 ‘뜻밖의 구멍’

겨울 아침, 서울역 광장에 내리는 햇빛은 지난 계절보다 한결 더 부드럽다. 남색 패딩을 두른 어느 유럽인 가족은 바삐 지도를 펼치고, 뒤에서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든 동남아 커플이 뜨거운 고구마를 나누어 먹는다. 2025년, 다시 한 번 한국은 관광객의 물결 속에 잠긴다. 해외에서 불어오는 ‘방한’ 열기에 기대어, 인천공항의 전광판엔 도착 항공편이 빼곡히 이름을 올린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연 한국 관광업계. 하지만 다시 한번, 어딘가 ‘비어 있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최근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명동 거리엔 다국적 언어가 울리고, 경복궁 앞 전통한옥, 남대문 시장 통로마다 ‘selfie(셀피)’를 찍는 손길이 이어진다. 긴 대기줄 앞에서 웃음짓는 모습은 얼마나 반갑고 익숙한지. 그러나 숫자만을 보면, 장밋빛 기대와 달리 우리 관광의 관문엔 ‘적자’라는 커다란 경고등이 켜졌다. 한 해 관광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늘어난 외국인 방문이 곧바로 관광산업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그 틈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

의외의 구멍은 어디였을까. 인바운드(유입) 관광객은 꾸준히 늘었지만, 해외여행에 나서는 한국인도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한류와 미식, 뷰티와 K-문화 복합체가 만들어내는 ‘한국 드림’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특별하다. 하지만, 저렴한 항공권과 해외 호캉스 트렌드 등으로 국내를 떠나는 한국인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의 소비는 국내에서의 외국인 소비를 웃돌며, 관광수지의 힘겨운 저울질은 다시 적자로 향한다.

이방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은 늘 새롭다. 남산타워의 붉은 노을, 한강 밤하늘에 비치는 불꽃, 길거리 음식의 후끈한 김까지—모든 것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제한적이란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고가의 특급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 외식은 조촐하게, 쇼핑은 명확한 목적만 있을 때. 유럽과 미국 관광객은 현지에서 경험과 문화를 더해가는 데 만족하며, 동남아 관광객은 K-팝 혹은 뷰티 제품 구입이 주요 목적이다. 비교적 체류 일수 역시 짧다. 관객은 크게 늘었으나, 개별 지출은 미미한 까닭이다.

이는 산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도시의 ‘공간 감각’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 명동과 강남의 화려했던 쇼핑 인파, 광장시장과 남대문 골목을 가득 메웠던 웃음과 대화들. 그곳을 다시 찾는 외국인들은 기대와 설렘을 품지만, 한층 높아진 물가, 지역별 편차, 체험형 관광 부족 등에서 아쉬움을 말하곤 한다. 여행자의 눈에 비치는 서울과 지방은 점차 한번쯤은 가봤던, 혹은 다녀간 이가 추천하는 그저 그런 ‘목적지’로 바뀌는 걸까. 한국의 진짜 매력, 우리만의 경험과 온기, 일상의 특별함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 되묻는다.

떠오르는 이슈에 답을 찾아보려면 ‘질적 성장’이란 테마가 아주 중요해진다. 단순히 숫자나 방문 횟수로 축약되는 행정적 성과 대신, 머무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되도록, 직접적인 소비 동선에서 머물러야 한다. 전국 곳곳에 늘어난 K-콘텐츠 체험존, 지역 공항의 국제선 재개, 최신 미식 페스티벌 등은 그 시작을 알린다. 특히 지방 소도시의 매력적인 한옥 카페, 감각적인 소규모 미술관, 걷기 좋은 골목과 현지 식재료를 살린 식당들. 해외 관광객 스스로 ‘나만의 한국’을 찾아 걷고 머무는 장면을 그린다.

하지만 국내 관광업계의 현실은 만만찮다. 외국인 대상 서비스의 질, 인프라, 결제 환경, 다국어 안내는 아직도 전반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디지털 관광패스나 글로벌 체험 플랫폼과의 연계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문화·음식·체험을 입체적으로 알릴 스토리텔링이 생활 곳곳에 살아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화려한 영상이나 대규모 프로모션에만 기대면 다시 방문할 이유는 약해진다. 매번 한국을 찾는 여행자가 ‘어디서든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경험, 자신만의 추억을 담는 공간이 간절하다.

반대로, 해외여행에 쏟아지는 한국 내 소비자들의 열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가항공의 성장, SNS에 공유되는 해외 명소, 여행 비대칭 정보 등은 이제 일상이 되었기에, 국내 여행 또한 차분히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국내 도시, 섬, 산촌마을, 로컬 시장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 지속가능한 ‘여행 소비’에 대한 고민이 필수다.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만으론, 자국민의 여행 발길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진짜 한국다운 경험,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감성, 그리고 사람—이러한 것들이 여행이 주는 진정성의 출발점이다.

낮게 깔리는 겨울 햇살처럼, 한국의 관광산업은 현재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품으려다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숫자만 늘어서는 지속성장도, 체류 만족도도 살릴 수 없다. 기대와 현실, 성과와 과제가 교차하는 지금, 진짜 한국 여행의 길을 새로이 그려나갈 시간이다. 우린 더 감각적으로, 더 깊이 공감 받고 기억되는 ‘여행 한국’을 꿈꿀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그 답을 골목 어귀 작은 음식점과 낡은 골목길, 새로운 꿈을 꾸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에서 찾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한국 갈래요” 외국인 몰려오는데…관광 적자 ‘뜻밖의 구멍’”에 대한 5개의 생각

  • 헐;; 외국인 많은데 적자라니 이게 무슨 조합이냐🤔🤔 진짜 이해불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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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처럼 해외여행만 부추기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뭐가 바뀔까ㅠ 그나저나 외국인들도 진짜 돈 안쓰긴 하는듯.. 현지 체험 늘려야지, 단체관광 유치만으로 한계 명확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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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돈 쓸만한 게 없으니 그렇지!! 한류만 믿지 말고 실질 체험 개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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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cupiditate

    관광객은 많아졌는데 적자가 커지는 건 ‘양보다 질’을 고민 안 한 결과 아닐까요? 관광 체험이나 상품이 다 똑같으니 다녀가도 돈이 안 남죠. 차라리 로컬 체험 강화해서 개별여행자를 붙잡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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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에서 하는 거 다 거품이라 그럼. 온갖 촬영지 홍보에만 돈 쓰고, 실질적으로 돈 떨어지는 데 신경 안 쓰지. 외국인도 관광만 하고 돈 안 쓰니까, 결국 경제에는 손해만 남음. 그거 모르고 계속 똑같은 짓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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