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 전 지구를 뒤흔드는 힘의 물결을 읽다

한 권의 책이 눈앞에 놓인다. 단단하게 제본된 종이 위에 쓰인 제목,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 제목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이미지가 스친다. 저마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흐른 에너지의 지도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2026년 1월의 겨울밤, 우리의 현실이 에너지에 얼마나 깊이 발목을 붙잡혀 있는지 다시금 일깨우는 이 책이 출간됐다. 최근 국제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다시금 뉴스 헤드라인을 채우고, 그 와중에 각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자원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 겹쳐 나온 이 시의성은, 우연이 아니다.

책은 역사적 뿌리까지 깊게 파고든다.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한 문장 속에는 19세기 그랜드 게임(영국-러시아간 중앙아시아 패권경쟁)부터 시작된 ‘게임’의 은유가 숨어 있다. 다만, 정치·외교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과 태양의 빛줄기까지, 보이지 않는 힘줄을 따라가며, 변화와 충돌, 심지어는 인간의 야망에 이끌린 광기의 연쇄까지 절묘하게 엮어낸다. 저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이합집산을 냉철하게 보여주면서도, 각 시대마다 등장한 에너지 패권가들의 삶에서 드러난 욕망과 불안을, 한 편의 소설처럼 담아낸다.

현대 세계 질서가 뒤흔들릴 때마다, 에너지가 조용한 무대 뒤편의 거대한 연출자임을 다시 실감한다. 2020년대 중반, 유럽 각국은 러시아와의 긴장 속에 에너지 독립을 외치고, 미국·중국은 미래의 기술패권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인다. 책은 배 뒤집힌 어둠 속에서 시작된 파업, 동토의 길을 달리는 송유관,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너머로 아름다우면서도 위태로운 역사의 장면들을 펼쳐낸다. 단순한 경제적 이해타산, ‘돈의 문제’를 넘어서,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우리의 정치체제, 문화, 그리고 마음에까지 잔상을 남기는지 묘사한다.

한국 사회 또한 이 ‘게임’에서 예외는 아니다. 겨울 한파가 몰아쳐 전력 피크를 경신할 때면, 우리는 묘하게 불안한 마음과 함께 난방 스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책은 그런 일상적 불안의 이면을 집어내며,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화두가 던지는 의미, 그 끝에 누가 웃고 누가 고통받는지, 마지막까지 숨겨진 질문을 던진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가 겪는 고뇌, 원자력 발전 확대에 대한 첨예한 찬반, 실리콘밸리와 중동 사막의 기술경쟁이 동시에 겹친 산업전쟁의 서사까지. 독자들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지금 우리가 여전히 ‘에너지 게임’의 판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갈등이 곧바로 인간 군상이 드러나는 드라마로 직조되어 있다는 점. 저자의 붓끝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적 장면들—한밤중의 유조선, 아슬아슬하게 돌아가는 발전소 제어실, 회의실의 차가운 조명 아래 또다시 타오르는 경쟁의 눈빛—모두 영화 한 컷처럼 생생히 그려진다. 그 모든 경쟁과 협상, 실패와 성공은 결국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말해준다.

흔히 에너지 문제는 멀게만 느껴진다. 바쁜 일상,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르는 폭탄 가격 뉴스, 짧은 전기료 고지서의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이 책은 그 베일을 걷어내고, 에너지를 둘러싼 현대인의 불안, ‘지구적 운명’의 실감을 문학적 열정과 분석적 시선으로 동시에 뽑아낸다. 미래는 어디로 떠밀려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가? 단순히 기술과 자원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적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되는, 보이지 않는 힘의 흐름을 예리하게 추적한다.

최근 나온 다른 도서들을 살펴보아도, 에너지와 자원의 문제는 점점 더 일상에 가까워진 서사로 진입 중이다. “에너지 사회와 삶의 변화”, “포스트 석유시대의 전략”, “탄소 중독” 등 유사 신간들이 동시대의 불안, 시스템 의존의 취약성, 그리고 새로운 생존 법칙을 연이어 들여다본다. 그런 가운데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은 단순히 경제·환경 정책 해설서 차원을 넘어, 인간마저 한 조각 말로 놓아버리는 에너지 전쟁의 서사적 공포와 한 줄기 희망까지 두루 품는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 숨을 멈추고, 우리가 무심코 눌러온 불 스위치와, 하늘 아래 펼쳐진 송전탑, 어딘가를 떠도는 유조선의 전언에 귀기울이게 한다. 변방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게임의 룰, 그것이 곧 우리 모두의 현실임을. 그리고, 보다 나은 에너지 미래를 상상하는 작은 더듬거림이야말로 이 서사에 중요한 한 줄의 문장일 것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신간도서]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 전 지구를 뒤흔드는 힘의 물결을 읽다”에 대한 3개의 생각

  •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이라… 제목은 참 있어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일반인한테 너무 먼 얘기 같기도… 근데 책 내용 보면 또 실생활에 다 연결되는 듯… 아이러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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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패권 전쟁 얘기가 넘 재미있을 듯ㅋㅋ 읽으면서 경제랑 정치 뉴스 다 생각날 듯ㅋㅋ 근데 우리나라는 결국 그냥 줄서기? 실질적 대응이 더 필요할 듯 싶네요.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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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이라니… 요즘 정말 우리 사회가 에너지 가격에 휘둘리는 걸 현장에서 실감합니다. 국제 뉴스만 봐도 유가, 가스값 모두 경제생활을 뒤흔들죠. 이 책이 단순히 한 국가나 기업의 관점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각으로 풀어냈다니 꼭 읽어보고 싶네요… 결국 에너지 문제는 모두의 생존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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