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품질을 지킨다는 것, 위태로운 시대의 품격 선언
종이 위에 새겨진 검은 잉크의 결 — 사람이 남긴 자취만이 더 깊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책의 품질에 타협 없어야…책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누군가의 선언이, 오랜만에 겨울의 드센 바람을 잠재웠다. 책 산업에 또 한 번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 같았던 최근, 출판계와 독자들이 마주한 불안은 깊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심지어 AI가 텍스트를 만드는 시대. 그 한복판에서 ‘책, 그 자체’의 품질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는 이슈는 뉴스 헤드라인 그 이상이었다. https://news.google.com/rss/articles/CBMiY0FVX3lxTE0wZDI2ekJBaHFTakdwclpHM0dSbjYxSC1OZVUtcUNaWGFQT1dwVTZmVDZ5Ukd3ZmRQNVI4VG9tVm15MDN0M2lEb0txeEYxY1B4ejU2R3BnNXRoUVYwTnI2eWJJRQ?oc=5 이 일성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책의 위기론’이 있다. 매신저 알림음처럼 시끄러운 시대에, 점점 더 얇아지는 책, 재탕·삼탕의 자기계발서, 복붙 편집의 산문집이 널려 있다. 저자조차 이름만 빌려주는 유령 출간도 적지 않다. 이러한 타협에서 비롯된 독서 경험의 빈곤함 — 결국 책은 잊히고 있다.
종이책은 여전히 우리의 손끝에 남았다. 기존 출판계에선 사람 냄새 남는 문장, 공들여 제작한 표지, 한 균열도 놓치지 않으려는 교정자의 손길이 있었지만, 서점엔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찍혀나온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차고 넘쳤다. 그 와중에 서울의 어느 오래된 책방은 30년 만에 문을 닫으며 “좋은 책은 많이 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다”던 마지막 손님의 한탄을 남긴다. 그리고, 누군가 소리친다 — ‘책의 품질엔 타협하지 않겠다.’
다른 산업과는 다른 책만의 오기, 그리고 그 오기와 맞서는 출판사의 현실. 종종 출판은 ‘문화 사업’이 아닌 ‘재고 부담’의 회계적 논리로만 다뤄진다. 그러나 책이라는 문화 상품은 단순한 ‘팔고 버릴’ 물건이 아니다. 창작자와 편집자의 답답한 숨, 교정보는 이의 사려 깊음, 책방 주인의 착잡한 정성 — 이 모든 것이 모여 ‘한 권’의 세계를 만든다.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키는, 밤을 지나며 어둠 속에서 내 방의 창가를 지키는 불빛 같은 문장. 그런 문장이 담긴 책들은 남는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선언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품격에 대한 오기, 문화와 기억의 지킴이에 가깝다. 출판이라는 업(業)에 집착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겁게만 읽히지 않는다. 도리어, 지금 시대의 소비자(독자)들이 잊고 있었던 ‘소유의 무게’를 상기시킨다. ‘유행’을 쫓는 콘텐츠와 ‘영혼’을 지키는 콘텐츠의 차이는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남는 것이 무엇이냐에서 갈릴 것이다.
책을 지키려는 출판인의 용기와,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에 깃든 자긍심. 어느 것 하나 감정이 빠지지 않는다. 요란한 미디어 소음 속에서, 자신들만의 품질과 고집을 지키려는 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출판, 독서, 창작자와 독자 — 우리가 느슨히 엮어내던 이 생태계는 점점 더 견고한 울타리를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이 울타리의 경계는, 타협의 유혹과 영혼의 목소리 사이에서 만들고 있다.
아직 우리는 잃지 않았다. 신간에 대한 짧은 설렘, 작가의 사인을 기다리는 마음, 헌책방 냄새에서 찾아낸, 오래된 글귀의 묵직함. 이 모든 것이 ‘책의 품질에 타협 없다’는 선언과 함께 다시금 깊어진다. 어쩌면 책은 우리 모두의, 단단한 내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대가 흘러가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유일하게 남는 가치 — 그것은 한 권의 품격일지 모른다. 굳이 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단호함이, 바로 이 겨울을 견디는 작은 불씨가 된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책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지요. 전자책이 압도적으로 늘고 출판사들도 비용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도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자세 필요합니다!! 근데 시장 구조가 많이 바뀌지 않는 이상 힘들겠네요.
책 품질 따질 시간에 IT 좀 따라가자…
아, 또 품질 타령인가요. 출판계 자존심은 알겠는데, 소비자들은 이제 그런 얘기 여러 번 들음.;; 좀 더 현실 반영했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