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 노래가 한국 음악 차트에… 왜?

2026년 1월, 한국 주요 음원 차트에 10년 전 일본 노래가 상위권에 오르는 뜻밖의 현상이 포착됐다. J-POP, 그중에서도 2010년대 초중반의 곡들이 SNS를 타고 재조명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주행’ 인기를 얻는 중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이묭(Aimyon), 요네즈 켄시, SEKAI NO OWARI 같은 일본 대표 아티스트들의 히트곡들이다. 국내 대중문화에선 한류의 역진출·글로벌 팝의 유입만이 주목받아왔으나, 이처럼 ’10년 전 일본 음악’이 이례적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르는 흐름은 한국 음악시장의 변화된 풍경과 청취자 문화, 그리고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새로운 균형점을 드러낸다.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이라는 현상 자체는 단순히 ‘일본 음악이 좋다’는 호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일부 유튜브 채널 및 틱톡에서 인기있는 ‘추억 회상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과거 히트곡들이 무더기로 회자됐다. 2026년 1월 2주차 멜론·지니 차트 순위 자료를 보면, 요네즈 켄시의 과거 곡 ‘Lemon’이 20위권에 재진입했고, 아이묭의 ‘마리골드’는 30위권 중상위에서 고정적으로 스트리밍되고 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청취자들의 주요 커뮤니티·SNS 채널을 분석해 보면, ‘힙스터적 향수’, ‘옛 감성 찾기’, 그리고 일본식 멜로디 라인에 대한 신선함이 자연스레 바이럴 요소가 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들으면 촌스럽지 않다”, “K-POP과 결이 다른 정서”라는 평가와 함께, 더는 일본 음악이 낯섦이나 금기의 대상이 아니란 인식 변화의 여운이 느껴진다.

K-POP은 지난 십수 년간 전 세계 대중음악의 주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플랫폼, 기획·제작, ‘팬덤 문화’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그 흐름 아래, 청취자들은 점차 ‘새로움’과 ‘과거의 낯선 감각’에 동시적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팬덤 중심의 관성적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각자의 감정과 기억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중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퍼진 ‘취향 중심’ 큐레이션 서비스, 개개인이 만든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리메이크 문화의 확산과도 맞물린다. 또 한편으론 일본 음악 불매·경계 심리가 갈수록 약화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한·일 관계 악화 국면에서 “NO 재팬” 등 사회적 운동이 음원 소비를 위축시켰지만, 2024~25년 사이 양국 청년층의 교류가 늘고 미디어 노출이 자유로워지면서 심리적 장벽은 현저히 낮아졌다. 음원의 유연한 유통, 장르의 경계가 느슨해진 미디어 환경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했다.

문화적 측면에선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공통 경험이 다시 공유되는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X-Japan, 오렌지렌지, 하마사키 아유미 등 일본 음악이 국내외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던 때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세대와 맥락을 달리해 J-POP의 감수성이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K-POP의 지나치게 구조화된 완성감이나, 서구 팝의 트렌디함과는 또 다른 ‘여백과 자연스러움’이 2020년대 중후반 한국 대중의 감정선에 스며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응답하라” 시리즈 등 복고적 콘텐츠의 유행, 유행의 순환 구조와도 일정 부분 결을 같이한다. 개인화된 미디어 시대, 기억을 자극하는 ‘오래된 노래’는 국경을 뛰어넘는 정서적 회로가 된다.

다만 이런 일련의 역행(逆行) 현상에는 새로운 위험과 숙제도 있다. 첫째, 예측 불가한 바이럴 현상에만 기대면 한국 음악산업의 중장기적 창작 동력은 취약해질 수 있다. 과거 콘텐츠 회귀가 단기 ‘이슈몰이’로만 소비되면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또한 일본·서구 음악의 적극적 유입이 반대로 K-POP 내부 다양성이나 현지 창작 문화에 위축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흐름이 개인의 자율적 감상 경험,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의 본질을 되새기는 계기임은 분명하다. 수용자 주도형 콘텐츠 소비, 사회문화적 긴장 완화, 지역아시아 음악 교류의 새로운 장(場)이 열리는 현실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시선으로 돌아가 보자. 타 문화의 음악이 다시 우리 곁에 자리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다양성, 포용성,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간’을 획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K-POP이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10년 전 일본 노래가 젊은 층의 일상에서 새롭게 울려 퍼지는 지금—우리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계보, 더 나아가 기억의 지형까지 갱신하고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10년 전 일본 노래가 한국 음악 차트에… 왜?”에 대한 5개의 생각

  • 이게 진짜 문화의 힘인가…오래된 노래가 다시 뜨는 게 신기하네. 한일 관계는 복잡하지만 음악만큼은 따로 흘러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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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곡들 차트에 올라와도 뭐 별로 놀랍지 않지… KPOP이 외국에서 먹힌다고 우쭐대던 사람들, 이젠 무생각으로 일본 곡 따라 부름…ㅋ 각 나라 음악이 그냥 시장에서 섞인다=본질적으로 국적 의미 없다=음원자본주의의 승리인가? 아무튼 잡음 많은데 결국 취향 싸움이란 거지. 팝도 좋고 옛날곡도 좋고, 근데 좀 심심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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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은 돌고 도는 것…지금 감성 다시 뜨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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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보면 일본곡, 서양팝, K-pop, 전부 그냥 동시에 소비되는 느낌임. 문화 교류가 자연스러워진 세대가 된 게 맞는 듯. 굳이 선 넘네 뭐네 따지던 시대 지나가고 있지않나 싶음. 근데 이 흐름에 진짜 국내 뮤지션들도 더 다양하게 파고들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옛날 건 옛날대로 좋지만, 결국 현장감 있는 창작도 필요하지. 진짜 취향의 시대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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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도는 유행 속에서, 일본 음악도 다시 만나는 게 흥미진진!! 국내 음악계에도 신선한 바람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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