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현금 제공, 또 ‘선거문화의 민낯’ 드러난 판결

이정헌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선거사무장이 4.10 총선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에게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과 동일한 양형. 공직선거법 위반은 선거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권선거 논란,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법원은 자원봉사자에게 지급한 금품이 ‘실질적 대가성’을 띤 불법임을 명확히 판단했다. 현금 전달 자체가 자원봉사의 ‘순수성’ 논란을 촉발한다. 판결문을 보면, 선거사무장의 행위가 후보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조직의 묵인 하에 이뤄진 것인지 직접적 연결 증거는 없다. 하지만 정당 차원의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매 선거마다 자원봉사 명목 하에 각종 금전적 유인책이 반복적으로 동원된다. 시스템의 허술함, 내부 단속의 부재가 누적된 결과다.

총선 직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금품 제공 사례가 지역 언론, 검찰 수사 등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선거 사무장에 대한 처벌은 조직의 ‘꼬리 자르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 역시 전체 조직 문화의 병폐를 방증한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개별적 일탈”임을 강조했으나, 그동안 반복돼온 비슷한 위반 사례들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 자원봉사는 원래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지만, 현장에서의 현실은 늘 삭막하다. 무보수, 대가 없는 헌신이란 원칙은 말뿐인 선언이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자원봉사자에게 소정의 반복적 실비만 지급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각 캠프의 눈치보기와 형식적 장부 처리 관행, 폐쇄적 구조 속에서 법망을 우회하려는 시도가 상시화됐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도 한계에 다다랐다.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당은 경고와 자정 선언에만 그칠 뿐, 구조적 차원의 혁신책은 부재하다.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것은 임계 지점을 넘지 않은 온정적 판결로 읽힌다. 중대범죄임에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 확정 시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규정을 피해 갔다면, 사법적 경계선만 지킨 셈이다. 선거 범죄에 대한 경각심 확립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깨끗한 선거’, ‘정정당당 경쟁’을 외친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실상은 금권에 기댄 부패의 반복이다. 판결 직후 정책적 재발방지 대책은 또 구호에 그쳤고, 직접적 책임자 문책이나 조직문화 개선 요구는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다. 법률의 사각지대, 솜방망이 처벌, 형식에만 맞춘 경고문, 그리고 진상 은폐—이 모든 것이 이번 사건에 집약되어 있다. 실제 봉사자들은 정치권 눈치와 대가성을 의심받으며 오히려 무력감과 냉소만 키워가고 있다. 다수의 관련 사건이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두 건의 사법적 판정만으로 근본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번 판결이 이정헌 후보 개인이나 주변 몇몇 실무자의 일탈로 축소되는 순간, 정치권 개혁은 요원해진다. 여전히 다수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명단을 핑계로 예산 편성, 회계부정, 명목상 ‘경조사비’ 지급 등 온갖 편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는 실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앞으로 남은 선거(지방선거, 대선)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각 정당, 선관위, 그리고 사법당국 모두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치면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론, 자원봉사자 운영의 투명성 확보, 회계 시스템의 완전한 공개, 개인 책임 추궁을 넘어선 조직적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제도적 허점 위에 쌓인 정치권 기존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선거 때마다 의례처럼 등장하는 금품 제공. 이는 민주주의 노쇠화와 집단 냉소를 부추긴다. 판결 하나로 끝내기엔 시작에 불과하다. 정당의 내부 통제 강화와 강력한 인적 쇄신, 신뢰 제고 노력만이 유권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그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않는 한,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비슷한 기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자원봉사자 현금 제공, 또 ‘선거문화의 민낯’ 드러난 판결”에 대한 6개의 생각

  • 와… 아직도 돈 주고 표 사는게 현실이라니? 이쯤 되면 전통문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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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데 한몫 제대로 하네요. 이런 판결 볼 때마다 자원봉사자들 진짜 불쌍해요. 선거현장 일할 땐 순수한 마음도 금방 더러워지는 세상! 좀 더 투명한 제도와 관리로 바뀌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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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al_voluptate

    ㅋㅋ 금품 주고받는 데엔 여야가 따로 없죠… 자원봉사자 명단 다 까야 한다고 봅니다. 언제까지 꼬리만 자를 건지, 역시 근본 개선은 먼 길인가 봅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으론 분명히 다음 선거에도 또 터질 거 뻔하죠. 현실이 암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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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er_tenetur

    여전히 봉사자에 대한 지원과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니 문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 개선이 아닌 형식적인 처벌에 그치는 현실… 정치라는 게 늘 개혁 얘기만 넘치고 실제로 변한 건 안 보이네요!! 자원봉사자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시스템 개혁 없인 이런 기사 계속 볼 듯하네요. 다음은 재발 방지책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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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또 돈 얘기야? 진짜 끝도 없네… 이번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 실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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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현실은 반복… 정치인 자정 기대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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