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볼 때 괴테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문학 고전과 현대 독서의 경계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는 대개 한 인간, 한 시대, 한 공동체의 지층에 가닿는 경험이다. 그러나 모든 소설이 고전 문학의 맥락까지 끌어와야만 그 의미가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 소설 볼 때 괴테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라는 도발적인 메시지가 담긴 기사와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괴테’, 즉 인류 문학사의 거장 이름을 모른다 해도, 그 작품과 메시지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울림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서점가와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비평판에선 그 주장 자체가 문학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인지, 혹은 고전에 대한 지나친 평범화인지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 반응은 분분하다. ‘괴테 몰라도 소설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선언은, 한편에서는 현대 독자가 느낄 문학 진입 장벽을 허무는 긍정적 시도로 해석된다. 스마트폰과 OTT가 문학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사람들을 붙드는 이 시대, ‘읽기’의 방식은 점점 개인화되고, 감상의 층위도 다변화된다. 고전의 ‘체험적 문턱’을 낮추겠다는 이 시도는, 문학을 선망과 권위의 대상으로 올려놓는 대신, 친근한 친구처럼 곁에 두고 읽게 만든다. 비평의 토대 위에 창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해독’해야만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 경험과 내 언어로 받아들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실제 기사에서는 책의 저자가 “괴테를 모르면 어떠한가, 이 소설 속 인물들과 내가 만나 공감하는 그 순간이 문학의 본질”이라 강조한다.

동시에, 깊은 인문학적 문맥 없이 텍스트를 섭렵하다 보면, 작품이 가진 다층적 의미와 작가의 의도 혹은 시대의 맥락을 놓치지 않을 수 있냐는 우려도 남아 있다. 다른 문학평론가들과 독서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고전은 시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여는 열쇠인데, 너무 쉽게 읽는 것만 강조하면 원래 담긴 문제의식이 퇴색된다”는 비판이 등장한다. 학문적 깊이를 추구하는 독자에겐, 역사와 문학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해석력이야말로 작품의 진가를 만나는 통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문학 향유의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저자인 신유진은 소설의 본질적 경험, 즉 ‘읽는 나와 읽혀지는 순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괴테의 작품을 분석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이자, ‘문학 전문가’의 필독서가 아닌, 일상 속에서 독서의 즐거움과 자기만의 해석을 찾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작품 내 인물, 서사 구조, 문장의 울림 하나하나를 ‘내 삶’에 견주어 해석하는 길을 격려하며, 때로 괴테를 알고 있어도, 모른다 해도, 소설이 전해주는 의미는 변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화부 책 담당자로서, 나는 독자에게 왜 괴테를 공부하지 않았냐고 묻는 대신, 괴테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읽기의 진실함’을 묻고 싶어진다.

이 책에 기댄 담론은 국내 서점가 판매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고전 문학 판매량은 꾸준히 오르락내리락하며, 젊은 층 사이에서 ‘클래식 레터북’과 같은 쉽고 짧은 고전 번역본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동시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신규 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북튜버들이 ‘고전 두려워 말기’ 캠페인과 함께 책을 덥석 집는 재미, ‘배경지식 심플 가이드’ 영상들을 내보내면서 ‘문턱 낮추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괴테나 셰익스피어도, 더 이상 헤드라인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오늘의 시간과 경험으로 초대받은 존재임을 방증한다.

한편, 이러한 트렌드는 단지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해외 문학계 역시 ‘문학의 문턱 낮추기’ 논쟁이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주요 영미권 언론도 최근 “고전 문학을 읽지 않아도, 자주 언급되는 모티브와 테마를 온몸으로 체험할 방법은 많다”는 시각에서 각종 현대적 해석·각색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는 남는다. 문학적 영향력의 희석, 정통 해석의 필요성 등이다. 하지만 새로운 독서 지평의 확장은 양립 불가능한 이분법이 아닌, 더 많은 독자와 더 다양한 독서 경험이 공존하는 선택지일 뿐이다.

작가와 작품, 시대를 바라보는 해석의 무게가 읽기의 즐거움을 방해한다면, 과연 우리는 왜 책을 집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일까. 독서란,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내 인생의 한 구석을 비추는 손전등 같은 일이다. 괴테를 ‘알고’ 있는 것과, 괴테의 글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것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 “이 소설 볼 때 괴테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는, 그저 편의적 은유가 아니다. 누구나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작품의 진가와 울림은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날 수 있다는 문학 민주주의의 선언이다.

괴테와 같은 고전을 지식의 비밀방에만 가두지 않고, 오늘의 눈과 언어로 꺼내 새롭게 호흡해야 한다는 이 흐름은 문화·영화·드라마 산업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고전과 현대의 교차점에서, 책은 여전히 우리의 시간을 비추는 창이다. 책 한 권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순간 괴테도, 셰익스피어도, 그리고 당신도, 같은 언어를 말하게 된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이 소설 볼 때 괴테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문학 고전과 현대 독서의 경계”에 대한 5개의 생각

  • ㅋㅋ 요즘은 괴테가 사전지식 아니어도 된다는 분위기? 솔직히 해석 강요당하는 거보다 더 재밌음! 다양한 의견 존중하는 세상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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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입장벽 낮추는 거 너무 좋네요. 저도 IT쪽이라 문학에 항상 압도당한 기분이었거든요. 이런 시각 덕에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배경설명도 곁들여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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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해요🙂 문학에 벽 쌓지 말고 다같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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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voluptatem

    🤔 결국 지식이든 뭐든 자기 방식대로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과연 괴테를 전부 꿰뚫을 필요가 있을까요? 세계 어딜 가도 사람들이 해석이 다 다르다보니 너무 고상한 척하는 태도는 지겹네요. 문학의 민주화라니 의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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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괴테 소설이든 뭐든, 남 눈치 보느라 고전을 안 읽는 건 너무 안타까움😤 그저 작가랑 내가 마주보는 그 경험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이젠 너무 전문가, 평론가들 말에 휘둘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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