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극복, 편견의 벽을 넘어서
서울 외곽의 한 작은 보건소에서 올해 첫 한센병 진단을 받은 장수진(가명) 씨는 병원을 나오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눈앞에 펼쳐진 겨울 햇살마저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순간, 담당 간호사가 곁에 와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제는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치료 약도 정확히 받아가셨으니, 겁내지 마세요.” 장 씨의 눈가에 맺혔던 불안은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졌다. 2026년 1월의 어느 날, 한센병(Hansen’s disease)이 더 이상 ‘불치병’도, ‘낙인의 상징’도 아니라는 걸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기사(https://news.google.com/rss/articles/CBMiakFVX3lxTE05R3l5SEtvRnRERnJuS3JTaFNIb09ZTjNrRXpnT3g5YTlNZ1l1VTM1TUhzaWtKek12Y0FHaEZpVk1sWUVUUUEwRm42WHBFdm9QTm5jQUhMU3ByaE9MekhEM0RjMkZuV2Z2TWc?oc=5)가 전한 한센병 치료의 변화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혁신적인 단일 투약(1회 치료)으로 억제율이 무려 99.9%에 도달했다. 이제 한센병은 혈압, 당뇨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의 한 갈래가 된 셈이다.
한센병 하면 으레 ‘불가치’, ‘고립’, ‘두려움’ 등의 낱말이 떠오른다. 지난 세기엔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이 섬으로 쫓기고, 가족과 영영 생이별해야 했던 참혹한 역사가 있었다. 증상인 백반, 퇴행, 피부 궤양은 단지 신체적 병이 아니었다. 사회의 이방인 취급을 받는 상처, 성한 몸보다 더 깊이 파고들던 낙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치유’라는 말의 의미가 여기에서 바뀐다. 한국 한센인 총연합회가 밝힌 바로도 최근 3년 사이 신규 환자 발생은 연평균 20명 내외로 줄었다. 의료 현장 담당자들은 2025년 말 기준 국내 한센병 환자 400여 명 중 실제로 감염력이 남은 사람은 극소수라고 전했다. 1회 복용으로 99.9%를 치료한다는 건, 더 이상 예전처럼 수년간의 장기 격리나 사회적 고립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 그 미세한 균열이 무너지는 구석엔 늘 이야기가 있다. 충청도 시골에서 한센병으로 40년째 투병 중인 이인화(가명) 어르신은 이제 손주들과 함께 시장길을 다니게 됐다. “누가 옛날처럼 고개를 돌리거나 따돌리는 일은 없어요. 들어가서 치료 한 번만 받으면 된다고 동네 사람들이 알려줬어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두려움의 무게가, 한 번의 약 복용과 여러 번의 손 잡아줌, 반복되는 인식 개선 교육 속에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4년~2026년을 ‘한센 인식 개선의 해’로 지정하며, 전국 보건소에 집중 상담창구 및 동행지원관 제도를 강화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한센병 진단 환자 대부분이 2주 내 치료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편견이나 오해는 새로이 과학적 사실이 밝혀져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2026년의 오늘, 한센병에 대한 오해 역시 국내 곳곳에서 여전히 보인다. SNS상에서는 ‘전염성 강한 병’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돌기도 하고, 일부 고령층은 여전히 한센병 환자와의 근접을 꺼린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감염병학회의 권위 있는 연구들은, 기존 마이신제(MDT) 단일투약법 이후의 환자는 즉각적으로 감염력이 거의 사라짐을 거듭 입증하고 있다. 이는 메르스·코로나 같은 공포의 팬데믹과 달리 한센병이 대중적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도 알리고 있다. 항생제 복용 후 수시간 만에 완치에 준하는 효과가 확인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이제 환자와 그 가족도 예전처럼 숨지 않고 동네 병원을 편히 찾게 됐다.
하지만 질병 극복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 공동체의 포용력, 그리고 사회가 누구를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언제 ‘우리’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한센인 지원단체 ‘다시걷기’ 활동가들은 최근 전북 완주, 경남 창녕 등 한센촌 학생들과 함께하는 ‘함께 걷는 학교 프로젝트’를 확대했다. 그 현장에선 손을 내밀어주는 동네 이웃, 까만 눈망울의 초등학생들이 “그저 아저씨, 할머니”라고 부를 뿐이었다. 질병이 무섭지 않은 사회는 바로 이런 곳에서 자라난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한센병 극복 경험에 주목한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십만 명의 환자가 지금도 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사회가 ‘감염의 고리’를 과학적 근거와 인류애로 끊어냈듯, 다른 사회 역시 제도적, 의료적 뒷받침과 편견의 허물을 벗어나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025년 ‘글로벌 한센병 관리모델’ 우수 사례로 한국을 선정했다. 부끄러웠던 과거의 상처가, 차별 없이 손잡는 새로운 미래를 견인하고 있다.
오늘도 한 명의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며, “이젠 겁이 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변화는 그렇게 한 사람, 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질병을 넘어서는 공동체, 편견을 녹여내는 손길. 그곳에 희망의 힘이 더 깊이 퍼진다. 한 번의 약이, 한 번의 용기가, 수십 년 이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다가오는 이 시대. 우리의 보건, 그리고 우리의 사람 이야기가 여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근데 진짜 완치면 격리 왜 자꾸 하는거임? 과학 믿자 좀
역사는 반복된다… 약 1회 치료라 해도 사회는 안바뀜ㄷ 그 증거가 여태까지 계속된 차별임. 복지 행정쪽 일하는 사람들은 좀 현실 직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싶음;;; 말만 듣기좋게 하면 뭐함
아니 근데 이런 얘기 맨날 나와도 현실은 달라지나? 그럼 뭐함!! 편견은 안바뀌던데…
한센병, 어릴 적엔 만화에서 무서운 악당처럼만 그려졌었는데, 이렇게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되고 사회도 많이 바뀌었다니 신기하네요🤔 기자님 사례 중심 설명 덕분에 제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기사 많이 부탁합니다! 한센인 관련 복지도 계속 발전되면 좋겠네요.
어릴 때 TV에서 보고 무서워했던 병이 이렇게까지 관리 가능해졌다니…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진짜 치유 아닐까요?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사 읽고 나니 그런 인식이 저한테도 남아있었던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네요. 이런 기사 자주 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