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 환자 가족의 부담은 여전히 무겁다
2026년 1월 현재, 연명의료 중단을 둘러싼 제도화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장에서 실행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환자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어 왔으나, 가족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과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 6곳과 현장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현장감 있는 진술이 다수 확인됐다. 의식이 없는 가족의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마지막 선택을 내가 한다”는 죄책감과 “사회적 시선”, 경제적 지출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연명의료 중단 관련 상담 건수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결정을 미루거나, 동의 여부에 대한 가족 간 이견이 심하면 의사와 간호인력 모두 추가적인 소진을 겪는다. 최근 신촌 일대 대형병원 중환자실 A교수는 “임종기에 병상의료진, 보호자 모두 극도로 예민해진다. 연명의료 결정과정에서 갈등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경우를 자주 겪는다”고 밝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이 자발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 왔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충분히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명확한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전원 합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형제자매, 자녀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의사를 모으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병원이 아닌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서 발생할 때는 제도적 난점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 간병 환경에 따라 보호자와 의료진, 법적 대리인 사이의 혼선이 반복되어, 연명의료 중단 과정이 길어지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종합하면, 연명의료와 관련한 제도 미비와 사회적 논의 부족, 심리적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 입원이나 기계적 연명치료에는 고액의 비급여 비용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둘러싼 비용부담 걱정은 65% 이상이 ‘크다’고 응답했다. 예기치 못한 가족의 중증 질환이나 돌봄 공백이 갑자기 닥쳤을 때, 환자 가족이 감내해야 할 금전적·심리적 비용은 여전히 제도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후에도 법적 분쟁 위험을 우려해 추가 동의서 작성을 요청하거나, 의료진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문제가 거론됐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지역에서 “연명의료 중단 이후 환자 사망 시, 의료진의 형사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남는다”는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도적 보완책 없이 관련 사례만 늘어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상흔만 남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와 법적 명확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다.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결정 과정의 부담이 환자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한국가정의학회 박원선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문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실제 살아생전에 연명의료 여부를 충분히 논의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순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연명의료 결정 관련 교육과 상담 지원을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무거운 결정 앞에서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임종 문화,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도 중요한 이슈다.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직후 보호자가 공황장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고령화 사회의 전환기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현장 모두가 공동의 논의를 이어갈 때만이 심리·경제적 이중 부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관련한 장기기증, 간병보험, 호스피스 연계 등 사회적 안전망 확충도 필요하다.
여전히 미흡한 제도와 현장 운영 실태, 심리·경제적 고충이 겹치는 가운데, 연명의료 결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준비와 숙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변화의 기로에 선 지금, 보다 체계적이고 촘촘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가족들한텐 참 버거운 선택이죠. 옆에서 보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요.
죽음 앞에서도 제도는 늘 끌려간다… 가족 탓만 하기엔 정부가 너무 뒷짐임. 왜 맨날 현장에만 책임 던짐?
가족끼리 상처받지 말고 잘 얘기해서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기사 자주 봤으면 ㅋㅋ
결국 돈없으면 힘든겨? 웃음도 안나온다 진심…😂
죽음을 둘러싼 혼란과 부담, 이제는 제도적으로 개선할 때인 거 같네요. 가족들이 더는 아픔에 휘둘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