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버티면 이긴다” 부동산 시장 맹신 꺾으려면?

2026년 1월 부동산 시장에서 ‘버티면 오른다’는 믿음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매수세 약화와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 다수의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여전히 집값 반등이나 가격 방어를 믿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은 개발 기대감, 정책 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인 요인을 근거로 고집스럽게 매물을 거두기도 한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내성은 이 같은 버팀 심리가 형성된 결과물이자, 과거 수차례 외환위기·금융위기·코로나 사태 이후 반복된 ‘하락장 후 폭등’ 경험에 기댄 집단적 기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 낡은 공식에 새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호가와 거래가격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 거래절벽 심화,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미분양 증가, 중도금대출 상환 부담처럼 미세한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금융당국의 잇단 금리 동결과 대출 규제 완화에도, 실제 체감 매수세는 요지부동이다.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종합해 봐도 2025년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약 43% 줄었고, 2019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임대차 시장을 보면, 전세의 월세화가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임차인은 불안정한 미래가치에 맞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집주인은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한 방어 전략을 택한다.

시장 심리의 이면에는 신뢰 상실이 자리 잡는다. 자산 가격은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요동친다.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기와 2024년 연말부터 불거진 청년·고령자 가계부채 논란은 신뢰를 더욱 갉아먹는다. 집값 하락 전망이 내외부에서 증폭되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려 무리하게 진입했던 ‘영끌’ 세대는 고금리·고부담 시대에 적지 않은 타격을 경험 중이다. 중산층, 실수요자, 다주택자 모두 장기전 내지 버티기 전략을 택했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답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담론이 아니라 ‘새로운 위험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시장 참여자에게 돌릴 수는 없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경기부양, 세재조정, 각종 규제완화·강화책을 반복하며 시장의 체질개선을 괴롭기도 했다. 빚내서 집 산 부동산 자산가들의 위험은, 결국 가계 전체 또는 다음 세대의 위험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도 잇달아 부동산 경기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성, 공급망 불안, 저출산 고령화가 국내 부동산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 단순한 버티기가 해법일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아직도 가격 바닥론에 기대어 거래를 멈추거나 버티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과거 폭락기와 달리, 정부의 뚜렷한 시장개입 의지, 금리·물가·규제 환경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만큼 가격 반등의 동력도 예전과 다르다. 매도·매수자 모두에게 ‘기다리면 원금 회복’이라는 통념은 저성장, 자산 버블 붕괴 가능성, 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구조적 함정만을 남길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 필요한 건 맹목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제2의 영끌, 투기 과열, 불로소득 신화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안정’과 ‘책임’의 균형이 강조돼야 한다. 제도 보완과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 강화, 국민 전체의 신뢰 회복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시장이 균형을 되찾으려면 허상에 근거한 불안, 막연한 낙관 대신 각자 상황에 맞는 전략적 판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의 토대가 요구된다.

시장은 더 이상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단순한 공식을 용납하지 않는다. 세입자도, 집주인도, 정책입안자도 모두 처음 맞이하는 조건에서, 낡은 믿음에 기대다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르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버티기 신화의 막은 이미 천천히 내리고 있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기자의 눈] “버티면 이긴다” 부동산 시장 맹신 꺾으려면?”에 대한 7개의 생각

  • ㅋㅋ 버티기 신화 이제 그만좀 해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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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진짜 버티다가 골로 가는 거 아닌가요? 너무 답답한 시장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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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기사 센스 있네. 결국 다같이 눈치게임만 하다 끝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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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버티기도 금리도 다 무서움…ㅠ 정책만 탓할 건 아닌 거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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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버티기 신화는 마치 만성 피로와도 같다. 굳이 병원을 안 가도 견딜 것 같지만 결국 악화돼서 폭탄 맞는 느낌? 이번엔 약발도 안 듣는데 끈질기게 안 놔주는 건 왜일까. 정부도, 시장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결국 피해는 시민 몫. 부동산 오르는 마법 쓴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고, 더 센 약 처방이 필요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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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웃긴 건 뭔지 알지? 다들 버티면 오른다고 곱씹다가 막상 힘들어지면 정부 탓, 정책 탓만 한다고. 현실은 이미 변했는데도 맨날 과거 얘기만 반복함. 그리고 또 2~3년 후 오르면 여기 댓글 또 바뀌겠지? 진짜 한국 부동산…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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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이렇게 심층적으로 썰 푸는 기사 보네요. 근데 이게 다 현실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함. 2008년에도, 2020년 초반에도 사람들 버티기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엔 세계적 변동성이고 우리 구조도 예전이랑 달라서 더 걱정됩니다. 금리도 안 내리고, 정책은 한계있고, 심리만으로 오르던 시절 끝났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근데 또 끝끝내 누군가는 영끌하죠. 하…🤦‍♂️ 장기적으론 심리만으론 안 되는 구조가 분명 만들어진 거 같은데, 제발 좀 각성들 했으면. 정책도 투명하게 가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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