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규모 영화, 완결성 잣대에 붕괴하다
스탠바이, 로케이션 안에 퍼지는 침묵. 영화관 좌석 수만큼 비어있는 표정들. 한때 ‘흥행 중추’이자 영화의 다양성을 받쳐주었던 중규모 영화들이 2025년의 겨울, 서늘한 한기 속에 흔들린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가의 복도에 지나는 관객들은 수십 가지 포스터를 건너뛰지만, 정작 예매창은 초대형 영화와 소수의 화제작에만 줄이 늘어서 있다. 카메라 셔터를 번갈아 누르며 개봉 대기 현장을 담는 동안 가시적이진 않았던 단층 구조가 확연해진다.
2024년 한 해, 300만~500만 명이 주요 관객 타깃이던 중규모 상업영화들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황금 비율이었던 두 시간짜리 생활밀착형 드라마, 로맨틱코미디부터 가족·범죄물까지 예외 없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젠 무조건 시리즈나 거대한 돈줄에만 주목한다”며, 감독들도 “플랫폼용인지 극장용인지 자체 회의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획-투자-배급 커넥션이 대형 자본 쪽으로만 몰리면서, 전통적 제작 환경은 불과 몇 년 사이 전혀 다른 판이 됐다.
관객들은 더이상 친숙함에 기대 영화를 고르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2030 세대 관객들은 “신작이라도 완결성 없으면 돈 쓰기 아까워요” “OTT 시대라 미완성 같으면 바로 손절”이라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한때 관성적 소비를 이끌던 ‘극장 경험’은 이제 엄정한 선택의 재료다. 유튜브·SNS·OTT에서 수많은 글로벌 작품들이 실시간 추천되는 지금, 진부하거나 구멍 많은 시나리오는 용납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VOD·OTT 전성 시대에, ‘완결’이란 키워드가 모든 장르에 압도적으로 부상한다. 엔딩 못미더우면 실시간 악평과 티켓 환불, 심한 경우엔 잡음 속 조기 내리막이 반복된다. 중규모 영화는 이런 용암 같은 소비 취향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공간 제약 없이 수분 만에 결말·평점이 도배되는 속도 속에, 개성이 약하거나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은 영화는 스크린 공급 자체가 줄어들었다.
OTT로의 이탈도 원인이다. 자체 프로그램 경쟁력과 오리지널 시리즈에 치중한 글로벌 OTT는 개봉작과 동시공개, 2차 판권 확대에 따라 극장 러닝타임을 사실상 ‘시사’ 수준으로 축소했다. 업계의 한 인사는 “중규모 상영관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라면서, 완결성 부족한 영화는 시도조차 못 한다고 전했다.
현장풍경은 확실히 바뀌었다. 100억 원 이상 제작비에 대형 IP를 장착한 영화, 기존 팬덤이 든든한 시리즈만이 스튜디오 전체를 점령한다. 중급 예산 젊은 감독들에게 남은 건 유행 장르의 반복 혹은 엄청난 화제성 선점뿐이다. 몇몇 스크린 수 확보에 성공한 작품도, 입소문이 퍼지기 전 관객 수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한다. 나이트 촬영이 길어지는 어느 날 밤, 조명 아래 서 있는 배우들 표정은 지쳐 보였다. “이건 우리가 준비한 영화고, 최종까지는 가야죠…”라는 말 뒤로, 완결성에 대한 막중한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보였다.
비평계도 변화에 동참 중이다. 극장 리뷰어, 영화 전문 유튜브 채널 모두 완결성·플롯 구조를 전면에 두고 평가한다. 단순히 ‘볼거리’나 감정선만으로는 이제 관객의 1~2시간을 설득할 수 없다. 모바일 카메라로 포섭된 현장 목소리들은 대체로 한결 같다. “스토리 짜임새 없어, 결말 다 망가짐” 등, 관객들이 실망을 바로 드러낸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영화는 곧 선별당한다. “OTT용? 극장용?” 이 질문이야말로 기준의 핵심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신인영화의 역전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 ‘경계선’처럼 극단적 실험성과 창의성에 목 매단 작품이 구전과 서포터즈 덕분에 적정 관객을 모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전체 파이를 바꿀 정도의 무게를 갖지 않는다. 대부분의 투자사와 배급사는 한정된 자본을 더욱 확실한 결과에만 투입한다. 말 그대로 ‘확실한 완결성’과 대중적 수용, 두 마리 토끼에 실패하면 영화는 포스터에만 남는다.
이 변화는 신인창작자, 스태프, 배우, 기술 스탭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 중·저예산 작품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투자자 검열을 거치고, 완결성 보장을 요구받는다. 현장에서는 촬영 스케줄이 단축되고, 편집·후반 제작 인력도 감소했다. 깁스한 손으로 카메라를 든 촬영스탭은 “몇 백만 들여 만든 영화가 막상 극장에서도 몇 주 못 버티는 걸 반복하니까 헛헛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관객의 눈이 더 냉정한 시대”란 한 멀티플렉스 매니저의 멘트는 변화의 본질을 겨냥한다.
관객은 더 똑똑해졌지만, 영화 생태계는 더욱 쪼개졌다. 다양성, 실험성, 배우 발굴 등 ‘중간’의 매력은 점점 갈 곳을 잃었다. 영화는 점점 ‘덩치 싸움’이 되고, 남은 선택지는 완결성+확실한 수요라는 이중 압박뿐이다.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에 그칠까, 아니면 앞으로 국내 영화판 구조 자체를 새로 쓰게 될까. 스튜디오 천장 위 조명 아래, 밤새도록 대본을 고치는 이들의 손끝에 앞으로의 답이 달려 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ㅋㅋ 요즘은 영화 하나하나가 시리즈화 아니면 듣보잡 신작임;;; 완결도 없고 떡밥 던지다 말면 진짜 현타 오죠. 관객 눈높이 많이 올랐네!
이젠 중규모 예산으로 완결성+흥행 다 잡으라는 게 말이 되나… 영화는 원래 다양해야 하는데 시장이 진짜 팍팍해지네요. 서서히 영화관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씁쓸합니다.
요즘은 광고만 번지르하게 만들고 내용은 별로인 영화 많아서 실망🧐 관객만 탓하지마라 좀
진짜 옛날엔 소소하게 좋은 영화도 많았는데!! 요즘은 대기업 영화 아니면 극장서 구경도 못함!!🤯🤯
OTT, 극장 할 것 없이 완성도 없는 영화는 앞으로 더 힘들듯…!! 선택기준 확실해진 거 체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