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 모티프…소설 ‘4의 재판’
지난해 전 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이 문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곁에 다가온다. 최근 출간된 소설 『4의 재판』은 바로 그 비극적 실화를 모티프로 삼아, 사건 그 자체가 품고 있는 인간의 어둠, 사회적 무관심, 그리고 법과 정의의 오래된 난제를 치열하게 파헤친다. 작가는 실제 사건의 흔적을 노골적으로 따르지 않으면서도, 마음 한편을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불편함과 책임의식을 정교하게 직조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재판정의 안과 밖에서, 이 사회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소비하고 망각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4의 재판』의 집필 방식은 마치 법정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을 품고 있다.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와 관전자, 심지어 논평가와 독자까지 모두 ‘재판’의 당사자로 소환한다. 작가는 각각의 인물에게 고유한 서사와 상흔을 부여하며, 외면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정의는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가? 법의 잣대와 인간의 양심은 어떻게 충돌하는가? 무엇보다 한 개인의 삶이 망가지고, 그 가족 전체가 미끄러진 절벽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로 응답할 수 있는가. 이는 단순히 한 사회적 참사의 재현을 넘어서, 인간 존재와 책임에 대한 깊은 탐문이기도 하다.
『4의 재판』은 사건 보도의 익숙한 프레임에서 한 발짝 나아가, ‘하나의 생명’이 상징하는 숱한 감정과 상처, 현실적 그리고 윤리적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판사와 변호인, 유가족과 기자, 심지어 우리 독자 한 명 한 명에게도 선택의 서사를 분배하는 셈이다. 이 점은 근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소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접근법이다. 대중매체가 종종 범죄와 참사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자성적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법적·도덕적 해석의 다층적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독자는 단순한 피상적 분노나 동정심을 넘어, 그날의 진실을 향한 집요하고도 감정적인 추적에 동참하게끔 한다.
작가는 짧지 않은 분량을 통해, 범죄와 그 파장, 법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피해와 가해 모두에 던지는 사회적 시선의 양가성을 집요하게 비출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서사적 디테일에도 공을 들인다. 재판정에 나서는 그들 내면의 균열을 통해, 정의란 언제나 단순하고 명백할 수 없음을, 그리고 우리 역시 쉽게 선악의 경계 바깥에서 대상화하는 데 익숙해져 있음을 일깨운다. 이 과정에서 튀어 나오는 자의적 해석과 미디어의 프레이밍, 여론의 편향성도 비판적으로 조망된다. 얼마 전까지 범죄와 피해가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였던 시대에서, 우리는 더 이상 난폭하게 방관할 수 없다는 두려운 자각과 맞닥뜨린다.
주목할 지점은 이 소설이 단순 고발성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 깨진 신뢰, 법의 한계가 뒤섞인 진흙탕 한가운데서 ‘연민’이라는 감정의 뿌리를 파고든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문체는 차분하면서도 감정선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그러면서도, 독자의 마음 안에 한 줄기 찬바람을 불어넣는다. 피해자의 담담함, 가해자의 흔들림,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시선이 교차하며, 법정 밖에 남겨질 수밖에 없는 비참함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 유사한 사회적 참사를 다룬 타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4의 재판』은 법정을 공간적 배경이 아니라, 인간 심리와 태도의 ‘심판대’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경계 짓기와 선 긋기의 격렬함이 잘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잊기와 외면, 그리고 단순한 눈길 주기를 지나, 이제는 각자가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받는 시대에 들어섰다. 『4의 재판』은 이 두려운 질문 앞에 서서, 결코 명쾌하지 않은 해답을, 그러나 매우 정직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내민다. 엔딩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진실의 무게와 인간의 연민 사이, 우리는 섣불리 정의로 결론낼 수 없는 진흙탕에서 한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다. 책이 품고 있는 장면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독자는 자신의 내면과 사회적 책임감에도 또 한 번 ‘재판’을 청구당한다.
한도훈 ([email protected])


캄보디아 그 사건 소설까지 나오네 ㅋㅋ 그래도 관심은 가네;;
진짜 이런 현실 들춰내는 글 보면 맘 한 켠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작가의 시선이 궁금해요.
사실 소설은 결국 사람들의 오래된 죄책감이나 사회의 무딘 반응을 끄집어내는데 최고라는 생각이 듬!! 국제 이슈, 특히 동남아 참사까지 수면 위로 올린 걸 보면, 이 소설 누군가는 불편해하겠지만 반드시 읽어볼 필요 있다고 봄.
이런 건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 돌덩이처럼 무거워지지만… 꼭 필요한 사회적 성찰 같아요. 모두가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책이고 뉴스고 결국 남 얘기처럼 흘려듣는 세상…“재판”이란 말 자체에 실리는 무게가 다르구나 싶음. 나 한 명이 바뀐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런 소설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게 사회에 필요한 변화인 거 맞지 않나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읽게 홍보가 필요할 듯 싶어요. 이런 작품, 요즘 드라마 소재로도 적잖이 나오는데 소설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네요. 사건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잊죠…
읽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질 듯. 요즘 사회참사를 미디어랑 문학이 이렇게 다루는 게 새로운 트렌든가? 맞춤법도 중요하지만, 이런 균형잡힌 관점의 글은 진짜 환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