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도우미사업, 마지막 울타리로…사고·질병에 무너진 농가에 온기 퍼지다

좁은 비닐하우스에서 자식의 손을 잡고 울던 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경북 청도에서 만난 한 농민은 갑작스럽게 아이가 중병으로 쓰러지자 농사일은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농번기가 되면, 농가에는 일손 부족이 고민이지만 ‘삶을 지탱하는 기준’마저 흔들릴 때, 결국 선택지는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생계, 두 마리 토끼를 쫓기란 한국 땅 농민들에게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이었습니다.

정부가 2026년 새해를 맞아 영농도우미사업 지원 대상을 ‘사고·질병으로 인한 자녀가 있는 농업인’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간은 농작업 사고, 산재, 임신·출산 등 본인 신체에 국한된 피해가 기준이었는데, 이번 방침 변화로 인해 가족의 불의의 사고 앞에서도 보호망이 조금 넓어졌습니다. 실제 실무자들에게 물으니, 자녀가 질병이나 사고로 긴급한 간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모는 밭이나 논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공백을 이제 영농도우미가 어깨에 멜 수 있게 된 겁니다.

지원대상 확장은 단순한 행정적 변화 이상입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가정의 비극에 농사일마저 중단되는지를 지켜볼 때마다 속이 탔는데, 이번 조정으로 실질적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실제로 부부 모두가 농업에 종사하던 충남 홍성의 한 가정에선, 아이가 중증 뇌수막염으로 입원하자 수개월간 농지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처럼 ‘가족의 위기’가 곧 ‘농가 생계의 위기’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이제라도 자녀의 건강문제까지 지원 사각에서 꺼낼 수 있게 된 건 참 다행이라 느낍니다.

그럼에도, 일선 농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영농도우미 파견 횟수 제한(연 90일), 선정 인원 예산의 물리적 한계, 그리고 각 시군의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습니다. 충북 단양의 박노식 씨는 “서류 작성, 증빙 서류 준비, 기다리는 시간까지, 급박한 상황에선 한참 돌아서야 쓸 수 있다”며 ‘현장감 없는 행정’의 답답함도 토로했습니다.

더군다나, 영농도우미 인력풀 자체가 충분치 않아 지역에 따라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전국적으로 영농도우미를 담당하는 인력은 아직 부족하고, 농번기에 집중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하소연도 이어집니다. ‘농촌은 점점 늙어가는데, 응급 상황마저 기다려야 하나’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쩌면 이번 제도 확대가 진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원대상뿐 아니라 인력과 절차, 예산까지 다각적이고 세심한 보완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영농도우미사업은 2004년 도입 이래, 노동력 고령화와 여성 농업인 증가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형·확대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처럼 가족의 위기까지 품기 시작한 것은 ‘농촌 생태계 복원’ 논의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역 현장에서 만난 여러 농가는 ‘들판에 비치는 등불’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질병·사고로 가슴이 무너진 순간, 최소한 ‘일손’ 걱정 없이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눈물 짓던 그 어머니에게 이번 지원 소식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도시와 달리 농촌의 위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찾아옵니다. 논과 밭은 여전히 제때 김매고, 수확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촘촘하지 않습니다. 농민 개개인의 사연마다 울림이 큽니다. 한 모판에서 매일 씨앗을 뿌리는 이들의 고단한 일상, 곁에 머물라는 세상의 따뜻한 시선과 지원이 그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농정 당국은 이제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핀치에 몰릴지 모르는 농민들의 손을 놓지 않길 바랍니다. ‘자기 일’로만 보아온 지원 행정이 아니라, 이웃의 삶을 지킨다는 태도가 정책 곳곳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농도우미사업 대상 확장은 단순한 지급정책을 넘어 한국 사회가 농인(農人)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발걸음이 되길 기대합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영농도우미사업, 마지막 울타리로…사고·질병에 무너진 농가에 온기 퍼지다”에 대한 2개의 생각

  • 이런 지원 확대가 계속되면 좋겠네요… 실제 일손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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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늦었지만 다행임ㅋ 앞으로 더 확장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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