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 안전, 기술과 정책의 촘촘함이 필요하다

경북 청송군의 한 과수원에서 70대 남성이 파쇄기 작업 도중 다리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즉시 119 구조대가 출동해 30여 분 간 구조작업 끝에 작업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보도가 2025년 12월 30일 전해졌다. 기계화가 확산한 농업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고령 노동자 안전사고, 대한민국 농촌 구조의 특성과 정책적 대응의 맥락, 그리고 이 사안이 시사하는 국제 농업 안전 기준과의 비교에서 복합적인 함의를 짚게 된다.

현장의 사고는 작업 환경과 인력 구조의 취약성에서 비롯된다. 국내 농가의 평균 연령은 이미 65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노동력 부족과 비효율성 심화를 기술 도입이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자 중심의 현장에서는 현대적인 농기계와 자동화 도구가 오히려 새 위험 요인으로 작동한다. 농기계 파쇄기는 구조상 강한 동력과 예기치 않은 회전력을 동반해,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한순간의 실수에서 즉각적 위험 상황이 초래된다.

2020년대 중후반 들어 농촌 인구의 대다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며, 이들의 상당수가 경제적·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직접 농업 현장의 중노동에 투입되고 있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의 최근 연구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국내 농작업 관련 사고의 71%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 작업자에게 집중된 바 있다. 작업장 곳곳에서 반복되는 안전불감증, 사용설명과 실제 현장의 괴리, 그리고 만성적인 작업 인력 부족에 따른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개인의 주의력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을 낳는다.

이번 사고처럼 농기계 사고의 후유증은 단순하지 않다. 다리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는 외상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회복 이후 장기적 노동·의료비 부담, 그리고 농가의 전체 생계 기반 자체를 크게 흔든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체제 하에서도, 농촌 고령자 다수는 의료 접근성 및 재활 지원이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농촌 공동체 전체의 인구 감소, 경제력 저하, 지역 격차 심화로 이어진다.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일본·독일·미국 등 선진 농업국은 고령화를 반영해 맞춤형 농기계 안전 기준 강화, 안전 교육·캠페인, 스마트 센서 도입 등 정책적·기술적 보완책을 집중해왔다. 특히 일본은 고령 농민 전용 저속·스마트 농기계를 현장 배분하고, 각 마을단위 안전교육을 연중 상시화하는 등 실제 농업 현장의 생활 패턴에 기술·정책이 맞추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농업 현장에는 고령자를 위한 사용성 설계나 안전장치의 보편적 보급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안전규정 미준수에 대한 책임 범위와 예방 관리 체계 역시 취약하다. 현행 국내 농기계 관리법령은 등록의무, 정기점검, 안전교육 이수 등 일정 수준의 예방 규정을 갖추고 있으나, 실효성 확보에 필요한 감독 인력이나 현장 단위의 실질적 제재 수단은 미흡하다. 지자체나 농기계 제조사, 농협 등 관련 기관의 역할 분담 또한 명확하지 않아, 안전사고 시 책임소재도 불투명하다. 이는 고령 노동자 개인에게만 위험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정책 책임의 회피와도 일맥상통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과수원 파쇄기, 트랙터, 콤바인 등 주요 농업 기계에 안전 인터락(interlock) 장치, 자동 정지 기능, 접근 경보 센서 등 최신 안전기능 채택이 해외 대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 보급 중인 관련 기술에 대한 인증 제도 강화, 정부의 보조금 지원 확대 등 본격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문가 집단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예산 및 실행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도 농촌 고령화와 도시-농촌 양극화가 안전 문제의 배경이다. 농촌 지역의 고령 노동자들 상당수는 소득원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으며, 가족 단위 분산 및 젊은 세대 유출로 인해 위험 분산이나 긴급 대처 인력도 부족하다. 농작업의 기계화가 진전되면서 노동 강도는 경감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사용 설명미흡, 주기적 점검 미비, 엔지니어링 지원 부족 등 새로운 구조적 취약점이 곧장 드러난다.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다중 대책이 시급하다. 단순 안전교육 이상의 맞춤형 정책, 고령자 친화적 농기계 정책, 현장별 상시 전문 인력 확보, 사고 후속 의료·재활 연계 등 전방위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농기계 안전에 특화된 스마트 시스템, 사고 감지 AI, 음성 경보, 착용형 안전 웨어러블 장치 등 글로벌 테크놀로지 흐름을 현장에 과감히 이식해야 한다. 일본, 독일 등의 사례처럼,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되어야만 산업 현장 전체의 안전수준이 높아진다.

결국, 이날 청송에서 발생한 고령 농민의 사고는 단순한 ‘개인 부주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인구 구조, 사회적 인식, 정책·기술 도입, 현장 감독체계의 복합적 결함에서 비롯된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다. 그 대응이 개별 농가와 고령 노동자에게만 과도하게 전가돼선 안 된다. 향후 국내 농업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제적·입체적 농업안전 체계, 그리고 각계 협력과 공동 책임이 시급히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농업 현장 안전, 기술과 정책의 촘촘함이 필요하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기계만 늘고 안전은 그대로네. 돈 벌려고 효율만 따지다 결국 사람이 다치지. 뭐 늘 그렇지.

    댓글달기
  • 이런 현실이 너무 씁쓸함. 나도 시골 내려가면 마을 어른들 첨보는 기계로 일하고 계신 거 몇 번 봤는데, 도와드릴 수도 없고ㅠ 기술이 좋아진다는 게 꼭 모두한테 이득은 아닐 거란 생각. 정부랑 제조사도 진짜 고령자 입장 헤아려서 정책 만들어야 할 때. 의료 지원도 필요함. 농촌 고령화 심각성 더 주목 받아야 함…

    댓글달기
  • 농부님들 건강 챙기는 게 국가 안보 1번임ㅋㅋ 이렇게 사고 한 번 터질 때마다 대책위 생기고 전문가 토론회 열리는데, 실제 마을에선 달라진 게 1도 없음ㅋㅋ 기술 뜬다더니 왜 햇빛만 봐도 눈부신 우리 농촌에선 여전히 사고만 나냐고요…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무한반복 에디션, 올해도 계속ㅋㅋ

    댓글달기
  • 이제는 정말 농촌 안전도 복지의 일부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기술 문제만이 아니라 현장 점검, 교육, 응급 대처까지 종합적으로 개선 안 하면 이런 사고 계속 나올 듯합니다…안타깝네요… 모두 안전에 각별히 신경 씁시다.

    댓글달기
  • seal_voluptate

    이런 사고 기사 보면 항상 같은 생각이 들어요ㅋㅋ 정책은 잔뜩 발표해놓고 현장은 왜 이럴까요? 현장 맞춤형 대책부터, 교육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꾸면 좋을 텐데요. 농기계도 최첨단으로만 갈 게 아니라 진짜 어르신들 써보기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주변에 부모님 시골 계신 분들 한 번씩 전화드려 보세요~ 건강이 제일!🙏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