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의 물결, 청소년의 목소리로 책을 응시하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 해의 문턱을 넘고 있을 즈음, 지역 중·고교생들이 여러 목소리로 책을 읽어내고, 담담히 감상을 적어내려가는 진귀한 장면이 펼쳐졌다. 마치 도서관 창가에 낀 아침햇살처럼, 이들의 생각과 고백이 매주 연재의 형태로 우리 사회를 물들인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설렘, 아직은 어린 손끝에 남은 두려움과 기대, 그 모든 감정선을 서평이라는 이름에 실어 세상에 띄우는 시도가 시작됐다.

서평은 개인적 경험의 총합이자, 시대의 작고 단단한 거울이다. 일정한 틀에 갇히지 않은, 미성숙하지만 싱그러운 감상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사회 곳곳에 번지기 시작했다. 왜 서평인가. 인공지능으로 요약된 문장이 아닌, 느리게 익어가는 청소년의 마음이 책을 얼마나 가깝게 품을 수 있는지, 한구절 한구절 새기며 사회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이 여정의 기원이었다. 연재의 시작은 작은 물결이지만, 이들이 매주 차곡차곡 쌓이는 글을 통해 ‘읽는 사회, 공감하는 사회’가 조금은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특히 이번 연재를 통해 드러나는 건, 교과서에 가둔 읽기만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감수성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과 꿈, 때로는 막연한 불안조차 용기 내어 펼쳐놓는다.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고민”이라는 익숙한 항변이 단순 무용담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의 언저리에서 터지는 작은 깨달음—누군가는 자존감을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책이라는 화두 아래,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말을 걸 수 있음을 이 청소년 서평 연재는 보여준다.

‘서평=비평’의 공식은 옛말이다. 이들은 문학적 품평자나 전문가의 시선을 흉내내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품은 감정 그대로를 바탕으로, 서투르지만 누구보다 진실하게 한 페이지를 채운다. 한 학생의 서평엔 “책 속 주인공처럼 나도 외로움을 이기는 법을 배워본다”는 짧은 문장이, 또 누군가의 글에는 “엄마의 잔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고백이 자리한다. 문장 안팎에서 엿보이는 진심은 독립적 글쓰기의 힘, 그 무엇보다도 강한 집단공감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연재 프로젝트는 다른 지역의 청소년 독서운동과도 맥을 잇는다.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는 ‘학생 서평 릴레이’, ‘비평 동아리’, ‘청소년 북토크’ 등의 흐름 속에서, 이번 지역의 서평 연재는 그들만의 색을 입혀내고 있다. 가령, 서울의 모 학교에선 SNS와 연계한 ‘서평 챌린지’가 활발히 진행 중이고, 부산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학생 독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매체와 형식이 다르더라도, 핵심은 청소년 중심의 읽기 생태계가 뜨겁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더는 수동적이지 않다. 각기 다른 청소년들이 읽어낸 책은 새로운 시선을, 더 넓은 담론을 만들어내는 씨앗이 된다.

학부모·교사·지역사회 모두 ‘청소년의 목소리’에 조금 더 섬세히 귀 기울이게 한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큰 의의다. 기사 속 등장한 실제 주인공들뿐 아니다. 무대를 잘 꾸며준 교육기관, 후원자, 도서관, 출판사까지 모두가 어렴풋이 ‘함께’ 호흡한다. 누군가는 ‘요즘 아이들, 책 안 읽는다’며 한숨을 쉬지만, 이러한 서평 연재는 그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다. 몇 줄의 감상과 진심을 통해, 우리는 멀게만 느껴졌던 세대 간 거리마저 조금씩 좁혀간다.

변화의 첫 물방울은 작지만, 파장에 귀기울여야 할 때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학교 끝나고 카페 한 켠, 혹은 집 책상 앞에서 혼자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이제는 사회 전체가 즐겨찾는 ‘보석’이 되길 바란다.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껏 읽고, 이야기 나누는 풍경을 꿈꾸며. 다음 주, 그 다음 주에도 이어질 또다른 서평들이 우리를 얼마나 또 다른 풍경 속으로 이끌어갈지, 조용한 기대가 스민다.

책 속의 울림을, 청소년만의 빛깔로 기록해나가는 이 소박한 행보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 시린 봄비처럼 다정하고 소중하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서평의 물결, 청소년의 목소리로 책을 응시하다” 에 달린 1개 의견

  • hawk_explicabo

    중고생이 서평 쓴다고? 오~ 뭔가 신선한 시도네👍👍 책 읽는 문화 좀 넓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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