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 10시 출근제’ 도입, 부모의 아침이 달라졌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시행 중인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맞벌이 부부들의 아침 풍경을 바꾸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25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 근로자에게 2시간의 시차출근을 허용해 10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서울의 한 중견 IT기업에서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 김지윤(34)씨와 박진수(36)씨의 사례는 변화의 면면을 잘 보여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도 헉헉대며 출근길을 뛰지 않아도 되고, 아침식사와 준비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아빠의 등원 동참, 아침 산책 등 이전엔 상상하기 어렵던 일상도 생겨나고 있다.
이 제도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드러난 노동 유연화 필요성과, 저출생·저육아율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구조를 새롭게 조율하는 맥락에서 나온 실험이다. 특히 육아휴직 중단 이후 ‘경력단절’을 겪던 여성들이 10시 출근제를 활용해 출근 스트레스와 일가정 양립 부담을 크게 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청년세대의 ‘육아=커리어 포기’라는 인식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일찍이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정부 주도 혹은 기업 차원에서 시행해온 유연근무제, 플렉스 타임제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출근시간 자체를 묶어 변화한 사례가 드물었다. 출근 시각조차 변화가 어려운 뿌리깊은 ‘정시출근 관행’이 사회적 비효율을 낳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실제 제도 도입의 물길을 튼 것은 육아 부담이 심화된 최근 몇 년의 사회 분위기 변화였다.
물론 10시 출근제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산업 구조상 엄격한 근무시간이 필요한 생산직, 서비스직 현장에서는 도입이 난제다. 기사의 다각적 취재를 통해 드러나듯, 사무직에 집중된 이 정책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양질의 근무환경을 가진 기업, 그중 상당수가 대기업 또는 선도 IT기업에 한정된 점 역시 한계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는 여전히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적 국가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일부 직장인들의 ‘눈치 문화’ 개선이나 팀워크 저하에 대한 고민도 병존한다. 출근이 늦어질수록 오히려 오후 퇴근이 더 늦어지고 밤늦게까지 업무가 연장되는 ‘받고 주는’ 현실도 나온다.
대신 달라진 점도 뚜렷하다. 10시 출근제 도입 기업들의 종합 설문에 따르면, 실제 구성원 70% 이상이 아침 시간의 질 향상, 가족과의 유대 강화, 출근 스트레스 감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 인간자원관리(HR) 부서 역시 생산성 손실이나 업무 공백보다는 잦은 이직 방지, 직원 만족도 개선 등 순효과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회학적으로도 부모가 자녀를 직접 보육기관에 데려다 줄 수 있고, 아침 식사 및 준비 등 가족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가정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이 약화되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아빠의 등원’, ‘공평한 육아 분담’이 점차 일상이 되는 변화 조짐이다.
교육 정책 차원에서도 출근시간 변동과 유아교육 기관 운영시간 조정이 맞물리며, ‘육아기 근로’에 적합한 제도설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일부 구에서는 어린이집 개방시간을 30분 앞당기는 시범 프로젝트도 함께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부담이 큰 ‘아침 등원 시간대’에 대한 체계적 지원, 예를 들어 맞춤형 시차출근 권장 및 관리방안, 육아초기 단축근무제 도입, 일괄적 등원이 아닌 유연입실제(rolling entry) 등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청년 노동시장 및 출산장려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구직자 대상 설문에서 ‘회사 복지 중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제도’로 10시 출근제가 상위권에 올랐다. ‘경력 단절 없는 출산, 일과 돌봄의 공존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기업이 MZ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즉 돌봄과 커리어를 등가로 두지 않는 일·가정 양립에 대한 강한 요구를 반영한다. 기존 ‘저출생=개인 문제’ 인식에서 ‘제도·사회구조 문제’로의 인식 전환도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스웨덴 등에서는 육아기 출근제·유연근무제가 국가 차원의 인구정책의 일부로 이미 자리잡았다. 실제 출산율 증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효과도 통계로 증명된다. 한국 역시 더 적극적인 정책 유도와 사업장 지원금, 보육-업무 연계시스템 구축 등 입법적·재정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를 통한 가족돌봄의 가치, 공동체 유대 강화라는 사회적 이익이 단기적 비용 부담을 능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맞벌이 가정 ‘아침 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이 변화가 노동시장 구조 전반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화의 다른 이름은 선택의 폭과 여유를 갖는 것이다. 맞벌이, 청년,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더 다양한 돌봄과 일의 패턴을 제시받을 때, 그 혜택은 오롯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육아 부담 덜어주는 정책은 정말 필요하죠!! 다만 모든 회사에서 도입되면 더 좋겠어요!!
ㅋㅋ 진짜 부럽네요 이런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