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의 역설, 반도체 의존과 성장률 정체의 구조

2026년 1월 26일, 국내 증시의 상징적 지점인 코스피 5000 돌파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환호와 달리, 실질 성장률은 고작 1%대에 머물렀다. 상징적인 수치와 실체적 경제력 사이의 괴리를 만든 핵심 원인은 ‘반도체 의존’이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반도체·IT 대기업이 차지하는 구조에서, 산업 다각화의 동력은 계속 부진하며 한국 성장엔진의 위험 신호는 더 선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은 2025년 이후 글로벌 AI·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오르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빅2’로 자리매김했다. 미국·대만 경쟁사와의 기술력 격차도 3나노, HBM4 등 첨단 제품에서 확실히 좁혀지거나 오히려 앞서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고공행진의 70% 이상은 이들 반도체주가 견인했다. 문제는 이 이면에 있다. 한국 GDP 성장률은 1% 초반, 인플레이션과 4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고실업)의 충격도 가중되는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장밋빛 증시와 달리 경제 기반이 건전하지 않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실하다. 서비스, 내수, 중소 제조업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나마 자동차(전기차), 2차전지는 K-배터리 주도의 성장 모멘텀을 일으키며 버티고 있으나, 글로벌 초격차 구조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가 점점 줄고 있다는 신호도 포착된다. 중국은 친환경차·배터리 세그먼트에서 한국산의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미국 IRA 등 공급망 재편 정책으로 우리 중기업의 수출길은 좁아졌다. 여기에 AI·클라우드 등 IT 신사업에서도 빅테크 중심의 성장 집중도가 심해지면서 산업 생태계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이미 중장기적으로 경고되어 왔다. 과거 삼성전자 실적 호조기마다 한국 증시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실질적 혁신 동력의 저하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 왔지만, 이번 코스피 5000 돌파에도 이 체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만 TSMC 등과의 비교에서 볼 때, 대만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소재·장비 생태계를 수평적으로 확장해 산업 내 다양성을 확보했다.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완성품 중심 대기업 주도 패턴에 고착되어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거론되는 수소, 재생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 등 역시 아직 ‘후속 투자’ 이슈를 극복하지 못한 채 글로벌 생태계 진입 장벽에 머물러 있다.

특히 배터리 산업에서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이 글로벌 2~3위 내의 선두 지위를 유지했으나, 원자재 공급망, 중국계 저가 공세, 유럽 전기차 수요의 둔화 등이 위험 요인으로 등장했다. 정부와 기업이 ‘K-밸류체인’ 구상, 친환경 신산업 투자 등 다각화 시도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전체 GDP나 고용, 산업부가치 기여도 측면에서는 반도체·전자 중심 구조에서 본질적 탈피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 5000은 분명 금융·기술 강국으로서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성장률 1%의 덫은 한국 경제가 ‘나홀로 대기업(특히 반도체)-주도형 수출경제’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공급망 클러스터, 인재·빅데이터 생태계로의 투자가 단기 실적에 밀려 본질을 놓치는 것 역시 심각한 우려 요인이다. 실질적 혁신과 창업 생태계 확장, 내수 부문 강화, 산업 전반의 ESG와 디지털 전환 등의 균형 발전 없이는 기술 초격차마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시장을 보면, 미국은 빅테크 플러스 바이오테크·그린테크 스타트업이 동반성장하며 고용과 내수, GDP 견인을 나란히 일궈낸다. 유럽은 친환경과 제조업의 혁신적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EV(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시장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의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을 반도체 수직계열화의 탈피, 혁신 스타트업의 유입, 그리고 ESG·IT기반 융복합 산업의 다변화에서 적극 찾아야 한다. 정부의 규제 혁신, 고부가 인재 양성, 민간-공공 협업모델 확대 없이 단순 기술 사이클 상승만으로는 국가 성장의 질적 도약을 담보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고부가가치화가 속도를 내는 글로벌 환경에서, 코스피 5000이 진정한 ‘성장’의 상징이 되려면 기술 초격차에만 의존한 지금의 산업 체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혁신의 구조적 내재화’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코스피 5000의 역설’은 이 시대 한국 경제가 결코 도피할 수 없는 숙제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코스피 5000 시대의 역설, 반도체 의존과 성장률 정체의 구조”에 대한 9개의 생각

  • 참…대기업 몇 개 믿고 간다는 말 이제 실감나네요. 여행가도 경기는 안풀리고 어디서든 IT만 얘기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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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날 반도체 반도체…뭘 좀 다양하게 해보자 진짜. IT만 남는 나라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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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결국 반도체가 나라다?? 이거 좀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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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반도체 의존 걱정이네요. 여러 산업 잘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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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도 이더리움처럼 업그레이드 좀 해줘요🤔 코스피 5000인데 내 월급은 왜 1%도 안 오르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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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만 믿다 큰코다칠듯… 지금이라도 산업 분산 시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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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하나 잘 돌아가니까 온 나라가 들떠있네요… 그뒤에 숨은 양극화와 산업편중 생각하면 뭔가 씁쓸해지네요. 삼성전자 주주들 축제긴 하겠지만 우리같은 평범한 국민들은 월급도 실질적으로 줄고 체감 경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잖아요? 성장률 1%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혁신과 다양성 없는 지금 구조로 언제까지 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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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코스피가 5000을 찍던, 내 지갑 사정은 변하는 게 없네요. 대기업 이익이 국민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반도체에서 한 번 삐끗하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게 너무 불안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혁신 스타트업, 내수시장, 다양한 친환경 산업에 적극 지원해야 진짜 성장인 것 같습니다!! 이래선 미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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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우리나라만큼 한 산업에 목 메는 곳도 드뭅니다. IT, 반도체만 성장해선 경제 전체가 못 살아납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거 보세요. 정부 정책 변화와 스타트업 지원 없으면 우리 젊은 세대는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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