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일본 문화가 2026패션에 2026년 끼친 영향

2026년 초입, 글로벌 패션 신(scene)에는 일본 미학에서 건져 올린 ‘와비사비(Wabi-Sabi)’가 명백하게 그 심장부에 자리하고 있다. 완벽함에서 벗어난 불완전함, 소박함, 자연스러운 흐트러짐을 향유하는 이 조용한 미적 가치가 K패션부터 파리, 밀라노의 하이엔드 컬렉션, 그리고 Z세대와 알파세대의 일상 옷장에까지 잔잔하지만 확고히 스며든다. 브랜드들은 이미 슬로 모먼트, 비대칭 재단, 해진듯한 원마일웨어, 페이드 워싱 진(jean) 등에서 이 흐름을 전폭 수용하고 있다. 디자이너 타카히로 미야시타와 스텔라 맥카트니, 그리고 국내의 몽글과 잔지 등은 단순히 ‘옷의 형태’를 넘어서, 삶을 향한 태도로서 와비사비를 대중에 제안한다. 일부는 어색한 주름을 그대로 드러낸 실크 셔츠, 일부는 균일하지 못한 자연염색, 빈티지감 가득한 에이징 워싱 재킷으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스타일로 삼는다. 콜렉션 뒤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두가 느낀 불완전한 일상, 그 불안과 자유의 혼재, 인간적인 결함과 각 개인의 고유성이 정직하게 반영됐다. MZ세대 사이에서 ‘남의 시선에 맞춘 완벽묘사보다는 내 삶의 리듬과 감정, 편안함 그 자체에 가치를 둔다’는 소비 심리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K패션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구조와 AI 기반 생산이 강화된 2026년 현재, 초개인화와 감정 기반 소비 트렌드의 연장선에서, 와비사비는 기계의 완벽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흠집과 주름, 흔들림조차 ‘트렌디한 텍스처’로 바꾸는 미학적 레퍼런스가 되었다. 특히 2025-2026 F/W 서울패션위크의 주제 역시 ‘비정형적 아름다움’이었다. 런웨이 위 루키 디자이너들은 균형이 어긋난 패턴과 거친 마감, 핸드크래프트적 터치, 어두운 뉴트럴 톤을 주요 무대로 삼았다. 패션기업 무신사, 29CM 등은 이미 ‘과감한 주름’과 ‘불규칙 워싱’ 상품 섹션을 별도로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중심의 스타일링 챌린지에서도 삐뚤거나 산뜻하게 망가진, ‘완벽하지 않은 무드’를 인증하는 영상이 바이럴을 타고 있다. 패션은 더 이상 ‘예쁘게 정돈된’ 이미지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유행의 핵심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불완전함을 사랑하는 용기’에 옷입힌다.

글로벌 뷰에서도 와비사비 영향을 받아, 2026 S/S 시즌 파리, 밀라노 하우스들은 ‘자연에서 얻은 질감’을 극대화했다. 샤넬과 드리스 반 노튼은 염색이 덜 된 리넨, 불균형한 컷팅, 수작업 자수를 전면에 내세웠고, 버버리와 오프화이트도 빈티지 가공과 일부러 삐져나온 봉제선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소비재 트렌드 분석업체 WGSN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주요 패션검색어로 ‘임퍼펙트슈크(INPERFECT-CHIC)’, ‘레트로 네이처럴(Retro Natural)’, ‘러프 텍스처(Rough Texture)’가 급등했다. 패션 마케팅 현장에서는 ‘실제 내 삶에 닿는 고유성’ ‘생산자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품’이 Z세대 하위문화에서, 그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명품의 퇴출 대신 공감할 수 있는 인간미’를 내세우는 현상이 포착된다. 국내 리세일 시장에서는 오히려 ‘세탁해도 남아있는 오염’, ‘빈티지 감성 자수’ 등이 프리미엄 태그로 재해석되며, 완벽한 중고 상태보다 ‘흔적 있는 중고’가 더 높은 거래가에 팔린다.

심리학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완벽과 치열함에 지친 현대 소비자들이 ‘내추럴’, ‘내려놓음’의 미학을 받아들이는 순응적 분위기가 패션가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패션 전문 심리컨설턴트 유진아 박사는 “와비사비 감성은 단순 패션 트렌드를 넘어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개개인이 자기 가치를 찾는 선언적 움직임”이라고 해석한다. 그런 면에서 소비자는 브랜드가 만들어주는 이상적 무드보다는, 소탈함, 즉흥성, 직접 만드는 과정과 흔적 속에서 새로운 안정감을 보여준다. 2026년 거리에서 가장 쿨한 패션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고,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와비사비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패션 전반의 체질 변화, 즉 ‘살기 위한 패션이 아닌, 존재하기 위한 패션’에 천착하고 있는 지금— 이 트렌드는 완벽함 강박에서 벗어난 소박한 옷차림을 사랑하는 수많은 도시인, 그리고 자기 삶을 탐구하는 감각적 소비자들에게 순간의 쉼표와 일상 속 우아함을 선사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와비사비’ 일본 문화가 2026패션에 2026년 끼친 영향”에 대한 6개의 생각

  • 패션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음!! 디자이너들이 용기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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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트렌드는 비형식성과 불완전함의 수용을 통해 인간의 불안정함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효과가 있죠!! 지나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에 주목하는 분석, 공감됩니다. 다만 와비사비가 휘발성 유행으로 소비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또 다른 ‘완벽함’의 프레임이 되진 않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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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 차용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반복된다면, 결국 또 다른 ‘정답’이 생길 뿐이다. 사회·경제 구조상 자본이 이 흐름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좀 더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심리와 산업 구조의 틈새를 짚은 기사에 대한 문제의식, 긍정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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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이젠 세탁도 덜 해도 된다는 패션인가요? 참 신기하네요😉 그래도 자기만족이 제일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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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의 완벽함에 지쳐 있던 현대인에게 인간적인 결함이 미적 기준이 되는 과정 설명 흥미롭네요!! 스타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지며 공간·시간에 관계없이 자기표현이 가능해진 현실이 와비사비에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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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molestias

    와비사비요? 결국 있던거에 멋만 덧씌우니 또 새로운 유행이지… 진짜 자연스러우면 브랜드 로고 좀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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