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걸어가는 성장의 길 – 기질·성격 검사 프로그램에 담긴 ‘사람’ 이야기
겨울바람이 부는 1월의 어느 날, 통영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는 한 가족이 나란히 앉아있다. 중학생 아들 승민(가명) 군과 맞은편에 앉은 어머니는 설렘과 걱정이 섞인 표정이다. 긴장하던 소년은 상담가와 함께 TCI(기질·성격 검사) 설문지를 천천히 읽어나간다.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자신의 양육 방식에 대해 돌아볼 기회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애를 이해하고 싶고, 저 자신도 좀 더 알고 싶어서요.”
통영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2026년 1월부터 청소년과 부모 대상의 TCI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 TCI는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줄임말로,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계량적으로 측정해주는 과학적 도구다. 상담센터는 청소년, 그리고 부모가 함께 검사를 받고 해석 컨설팅까지 받도록 돕는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내면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다.
어느 사회에도 ‘사춘기’는 난제다. 반항, 혼란, 불화—많은 가정에서 익숙한 그림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최근 교육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찰자 시점”의 양육, 객관적 자기성찰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뇌 발달과 정서 성장의 결정적 시기인 청소년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사회가 직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통영시의 이번 시도는 중요한 착안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문제 부모, 힘든 아이”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성장하는 가족”으로 접근한다.
실제 검사에 참여한 모자(母子)는 상담 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승민 군은 “내가 왜 화를 내는지도 궁금했는데, 같이 검사하니 엄마랑 진짜 대화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아이 성향을 이해하니까 저도 덜 불안하더라”며 작은 미소를 보였다. 상담사는 “검사 결과를 놓고 어느 한쪽을 탓하거나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성장통에 기반한 갈등은 결국 ‘공감’이라는 공동의 언어로 풀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청소년 기질·성격 검사의 도입은 이미 영국, 독일, 일본 등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자녀양육의 출발점은 바로 부모와 아이가 자신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국내 부모는 아이의 성적이나 행동 변화를 ‘문제’로만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최근 학계는 “개인의 뇌 구조, 기질 차이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현상”임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통영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도입한 TCI 프로그램 역시 “진단”이나 “입시 솔루션”이 아닌, 가족 전체의 성장을 돕는 대화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 상담가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학폭 경험으로 마음을 닫았던 고등학생 소녀는 자신의 기질 결과가 ‘민감·책임형’임을 알고부터 오히려 친구들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자존감을 높였다. 최근에는 과도한 기대와 비교 속에서 자라며 번아웃을 겪는 청소년,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이 적지 않다. TCI 검사 후 부모상담에 참여한 게임 중독 청소년의 아버지는 “결과지 한 장이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심판장이 아니라, 아이한테 다시 다가갈 열쇠가 됐다”고 회상했다.
지역사회,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도 분명하다. 2020년대 들어 청소년 우울·자살 문제는 연평균 10% 넘게 증가 추세다. 교육과정 개편, 학생인권 논의도 분출하는 상황에서, ‘1:1교정’이나 징계 위주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극심한 경쟁 구조 속에서 감정 교육, 가족 관계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통영시의 이번 시도는 단순 검사 도입을 넘어, 사회적 ‘공감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한편에서는 현실적 한계도 제기된다. 아무리 좋은 검사도 단발성 행사로 그치면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장 상담인력의 역량 강화, 사후 가족 컨설팅 체계 구축 등은 여전히 과제다. 모든 부모가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하고 자신의 상처까지 마주할 용기를 가지긴 쉽지 않다. 때문에 정책과 예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
익산·부산·서울 등에서도 유사 프로그램이 속속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은 ‘선진 사례’로만 머무르는 실정이다.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뿌리와 방향성을 찾고, 부모 역시 성장의 동반자임을 자각하는 사회”를 위해선 더 폭넓은 확산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학교·가정·사회 문제의 출발은 결국 ‘관계의 이해’에서 비롯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느리고 복잡하더라도, 한 걸음씩 서로의 마음에 다가서보는 것—이것이야말로 통영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꿈꾸는 변화다. 이번 TCI 검사 프로그램이 누군가의 ‘탓’을 찾는 사냥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기 자신과 타인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알아가는 여정이 됐으면 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올 즈음, 통영의 어느 가정에서는 더 따뜻한 대화가 오가고 있기를 기대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실질적 변화가 있을지 의문임. 통영 말고도 더 넓혀야 할 듯. 기대보단 현실적 계획부터 필요.
생각보다 이런 검사가 실제로 도움된다는 사례 꽤 많더라구요!! 꾸준한 진단+상호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길!! 전문가 육성, 상담사 처우 개선도 꼭 병행됐음 좋겠음😊
솔직히 이런 거 해봐서 뭘 바뀌겠음? 예산도 결국 탕진이고 상담 인력도 턱없이 부족. 대도시도 감당 안 되는 걸 지역이 앞장서서 한다고? 돈만 쓰고 홍보끝 아닐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