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신화의 잔해 위에 선 한국영화, 살아남는 괴물들의 조건
2026년 1월, 한때 영화계와 대중 모두에게 확신과 자부심을 안겨주던 ‘천만영화’ 신화가 뚜렷이 위태로워졌다. 새해 박스오피스에는 ‘천만’을 넘보기는커녕, 관객 500만 명이 벅차다는 한숨만 남았다. 2023년, 팬데믹 이후 첫 해로 거론되며 희망을 품게 했던 시장도, 지난해와 올해 초를 지나며 정상 궤도로 복귀하지 못했다. 대신 유례없이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영화들이 보인다. 흥행 돌풍의 중심엔 이른바 괴물들이 있다. 블록버스터, 고전 리메이크, 장르 영화까지 각기 저마다의 방식을 품고, 흥행 구도도 복잡해졌다.
2025년 겨울 이후 극장은 2010년대 ‘천만 관객’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있었다. 코로나19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 이후 서서히 자리를 찾던 관객들은 이제 퍼스트 러너가 사라진 쓸쓸한 운동장을 목도한다. 영화는 다변화했으나 이벤트 블록버스터의 추진력은 약해졌고, 대작과 독립·예술영화 간 경계도 허물어지는 양상이다. ‘신화’였던 천만돌파는 더 이상 영화 제작과 배급의 현실적 목표가 아니다. 흥행 구조는 재편되고 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거품을 걷어낸 생존과 실질의 가치, 그리고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소수의 영화다.
최근 흥행작을 점검하면, 소위 ‘장르괴물’들이 흥행몰이의 중심이다. 현상은 단순하지 않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와 현지화로 자리잡은 대형 블록버스터에 대항해, 한국적 해석이 가미된 미스터리·스릴러·공포·SF가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예컨대 <추적자>의 계보를 잇는 범죄물, <기생충>이 이끌어낸 사회 파괴의 에너지, 그리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제작사의 실험이 섞여, ‘흥행 공식’은 새롭게 섞이고 있다. 몸집 큰 자본 중심 작품보단 발 빠른 아이디어, 타깃 마케팅, 화제성 중심의 전략이 유효했다.
관객의 질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30·40대 중심 ‘중간 허리’ 관객층은 예년보다 예매에 신중하다. 비교적 소규모 팬층이 결속된 특수 장르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소수의 열광’과 입소문 구조가 주요하게 작동해서다. 관람 경험을 SNS에 직접 퍼나르는 관객, 유튜브와 블로그 분석을 전파하는 신(新) 홍보자들이 흥행 청신호를 만들어냈다. 이런 배경에서 영화 산업의 오래된 패러다임—’최다 관객=최대 수익’—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 역시 ‘흥행=생존’에서 ‘차별화=생존’으로 인식의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고 말한다. 팬데믹의 경제적 후과, 극장 운영사의 긴축, 온라인 OTT와의 경쟁, 투자 위축까지 겹쳐 기존 ‘예상 흥행작’의 안전망은 무너지고 있다. 대규모 대작·프랜차이즈와 오리지널 창작물·장르영화·웹툰 원작, 그리고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나이브한 흥행작까지, 이 모두가 ‘괴물처럼’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정작 ‘대중’의 절대다수는 못 끌어들이지만, 일부가 과거의 천만 관객 못지 않은 파괴력으로 업계를 흔든다.
다른 한편, 기존 ‘천만영화’ 평가 기준이 저문 자리에 각기 다른 성공의 잣대가 등장한다. 연령별·지역별 흥행 분포,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흥행, 해외 판권 판매와 IP 확장 등 영화계의 수익 다변화가 일상화됐다. 순수 극장 흥행만으로 성공을 규정하던 시대가 갔다. 이제 ‘괴물’ 영화들은 작은 성공과 회수의 다층 전략 위에서 버틴다. 그 사이 OTT기반 제작사는 스타 감독과 배우, 대형 스튜디오에만 의존하지 않고, 마니아적 컬트 작품을 속속 선보이며 자생력을 키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분업화·디지털화, 그리고 글로벌 진출이 예전보다 친숙한 방식이 된 점도 산업의 속도를 가속했다.
많은 이들이 낭만적이었던 천만영화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엔 투자의 기준, 배급의 눈높이, 관객과의 소통 방식까지 철저하게 ‘타깃화’와 ‘선택’ 중심으로 변화했다. 한때 ‘온 국민이 하나의 작품을 봤다’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은 팬덤 중심, 소수의 열광, 생산자의 다양한 생존 기술이 섞여 있다. 오히려 고전적인 천만 관객 공식에 기대는 작품들은 오히려 시장에서 쉽게 무너진다.
2026년 초 한국영화계에 남겨진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어떤 작품이 이 변화의 파고를 멈추지 않고 탈바꿈할 것인가. 현상만을 탓하거나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도 생존은 없다. 영화인, 제작사 모두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 한다. 그 괴물의 정의는 변화에 맞춰 각기 다르겠지만, 분명 한 시대를 휩쓸 천만 관객 신화는 더 이상 필요조건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종사자의 생존담, 관객의 욕망, 시스템의 신진대사까지—한국영화계는 지금, 새로운 괴물들 속에서 숨통을 잡아가고 있다.
영화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더 이상 숫자로 세지 않고, 다양한 삶과 감정에 닿으려 안간힘을 쓰는 괴물적인 변화, 바로 이것이 2026년 한국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한국영화 이래서 망한다니깐 ㅋㅋ 관객 무시하다가 한방에 훅가는 거임
ㅋㅋ 진짜 재미없는 대작들만 크게 홍보하고 작은 영화는 묻히고…천만 신화는 끝나고 흥행 공식도 박살ㅋㅋ 근데 막상 그렇게 욕하던 OTT로 다 들어간다는 게 아이러니함ㅋㅋ 이럴거면 새로운 공식이나 내놔라 제발;;
OTT가 자리잡으면서 영화산업 전체가 구조조정되는 느낌입니다!! 진짜 앞으로는 팬덤이든 뭐든, 다르게 접근해야할듯 싶네요🙂
요즘 괴물영화라면서 구색만 맞추지… 반쯤 사골임
팬덤무비 너무 많아졌지… 옛날 영화가 더 좋았음😊
천만영화 더이상 못 나오지ㅋㅋ 한국영화만의 매력으로 승부보는 시대인데 아직도 옛날 타령함
극장가 한물간 느낌? 괴물이라는 표현 공감 잘 안 됨. 실은 소비자들만 더 피곤해진 듯. OTT 랜선 관람 밖에 답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