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해 주세요’… 팬지문학상과 문학의 살아있는 교감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는 목소리와 함께, 제1회 팬지문학상 수상작 전시회가 독자와 만났다. 문학계와 출판계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침체기와 활로 모색을 반복하던 가운데, ‘팬지’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상이 탄생했다는 점은 꽤 의미 깊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가와 수상작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다. 팬지문학상이란 이름에는 소규모 문예 동인, 지역서점, 젊은 독자들이 오랜 침체 끝에 스스로 문학 생태계 변두리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선언적인 분위기마저 배어 있다. 『소설 팬지』의 창간 당시부터, 이 프로젝트가 던졌던 의문, 즉 ‘문학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화두와도 닿는다.

기자가 전시를 둘러본 인상은 이렇다.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면, 수상작 중 일부가 대담한 캘리그래피와 일러스트, 그리고 휴대폰으로 촬영된 짧은 북영상 콘텐츠와 버무려져 배치되어 있다. 이는 최근 MZ세대가 문학 텍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의 전형이다. 더는 두꺼운 종이책에만 갇혀 있지 않고, 일상의 장면과 희로애락을 ‘짤’로 공유하는 시대의 코드 답게 수상작 ‘나를 생각해 주세요’도 소품, 영상, 사회적 메시지 등 다양한 매체 언어로 새롭게 해석되었다.

특히 이번 팬지문학상은 심사부터 발표, 전시까지 ‘가려진 이웃의 목소리’라는 주제를 굵직하게 잡았다. 최근 수년간 화두로 떠오른 젊은 서사, 비주류 인물, 낯선 시점의 작품들이 독자층의 환호와 공감을 받았던 흐름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심사평 곳곳에서는 작위적인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파편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문학적 진정성을 발견하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서울의 한 독립서점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유도, 문학상이 가진 기존의 위계 구조―대형 출판사, 기성 문단 중심의 수직적 위상―를 흔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실험은, 전시라는 결과물만큼이나 선정 과정, 지역 참가자와의 소통 과정까지도 팬지문학상의 핵심 가치임을 방증한다.

수상작 ‘나를 생각해 주세요’는 말 그대로 타인의 시선과 무관한 자아의 내면 탐구를 담은 단편 묶음이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정서와 솔직한 묘사는 기존의 상업 소설에서 보기 어려웠던, 인간관계의 균열, 우정과 연대의 불안, 그리고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될 수 없는’ 2020년대 젊은 세대 특유의 감각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서 조용히 인기를 얻는 독립출판물의 경향―즉각적인 공감, 조용한 저항, B급 유머와 자기고백적 서술―이 팬지문학상 수상작에도 짙게 덧입혀져 있다. 이는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을 넘어, 작품을 매개로 동시대의 청년, 혹은 사회 변두리에 선 소수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확인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되어준다.

또 다른 점은 전시회의 실험적 미장센이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짧은 오디오 북 코너, 관람객이 직접 ‘한 줄 감상’을 벽에 붙일 수 있게 한 공간은 최근 타미뮤지엄이나 하우스갤러리 등에서 시도되는 ‘참여형 전시 문화’와 맥이 닿는다. 문화향유 계층이 점점 세분화되는 현실에서, 팬지문학상 전시는 최초로 ‘문학 전시’를 일상 공간, 모바일 감상, 인터랙티브 퍼포먼스와 결합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산업적 변화의 징후를 읽게 한다. OTT와 스크린 산업, 디지털 출판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이런 움직임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글자와 목소리, 이미지가 경계 없이 뒤섞이며, 문화콘텐츠 소비의 경계마저 무너져 가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팬지문학상을 폄하하기 어렵다. 기존 문단 중심의 시상식들이 ‘기성’과 ‘신진’을 구분짓던 잣대에서 벗어나, 소위 탈중앙화된 문학생태계 실험장으로 그 의미를 갖는다. 사실 문학상을 ‘전시’로 확장한 사례는 해외에선 종종 볼 수 있으나,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하다. 올해로 1회차에 불과하지만, 향후 자생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다분히 보여주었다. 참가자 연령대의 폭, 출신 지역의 다양성, 2~30대 여성 작가의 활약도, 그리고 독립서점―모바일 콘텐츠―SNS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소비 경로 모두 현재의 문화산업 환경을 굳건히 반영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작품 선정의 다양성 확대라는 취지는 위대하지만, 향후 팬지문학상이 더욱 산업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적 지원, 멘토링, 출판 배급 구조 등 시스템 측면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를 생각해 주세요’를 비롯한 수상작들, 그리고 전시가 보여준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문학이 아직도 우리의 일상 깊은 곳에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지금 문화산업의 정체기와 변화기 가운데 팬지문학상은 문학의 원초적 힘, 즉 서로를 바라보고 공감하는 힘을 다시 태동시킬지 모른다.

누군가는 이 실험적 무브먼트를 ‘작은 반란’에 불과하다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반란 속에 문학의 미래가, 그리고 우리 문화생태계의 활력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는 제목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문학의 대답이 아닐까, 이 질문을 오래도록 곱씹어 보게 된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나를 생각해 주세요’… 팬지문학상과 문학의 살아있는 교감”에 대한 3개의 생각

  • 요즘 신진작가나 독립서점 중심 이벤트 늘어나는 거 같음. ‘펜지문학상’도 그 흐름이죠. 직전에도 타임뮤지엄에서 비슷한 전시 했었는데, 이런 방식 자체는 신선하긴 한데 진짜 독자와 소통이 되는지 의문… 결국 현장 가는 사람 적고 불특정 다수에겐 바이럴 되고 끝이잖아요. 문화계 디지털화 트렌드가 그나마 확장성을 주는 건데, 팬지문학상도 SNS 연동 제대로 하면 좋겠네요. 전시 내용 자체엔 흥미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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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반란? 너무 거창하지 않냐? 누굴 위한 전시냐고. 어차피 문학 좀 아는 사람만 모여서 끼리끼리 노는 거 같은 느낌이야. 이런 공감 마케팅 이제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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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상 많은데 유사한 느낌. 실제로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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