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대, 음악과 미술로 마음을 보듬다: 정서 회복 현장의 속도감 있는 기록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경운대학교 브라운관, 1월의 잔설이 남은 캠퍼스 교정 사이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퍼진다. 교내 1층 복도, 붓을 쥔 대학생들과 세심히 색연필을 들고 있는 어르신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음악이 내 마음을 적셔줬어요”, 한 참가자가 머뭇대며 중얼거린다. 경운대학교가 야심차게 기획한 정서 회복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음악과 미술, 기성의 교육이 아닌 ‘치유와 회복’이라는 무게를 담아 학생, 지역민, 다양한 세대가 한데 모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교양 강의를 넘어선다. 경운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단 주도로 기획된 ‘예술 기반 정서지원 프로젝트’는 대면·비대면을 오가는 교육 현장에서 지난 3년간 쌓인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 갈수록 척박해지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겨냥했다. 현장에선 낮은 울림의 기타 소리와 함께 간단명료한 심리 멘토링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이미지를 그리고, 자유 연상으로 떠오르는 색채를 통해 자기 내면을 조용히 탐색한다.
경운대학교 프로그램은 현재 매주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월 첫주, 영상 카메라를 집중시킨 교내 학습관에서는 학생들의 자신감 없는 얼굴이, 프로그램 말미에는 미소와 환한 얼굴로 바뀌는 순간이 캐치됐다. 이변은 영상 장비 렌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관계자는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정서적 휴식이 절실한 세대에 맞춘 심리 방역”이라고 전했다. 시간 단위가 다급하게 움직이는 대학 생활 속 ‘감정 정류장’이 탄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정서 회복 기반의 예술치유 시도가 늘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건복지부와 대학가 통계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이후 Z세대와 MZ세대에서 ‘대인관계 불안’ 비율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노인-청년 세대 통합, 상호 존중에 기초한 공동 예술활동이 지역사회 내 정서적 갈등 완화, 고독 예방에 실효성을 보인다는 여러 연구가 등장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보편적 필요성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정서 회복’이란 정책적 화두는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서울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건소도 주 1회 미술/음악치유 세션을 의례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교육보다 치유’를 우선시하는 접근이 아직 신생 단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 속, 낯설게 첫 붓을 잡아보는 노인의 미간엔 약간의 경직이, 학생의 수줍은 미소엔 잠시 머무는 위로가 엿보였다. 그 컨트라스트가야말로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현존감의 증거다.
경운대 관계자는 “음악·미술이 단순 취미를 넘어 개인이 자기 감정을 바라보고, 타인과의 벽을 허무는 매개체가 된다”며 “정규교과와 별개로 모든 세대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체험 후기 역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역동적으로 교차됐다. “항우울제보다 효과 본 것 같다” “미술 시간에만큼은 걱정을 잊었다” 등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최근 보건심리학회지, 예술치유심포지엄 등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집단 음악 활동이나 미술 표현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최대 30%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참가자의 70% 이상이 ‘자존감 회복에 확실한 조력’이 됐다고 답했다. “정서 케어”라는 화두 아래, 예술이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반면, ‘치유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잠재적 소외 계층’ 문제도 해결 과제로 남는다. 일부에서는 프로그램 접근성, 지속성에 우려를 표했다. 주체적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운영, 모든 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넓은 저변 확대, 무엇보다 장기 지속성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감 있게 취재한 결과, 자발적 참여를 견인하도록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음악은 비트와 멜로디로, 미술은 색과 형태로 자신을 드러낸다. 익명성과 고립의 그늘이 두터운 지금, 경운대학교의 시도는 대학과 지역 사회가 촘촘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탄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서 회복이 교실 너머, 거리와 현실로 확장되려면 예술에 대한 투자와 신임이 동반되어야 하겠다.
오늘도, 경운대 프로그램 교실에는 서로 다른 세대가 마주보며 붓을 잡는다. 그리고 그 풍경은, 한 장의 영상이 되어 다음 세대의 마음에도 기록될 것이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